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미래를 둘러싼 싸움이 시작되었다 [사람IN]

이종태 기자 2023. 5. 3. 07:4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무너져 (러시아에) 정복된다면, 중국은 바로 그다음 날 타이완을 공격할 수 있다." 4월13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이하 직함 생략)이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맹렬히 질타했다.

"'타이완은 남의 일'이라는 사람이 우크라이나의 오늘과 내일을 보호하겠다고? 유럽적 자율성(European autonomy)은 꽤 환상적으로 멋지게 들린다. 그러나 이 용어의 실제 의미는 미국과의 관계를 끊고 유럽의 무게중심을 중국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총으로 자신의 무릎을 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AP Photo

“만약 우크라이나가 무너져 (러시아에) 정복된다면, 중국은 바로 그다음 날 타이완을 공격할 수 있다.” 4월13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이하 직함 생략)이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이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맹렬히 질타했다. 그러나 모라비에츠키의 진정한 공격 대상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었다.

마크롱은 지난 4월 초,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이하 직함 생략)과 정상회담을 했다. 시진핑에게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러시아 설득’ ‘타이완에 대한 무력 압박 중단’ 등을 요청할 것으로 보였다. 마침 중국은 타이완 앞바다에서 군사훈련을 전개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크롱은 시진핑의 긍정적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는 오히려 회담 직후 미국 유력지 〈폴리티코〉 등과 한 인터뷰에서 서방국가들을 깜짝 놀라게 할 발언들을 쏟아냈다. 예컨대 ‘타이완은 유럽의 문제가 아니’므로, 타이완을 둘러싼 미·중 충돌에서 유럽연합(EU)은 미국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달러에 대한 유럽의 의존도 줄이자고 말했다. ‘타이완에 대한 무력 위협 반대(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중국의 타이완 통제 시도 반대(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 등 다른 EU 지도자들의 최근 발언과도 결이 확연히 달랐다. 사실 마크롱은 오래전부터 글로벌 양극(미·중) 체제를 3극(미·중·EU) 체제로 바꾸기 위해 EU의 대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른바 EU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 강화론’이다.

이에 반해 모라비에츠키는 “유럽에겐 전략적 자율성이 아니라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라며 강력한 친미 의견을 밝혀왔다. 4월11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새로운 유럽’이란 개념을 제창했다. “옛 유럽(old Europe)은 러시아에 의존하다가 실패했다. 이제 새로운 유럽(new Europe)이 등장할 것이다. 새 유럽은 러시아 공산주의가 어땠는지 기억한다. 폴란드는 새로운 유럽의 리더다.” 모라비에츠키의 ‘새로운 유럽’은 ‘공산주의(중국)와 권위주의(러시아)에 비타협적으로 맞서는’ 지금보다 더욱 친미적인 유럽을 지향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틱 카운슬 심포지엄 연설에서 그는 마크롱의 ‘전략적 자율성’이 미국에서 벗어나 러시아·중국에 종속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노골적인 조롱도 마다하지 않았다. “‘타이완은 남의 일’이라는 사람이 우크라이나의 오늘과 내일을 보호하겠다고? 유럽적 자율성(European autonomy)은 꽤 환상적으로 멋지게 들린다. 그러나 이 용어의 실제 의미는 미국과의 관계를 끊고 유럽의 무게중심을 중국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총으로 자신의 무릎을 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쇠퇴해가는 대륙’쯤으로 여겨졌던 유럽이 자신의 미래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논쟁은 중국-타이완 긴장을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는 한국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종태 기자 peeker@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