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부시맨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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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남자중학교로 첫 발령.
출근하자마자 보고를 드렸고 곧바로 교장선생님께서는 빈 교실에 조개탄 난로를 피워서 부시맨 친구를 격리시켜 주셨다.
한편 평상시 동물의 왕국(?)이었던 친구들이었지만 그날 따라 순둥이 부시맨을 궁금해했다.
그해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학교, 선생님, 학부모, 학생 모두가 한마음으로 부시맨을 지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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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남자중학교로 첫 발령. 학생들과 첫 만남은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것도 잠시, 45명의 남학생들로 에워싸여 말투나 행동이 점점 거칠어져만 갔다. 아이들과 씨름하기에 심신이 지쳐갈 때쯤 다가온 여름방학으로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여름방학 후 아이들을 둘러보는데 아이들 틈에 말라서 온 아이가 눈에 띄었다. 순둥이 친구의 별명은 부시맨. 조금씩 말라가더니 결핵 판정을 받았다. 오후 가정방문을 갔더니 어머니는 안 계셨고, 아버지는 일하러 지방에 가시면 며칠에 한 번씩 들러서 집에는 고등학생 누나와 살고 있단다. 방안에 얼룩진 이불이 깔려있고 밥그릇에는 말라비틀어진 밥풀이 몇 개, 김치그릇에는 새까맣게 변해버린 김칫국물이 조금 담겨있는 것을 보는 순간 왈칵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부시맨 이 친구를 어떡해야 하나?
밤잠을 설쳤다. 출근하자마자 보고를 드렸고 곧바로 교장선생님께서는 빈 교실에 조개탄 난로를 피워서 부시맨 친구를 격리시켜 주셨다. 어젯밤 나의 고민을 듣고 새언니가 끓여준 육개장을 격리교실 난로 위에 올려두었고 보건선생님께서 약과 아침 점심 저녁까지 챙겨 먹이고 하교시켜 주셨다. 한편 평상시 동물의 왕국(?)이었던 친구들이었지만 그날 따라 순둥이 부시맨을 궁금해했다. 아이들에게 전염성이 없어질 때까지 독한 약복용과 고단백의 음식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얘기하면서도 '내일부터 매 끼니 식사는 어떡하지? 잘 먹어야 하는데' 맘이 복잡했다.
다음 날부터 시작된 부시맨 프로젝트. 평소 수업태도 좋은 반장이 오늘 따라 안절부절 창밖을 쳐다 보기에 주의를 주었다. 수업 끝 무렵, 갑자기 '엄마다' 동시에 친구들이 몰려와 창밖을 향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반장 어머니께서 육개장을 한가득 끓여서 직접 들고 오신다. 육개장이 떨어질 때쯤 또 다른 어머니께서 나타나셨고, 우리는 또 감사의 박수를 쳐 드렸다. 쉬는 시간엔 복도 끝에서 우리반 친구들이 번갈아가며 '부시맨~ ○○야 놀자~' 큰소리로 응원하기를 수차례, 부시맨은 서서히 허리를 들기 시작했고 뽀얗게 살이 오른 얼굴에 조금씩 순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해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학교, 선생님, 학부모, 학생 모두가 한마음으로 부시맨을 지켜주었다. 서로 눈빛만 마주쳐도 행복했었다. 부시맨 친구가 건강을 되찾아가는 동안 우리들은 '더불어 사는 법'을 우리들 스스로 체득했다.
'부시맨~ 친구들아~ 모두들 잘 살고 있겠지?'
진정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따뜻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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