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인공지능이 설계한 mRNA 코로나 백신, 효능 128배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5. 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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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mRNA 약화시키는 고리 없애
단단해진 선형 구조, 백신 상온 보관도 가능
코로나바이러스와 mRNA, 백신 주사 이미지.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를 만드는 mRNA를 인체에 주사해 면역반응을 유발한다. 바이두 미국 연구소 과학자들이 인공지능으로 mRNA 구조를 최적화해 백신 효능을 높이고 상온 보관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미 오리건주

인공지능(AI)이 mRNA(전령리보핵산) 백신의 효능을 100배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백신은 냉동 보관이 필수적이지만 인공지능이 설계한 백신은 상온 보관도 가능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저개발국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두 미국 연구소의 헤 장(He Zhang) 박사와 오리건 주립대의 리앙 황(Liang Huang) 교수 연구진은 3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인공지능으로 백신에 들어가는 mRNA의 구조를 개선해 효능을 128배 높였다”고 밝혔다.

◇항체 더 많이 유도하고 상온 보관도 가능

생명체는 유전자 일부를 mRNA로 복제해서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한다. 건물 전체 설계도 중 계단 부분만 복사해서 공사를 하는 식이다.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돌기 단백질을 만드는 mRNA를 인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원리이다. 인체는 나중에 같은 돌기를 가진 코로나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바로 면역세포인 항체를 분비해 무력화시킨다.

바이두 미국 연구소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바이두 연구소의 미국 분원이다. 연구진은 컴퓨터 언어학에서 쓰던 인공지능을 백신 설계에 적용해 전보다 더 오래가는 mRNA 구조를 만들었다.

백신은 외가닥 mRNA를 쓴다. 자연 상태에서 mRNA는 중간중간 마치 고리처럼 말리는 부분이 생긴다. 이러면 인체에 들어가 오래 가지 못해 제대로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못한다. 바이두 미국 연구소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으로 고리를 펴서 전보다 훨씬 단단한 선형 구조를 설계했다. 이렇게 만든 코로나 mRNA 백신을 생쥐에 투여하자 전보다 항체가 128배 더 많이 나왔다.

인공지능이 설계한 mRNA는 안정적인 구조 덕분에 상온 보관도 가능하다. 기존 코로나 백신은 온도가 높으면 mRNA 구조가 망가져 섭씨 영하 15도에서 냉동 보관했다. 연구진은 사람 체온에 맞춘 시험에서 인공지능이 설계한 mRNA가 전보다 6배나 더 안정적이었다고 밝혔다. 모더나에서 RNA 구조 설계를 맡았던 데이브 마우거(DAve Mauger) 박사는 이날 네이처에 “새 방법론이 놀랍다”며 “계산 효율성은 정말 인상적이고 이전에 나온 어떤 것보다 더 정교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두 미국 연구소 과학자들이 mRNA 백신 구조 최적화하는 선형설계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자연 상태의 mRNA(왼쪽)는 중간중간 외가닥이 말려 고리 구조(붉은색)를 만들지만, 선형설계한 mRNA는 이중나선(파란색) 으로 훨씬 안정적인 선형 구조가 됐다./바이두 미국 연구소

◇선형설계로 mRNA 약화시키는 고리 구조 없애

백신 개발자들은 이미 면역반응을 높이기 위해 특정 부분을 강화하는 이른바 ‘코돈(codon) 최적화’ 설계를 하고 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들이 연결된 형태인데, 코돈은 특정 아미노산을 지정하는 염기서열이다. 즉 원하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mRNA 정보를 수정하는 것이다.

바이두 미국 연구소는 코돈 최적화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외가닥인 mRNA를 이중나선 구조로 만들었다. mRNA 두 가닥이 서로 마주 보고 결합한 채 뒤틀린 모양이 마치 휘어진 사다리와 같은 형태이다.

외가닥 mRNA는 그대로 두면 중간중간 말려 고리가 생기지만, 두 가닥이 결합하면 그런 문제 없이 선형 구조를 유지해 구조가 훨씬 단단해진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의 ‘선형설계(LinearDesign)’ 인공지능은 데스크탑 컴퓨터에서 몇 분만에 최적화된 mRNA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논문 교신저자인 리앙 황 오리건 주립대 교수는 바이두 미국 연구소에 있으면서 선형설계 개발을 이끌었다. 황 교수는 “이번 기술은 다른 질병에 대한 mRNA 백신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의 스테미RNA(StemiRNA)사는 이번 방법으로 코로나와 대상포진 mRNA 백신을 개발해 생쥐실험에 성공했다. 이 회사 연구진도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프랑스 백신업체인 사노피는 2021년 선형설계 기술로 실험용 mRNA를 생산했다.

미국 스탠퍼드 의대의 리주 다스(Rhiju Das) 교수 연구진도 지난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고리 구조를 없앤 mRNA가 인체 세포에서 단백질을 더 많이 만들었다고 밝혔다. mRNA 백신이 인체에서 항원 단백질을 더 많이 합성하면 항체도 그만큼 더 많이 유도할 수 있다. 선형설계는 인공지능으로 고리 구조를 없앤 mRNA 구조를 더 빨리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동물실험에 그쳐 인체에서도 같은 효능을 보일지 아직 미지수이다. 일부에서는 면역과잉반응도 우려한다. 바이러스 중에는 두 가닥 RNA를 가진 것들이 많다. 인체는 이처럼 뒤틀린 사다리 모양의 두 가닥 RNA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네이처지는 아직 부작용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스테미RNA사는 지난해 라오스에서 선형설계로 개발한 코로나 mRNA 백신을 허가받았는데 초기 임상시험에서는 아직 부작용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푸단대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이바이오메디신(eBioMedicine)’에 선형설계 mRNA 백신을 코로나 부스터샷(추가접종)으로 썼을 때 기존 백신과 차이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참고자료

Nature(2023),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127-z

eBioMedicine(2023), DOI: https://doi.org/10.1016/j.ebiom.2023.104586

Nature Communications(2022).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2-28776-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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