영건 호투 승리에도 주루사로 인한 찜찜함, LG 계속 죽으면 실수 아닌 실패[SS포커스]

윤세호 2023. 5. 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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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지강이 2일 창원 NC전에서 호투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투수들의 호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승리였다. 최근 선발진과 불펜진이 두루 불안했던 것을 고려하면 특히 그렇다. LG가 지난 주말 3연전과 달리 안정된 마운드를 앞세워 3연패에서 탈출했다.

새 얼굴들이 활약했기에 1승 이상의 가치가 있는 2일 창원 NC전이다. 대체 선발투수로 등판한 이지강이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며 임무를 완수했다. 신인 사이드암 박명근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첫 승, 올해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선 유영찬은 첫 홀드를 기록했다.

LG 사이드암투수 박명근이 지난 2일 창원 NC전에서 호투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2021년 3월 때로는 클로저 구실도 바라며 트레이드로 영입한 함덕주는 LG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세이브를 기록했다. 두산 시절이었던 2020년 7월 16일 이후 1020일 만에 세이브와 함께 소속팀의 승리를 완성했다.

캠프부터 큰 기대를 받았던 강효종이 선발진에서 제외됐고 리그 최고 클로저 고우석이 다시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래도 또다시 뎁스를 앞세워 버티는 능력을 보여준 LG 마운드다. 강효종 대신 이지강이 선발진에 합류했다. 고우석을 대신해서는 함덕주와 정우영, 이정용, 김진성 등이 집단 마무리 체제로 세이브 순간을 책임질 계획이다.

다만 마냥 개운한 승리는 아니었다. 경기 후반이 그랬다. 8회초 선두타자 홍창기가 좌전안타를 치고 출루했지만 도루 실패로 허무하게 물러났다. 9회초에는 두 번째 타자 오지환이 볼넷을 골라 출루했는데 문보경 타석 풀카운트에서 투수 견제에 걸렸다. 올시즌 내내 반복된 꺼림직한 모습이 이번에도 나왔다.

올시즌 LG가 뛰는 것을 모르면 간첩이다. 그리고 현재 9구단 모두 LG와 상대하며 LG의 뛰는 야구를 경험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처법도 나왔다.

지난 주말 시리즈에서 KIA는 문보경이 습관적으로 리드폭을 넓게 하는 타이밍을 포착해 견제구를 던졌다. 볼배합 타이밍상 변화구를 던질 때면 포수가 투수에게 속구를 주문하거나 피치아웃을 한다. 풀카운트 런 앤드 히트 타이밍, 혹은 당연한 히트 앤드 타이밍에서도 견제구가 날아온다.

LG 문보경이 지난달 28일 잠실 KIA전에서 좌투수 김기훈의 견제로 1루에서 아웃 판정을 받자 심판에게 어필하고 있다. 서울 | 연합뉴스


이미 LG와 두 번의 시범경기, 그리고 지난달 잠실에서 LG와 3연전을 치른 NC도 그랬다. 견제 사인이 투수의 리듬 혹은 제구에 영향을 끼쳐도 LG와 상대할 때는 해볼만한 시도다. 상대 주자를 잡아 쉽게 아웃카운트를 올릴 수만 있다면 견제구는 얼마든지 던질 수 있다.

그래서 LG 또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9구단과 모두 상대한 만큼 투수들의 슬라이드 스텝, 포수들의 2루 송구 능력과 볼배합 성향은 어느정도 파악이 됐다. 상대가 적극적인 주루플레이에 어떻게 준비했고 어떻게 반격했는지도 경험했다.

NC전 주루사가 유독 꺼림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펜진에서 다수가 좌투수인 NC는 경기 중후반 1루 견제가 용이하다. 주전포수 박세혁은 지난달 잠실 3연전에서는 부상으로 없었지만 시범경기 기간에 맞붙었다. 무엇보다 박세혁은 2019년부터 꾸준히 주전 포수 마스크를 쓰며 어느정도 장단점이 파악이 된 포수다.

LG 오스틴 딘이 지난 2일 창원 NC전에서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3루까지 안착한 후 김민호 코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든 채 임하는 주루플레이는 가치가 있다. 어느정도 리스크도 감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뛰는 것은 불구덩이에 달려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실수가 아닌 실패다.

과거 염경엽 감독이 맡은 팀은 이러지 않았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넥센은 매년 도루 성공률 70% 이하를 기록했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철저히 상대성에 맞춰 움직였다. 포수의 2루 송구가 약한 팀, 투수들의 슬라이드 스텝이 느린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뛰었다.

2019년 SK는 도루 성공률 70% 이상을 기록했는데 당시 SK도 선택과 집중이 잘 됐다. 그 결과 리그 최다 도루 118개를 기록하면서도 성공률 70.2%를 마크했다. 견제사가 많았지만 그만큼 득점권 찬스도 꾸준히 만들었다.

LG 염경엽 감독이 1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NC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3. 4. 18.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현재 LG와 상대하는 팀들은 저마다 방법을 찾아 LG의 다리를 잡으려 한다. LG도 어떻게 다리를 잡혔고 어떻게 잡히지 않았는지 경험했다. 즉 이제는 선택의 순간이다. 상대 대응하는 것을 정확히 분석했다면 실패가 아닌 성공이 많아야 한다. 그래도 계속 실패하면 노선을 바꾸는 방법 밖에 없다.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는 리그 최고 타격지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패가 반복되면 타자들의 기회를 삭제하고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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