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안 올려주면 못해" 조합-시공사 분쟁 급증
[편집자주]대형건설기업들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이 골칫거리가 됐다. 일반분양 수익을 기대하고 사업에 뛰어들던 조합 입장에선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거래시장이 침체돼 분담금 부담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폭등해 시공사들은 몇 년 만에 두 배 오른 공사비를 받아도 이윤이 남지 않는다며 수도권 일부 핵심 사업장을 제외하곤 입찰장에 나타나지도 않고 있다. 앞서 사업을 시작한 조합들은 추가 공사비 폭탄으로 공포에 질렸다. 고금리 여파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가운데 서울을 제외한 지역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사를 선정해 지급보증을 받을 수 있지만 공사비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시공사 위에 군림하던 조합들이 업체에 쩔쩔매는 추세는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청담르엘'은 오는 5월 분양을 앞두고 공사비가 최초 계약 대비 1.7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해당 조합은 2017년 롯데건설과 3726억원에 도급계약을 맺었으나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공사비 1404억원을 증액했다. 이어 올해도 롯데건설은 1182억원의 증액을 요청한 상태다. 이를 반영할 경우 총 공사비는 6312억원으로 최초 계약금액보다 69.4% 늘어난다. 조합은 5월 총회에서 공사비 증액안을 포함한 관리처분계획을 상정할 계획이다.
한때 저가 수주 경쟁으로 몸살을 앓던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폭등 사태를 맞았다. 대기업 시공사들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며 적은 마진이라도 무리하게 수주를 밀어붙이던 모습은 자취를 감추고 최근엔 높은 공사비에도 손실 회피를 위해 움츠러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의 '월간건설경제동향'에 따르면 올 2월 건설업체의 국내 건설 수주액은 13조4494억원으로 집계, 전년 동월 대비 6517억원(4.6%) 감소했다. 눈에 띄는 건 주거용 건축(주택) 수주가 크게 줄고 정비사업 수주는 감소율이 더욱 컸다. 주거용 건축 수주액은 3조6604억원으로 전년 동월(5조709억원) 대비 1조4105억원(27.8%) 줄었다. 재건축 수주액은 지난해 2월 3932억원에서 올 2월 2685억원으로 1년 만에 31.7% 감소했다. 재개발 수주액은 같은 기간 9916억원에서 1조9008억원으로 91.7% 증가했으나 이는 올해 재개발 최대어인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재개발(1조7660억원)의 단일 건 수주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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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업체 대부분 조합과 공사비 분쟁을 겪었다. 삼성물산은 오는 8월 입주 예정인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의 공사비를 2018년 당시 계약 때보다 두 배 가량 인상, 조합원들의 분담금 폭탄이 예고된 상태다. 서울 최대 재건축사업 둔촌주공(단지명 '올림픽파크 포레온') 조합은 시공사업단(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과 공사비 인상을 놓고 대립하다가 6개월 간의 공사 중단 사태를 맞았다. 그 사이 공사비는 2조6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다시 4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84㎡(전용면적) 기준 조합원 분담금은 2017년 3000만원에서 현재 2억원으로 뛰었다.
대우건설은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경기 의왕시 오전다구역 ▲서울 성북구 장위6구역 등 재개발에서 잇따라 공사비 분쟁을 겪고 있다. GS건설은 신반포4지구(단지명 '메이플자이') 재건축 조합과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설계변경과 금융비용 등을 이유로 조합에 기존 9300억원에서 4700억원 증액된 1조4000억원의 공사비를 요구했다.
수개월째 협상을 벌이던 양측은 공사비를 1조1300억원으로 늘리고 공사기간 8개월 연장에 합의했으나 공사비 증액 이슈는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을 의뢰한 사례는 32건으로, 전년(22건) 대비 45.5% 증가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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