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있음에[편집실에서]
1942년생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 의사를 밝혔습니다. 재집권에 성공하면 86세까지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나이만으로 그의 재출마 선언에 딴죽을 건다면 또 다른 차별입니다만, 이미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그의 건강에 관심이 쏠리는 건 불가피한 일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과의 공급망 갈등, 대만과 한반도를 둘러싼 일촉즉발의 긴장 등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에 균열이 일고 있는 격랑의 시대를 헤쳐갈 조타수로서 그의 재등판 선언은 아무리 ‘100세 시대’라고 해도 여러모로 뜻밖입니다.
상대편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생각하니 더 그렇습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등 공화당 내 경쟁자들도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어서 아직 최종 대진표를 속단하긴 어렵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으로 미뤄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바이든과 공화당의 트럼프가 다시 한 번 맞붙을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전·현직 대통령 간의 이른바 ‘리턴 매치’가 성사되는 셈입니다. 눈이 핑핑 돌아갈 정도로 세상만사가 급변하는 시대입니다. 선거 패배로 물러난 대통령(트럼프)이 불과 4년 만에 다시 ‘명예회복’을 노리고 정치무대의 한복판으로 뛰어든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최악의 경기침체, 은행파산, 유례없는 고물가와 소득불균형 상황에서도 뚜렷한 차기 주자가 보이지 않는 민주당 내부 상황도 놀랍긴 매한가지입니다.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은 미국 역사에서 1912년 이후 처음입니다. 피로감을 느낀다는 미국 유권자의 비중이 무려 40%에 육박(지난 4월 14~17일 야후뉴스와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조사)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바이든의 재출마 선언은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둔 시점에 나왔습니다. 북·중·러에 맞서 한·미·일 3국이 똘똘 뭉치고 있습니다. “내 편이냐, 네 편이냐”를 분명히 하라고 강요하는 미국을 향한 국내 정치권의 인식도 무 자르듯 둘로 쪼개져 있습니다. 사생결단식으로 험한 말을 주고받는 모습이 미국 정치상황을 쏙 빼닮았습니다. 정치혐오를 부추긴다는 측면에서 양비론만큼 무책임한 주장도 없다지만, 작금의 국내정치 현실은 어둡기 짝이 없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거친 발언으로 한반도의 긴장수위를 높이기만 하는 정부·여당의 ‘외교참사’부터, 전·현직 대표가 모두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민주당에 이르기까지 양쪽 모두 누가 누가 못하나 경쟁이라도 하는 듯합니다.
그럼에도 각자의 진영에서 ‘윤석열’과 ‘이재명’의 존재감은 요지부동입니다. 대선 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0.73%포인트 차의 박빙 승부를 이어가는 듯합니다. 내년 총선은 사실상 이들의 ‘리턴 매치’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다른 이들이 들어설 틈이 좀처럼 보이질 않습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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