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숨진 여친, 짐부터 한국에 보낸 남친…"살해했나" 질문에 '침묵'
대만에서 한국인 여성 관광객이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현지 수사 당국이 최초 신고자인 남자친구를 용의선상에 올려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대만 검찰은 사망자의 머리 등에서 타박상 흔적이 발견된 점, 남성이 사건 후 사망자의 짐가방부터 한국에 부친 점 등을 수상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살해 혐의를 부인하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일 대만연합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남자친구 김 모 (32) 씨는 전날 친형과 변호사를 대동하고 가오슝시 첸진구 관할 경찰서에 출석했습니다. 그는 검은색 상의와 모자를 착용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김 씨는 “여자친구를 살해했냐” 등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은 채 경찰서를 빠져나갔습니다.
김 씨는 지난달 24일 가오슝시 한 비즈니스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자친구 이 씨에 대한 살인 혐의를 받습니다. 이들은 자유여행을 위해 지난 22일 대만에 도착해 25일 귀국할 계획이었지만, 이 씨는 귀국 하루 전 오후 1시 30분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이 씨를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남자친구 김 씨입니다. 그는 여자친구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호텔 직원에게 구급차를 요청했습니다. 구조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이 씨는 이미 숨을 거둔 터라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날 오후 2시 최종 사망 선고를 받았습니다.
당시 김 씨는 “여자친구와 객실에서 술을 마셨고, 깨고 나니 여자친구가 침대에서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며 “여자친구가 넘어져서 다친 줄 알고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법의학 검사를 진행한 결과 타살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부검에서 머리와 팔, 다리에서 둔기에 맞았거나 벽에 부딪힌 것으로 추정되는 타박상이 발견된 것입니다. 재검에서는 왼쪽 뇌수 함몰과 오른손 타박상 등 뚜렷한 외상 흔적이 나타났습니다.
또 사건 이튿날 김 씨가 이 씨의 짐을 한국으로 돌려보낸 점이 증거 인멸을 위한 행동이라는 의심을 샀습니다.
김 씨는 귀국 비행기표를 이미 예매했고, 이 씨의 유해를 추후 고국으로 인도할 때 수하물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여자친구 짐부터 한국으로 부쳤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씨의 짐은 김 씨 친형이 28일 인천공항에서 다시 대만으로 가져가 검찰에 넘겼습니다. 해당 가방에 대해선 법의학센터의 조사가 이뤄질 방침입니다.
한편, 대만검찰은 김 씨가 외국인인 점을 고려해 10만 대만달러(약 440만 원) 보석금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습니다. 다만 출국 금지 명령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씨 시신은 화장 뒤 가족에게 인계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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