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Wall] 선수도 힘든 5.14급 루트 끝낸 하하시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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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바위는 전주바위오름 회원들이 2005년부터 개척을 시작해 2011년 완성한 암장이다.
2000년 즈음 여러 클라이머들이 루프에 가까운 오버행에 붙은 홀드가 지나치게 작아 등반 불가로 판정했는데, 세월이 지나고 동호인들의 등반 실력이 향상되면서 개척이 시작됐다.
그리고 하은양은 '삼천명(5.13c)'루트를 등반 중이다.
하은 양은 곧바로 삼천명을 등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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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바위는 전주바위오름 회원들이 2005년부터 개척을 시작해 2011년 완성한 암장이다. 2000년 즈음 여러 클라이머들이 루프에 가까운 오버행에 붙은 홀드가 지나치게 작아 등반 불가로 판정했는데, 세월이 지나고 동호인들의 등반 실력이 향상되면서 개척이 시작됐다. 전주바위오름은 원래 전주클라이밍클럽이었고, 10여 년 전 이름을 바꿨다.
삼천바위는 가로와 세로, 높이 각각 20m의 정육면체 모양의 바위다. 4면 전체에 총 34개 루트가 있다. 국내 최고난도 루트가 밀집되어 있어 수준급 클라이머들이 집중적으로 찾는다.
평일 나른한 오전 삼천바위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었다. 장난기어린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렸다. 부산에서 온 '하하시스터즈' 김하빈(내리초 6), 김하은(내리초 3) 양이었다. 그들이 등반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 하빈 양은 보름 전 삼천바위의 고난도 루트 '옛날옛적에(5.14a)'를 완등했다. 그리고 하은양은 '삼천명(5.13c)'루트를 등반 중이다. 왕성한 등반 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들의 외삼촌, 등반가 이형윤(대륙산악회)씨와 하은, 하빈 부모님도 동참했다.
벽에 붙지 않았을 때 그들은 영락없는 어린이였다. 엄마 무릎에 기대어 휴대폰 삼매경에 빠졌다. 벽에 붙으니 눈빛이 달라졌다. 장난기 어린 얼굴은 온데 간데 없고 벽에 붙은 작은 홀드를 어떻게 하면 잘 잡을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그들의 등반은 야무졌다. 하빈 양은 옛날옛적에에 붙어 동작을 익혔다. 하은 양은 곧바로 삼천명을 등반했다. 벽에 붙은 하은 양은 상단부 크럭스 구간에서 계속 추락했다. 그럼에도 하은 양은 내려오지 않았다. 30분 이상 벽에 매달려 동작을 풀었다. 하은 양의 키는 133cm, 한계에 다다랐음에도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부모님의 거듭된 설득으로 결국 바닥으로 내려왔다.
하은 양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카메라를 얼굴에 들이대니 곧바로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리며 수줍게 웃었다. 그리고선 어디론가 뛰어 나갔다. 하빈 양은 몇 번의 동작을 반복한 끝에 등반을 끝냈다. 차분하게 로프를 타고 내려왔다.
하빈, 하은의 엄마 이혜영씨는 그들이 등반할 때 확보를 본다. 그녀는 1994년에 부산 대륙등산학교 과정을 이수했다. 산과의 인연이 오래된 셈이다. 지금 그녀는 자식들 뒷바라지에 열중하고 있다.
아빠도 부산등산학교를 나왔다. 그 또한 여러 번 로프를 묶은 등반 경력자다. 전국에서 열리는 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 딸들을 출전시키기 위해 수백km 이동을 책임지는 로드 매니저이기도 하다. 딸들의 스케줄 관리는 엄마가 맡는다. 두 자매는 이동하는 차에서 큰 불평이 없다고 한다. 긍정적인 성격 덕분일까 하빈, 하은 양은 전국대회에 나가면 1, 2위를 놓치지 않는다. 그들의 부모가 복 받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두 자매가 좋은 부모 만나 복 받은 걸까 어느 쪽이 됐든 등반 하나로 단단하게 묶인 가족이 행복해 보였다.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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