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천문학적 투자로 위기 극복"…자국 반도체 기업에 돈 쏟는 中
민간 VC도 SJ세미에 4500억 투자…밸류업 시동
"기초체력 다지는 中, B급 생산할 때까지 투자 지속"
[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미·중(美·中) 반도체 산업 패권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에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쏟고 있다. 중국 국영투자사들은 일찍이 ‘반도체 굴기의 희망’으로 꼽히는 일부 대기업에 조 단위 투자를 집행하고 있고, 중국 민간 벤처캐피털(VC)들도 이러한 국가 분위기에 힘입어 관련 스타트업의 라운드 투자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반도체 기업에 대한 중국의 이러한 투자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중국이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이른 시일 내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치고 있다. 수년간 팹리스(Fabless·반도체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설계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선진국과 대조되는 행보를 보인 중국이 이제 와서야 기술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투자하며 기초 체력을 닦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투자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국 반도체 기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중국에서 ‘미국에 맞서 자국 반도체 기업을 살리자’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영투자사에 이어 민간투자사들도 반도체 기업 투자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중국 국가 반도체 펀드인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펀드와 창장산업투자, 후베이창성개발 등은 최근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에 약 9조440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YMTC는 미국 제재에 맞서 자국 장비로 첨단 3D 낸드 플래시 생산을 추진하는 중국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회사로, 중국 반도체 굴기의 희망으로 불린다.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시킨 기업이기도 하다.
VC들의 투자도 속속 이뤄진다. 중국 레전드캐피털과 인스캐피털은 지난 3월 말 자국 반도체 기업인 SJ세미컨덕터에 약 4559억원을 쏟아 부었다. 지난 2014년 설립된 SJ세미컨덕터는 12인치 크기의 반도체 웨이퍼 범핑 등 특수공정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번 투자는 SJ세미컨덕터가 중국건설은행의 투자 계열사 CCB PE와 CCB트러스트, 후이타이인터내셔널 등으로부터 4000억원에 달하는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한지 1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이번 추가 투자 유치로 회사는 약 2조 4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중국 VC들의 자국 반도체 기업 투자 공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동팡징위안일렉트론(DJEL)은 지난해 말 그린파인캐피털파트너스와 코스톤캐피털 등으로부터 1866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DJEL은 베이징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 첨단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다.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칩 설계와 제조, 테스트 장비뿐 아니라 관련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B급 생산 가능할 때까지 투자 지속할 듯”
업계에서는 이러한 천문학적 투자에도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이른 시일 내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며 반도체 연구·개발 능력을 끌어올린 선진국과 달리 중국은 반도체 부문에서도 투자 대비 아웃풋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는 분야 위주로 집중 투자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가 2014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집계한 중국발 반도체 투자 중 64.2%는 서킷 디자인을 비롯한 팹리스 관련 스타트업에 집중됐다. 중국에서 반도체 팹리스 기업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한 한편 반도체 자급률은 20%를 넘기지 못한 배경이기도 하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장려해왔지만, 대부분의 투자가 반도체 서킷 디자인 등 팹리스 부문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와서 투자 구조를 다시 짜고 설비·제조 부문을 건드리며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있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이러한 투자를 언제까지 지속할까. 업계에선 중국이 반도체 기술 수준을 ‘적당히’ 끌어올릴 만큼만 투자해 질(quality)보다 양(quantity)으로 승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중국은 글로벌 기업과 같이 A급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기 어렵고, 그럴 필요 또한 없다”며 “반도체는 특유의 기술력뿐 아니라 공장 및 기계설비가 특히 중요한데, 다른 국가가 여기에 투자하며 노하우를 녹여낼 때 중국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한 틈을 타 중국은 기술 수준을 적당히 끌어올려 국산 제품을 싼값에 보급하고, 주변 국가로 퍼뜨리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연지 (ginsbur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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