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사태, 울고싶을 때 뺨때린 격…양·돼지 되지 말라"
건전한 상승장 논란 가운데 주가폭락 불거져
2차전지주 향해 "너무 많은 기대 묻어있어"
효자종목 없지만…"과연 연말까지 효자일까"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그야말로 이슈 블랙홀이다. 2차전지가 이끈 코스닥 시장 급등에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가 제동을 걸었다. 숨가빴던 4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드러난 주가 조작 사태를 두고 이양병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그룹장은 “주식 상승장이 건전한 상승이냐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와중 울고 싶을 때 뺨 때린 격”이라고 했다. 이럴 때일수록 자기 투자 스타일을 제대로 알고 원칙대로 투자해야 성투할 수 있다고도 했다. 스스로 “효자 종목이 없어 아쉽다”고 한탄하지만, ‘과연 올해 말이 돼도 현재 종목이 효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뼈 있는 질문도 던진다. ‘황소’가 되든 ‘곰’이 되든 상관 없지만, 양이나 돼지가 되지 말라는 그를 최근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SG사태, 울고 싶을 때 뺨때린 격
-SG사태 어떻게 보셨나
△올 들어 상승장이 건전한 시장 상승이냐에 대한 논란이 컸다. 통상 소수 종목부터 오르기 시작해서 더 많은 종목으로 확대되는 게 상승장의 전형인데, 지금은 소수 종목들로 압축되지 않았나. 올라탔냐, 아니냐에 따라 소외감이 커지는 과정에서 SG 사태가 터졌다. 울고 싶을 때 뺨 때린 격이다.
-주식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준 사건인가.
△역사적으로 아무 일도 없이 레버리지가 줄어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레버리지를 많이 일으킨 투자는 완화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차이가 있었다면 보통 미국 시장에서 하락이 시작될 때 국내 증시가 더 빠지는 식으로 레버리지가 해소가 됐는데 이제는 자체 이슈로 빠졌다는 점?
-SG 사태가 터지기 전 빚투 경고도 있었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레버리지를 끌어다 썼다면 그 부분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개인들 중에도 투자해서 몇백프로 수익을 낸 경우도 있지 않나.
-지난주 증권사들도 올 들어 처음으로 신용대출 중단 선언했는데 .
△레버리지는 일정 부분 목돈 만들기 위해 필요할 수도 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쓰는 게 중요하다. 증권사들도 돈이 무한정 있는 게 아니다보니 자신들 한도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빚투 규모도 올 들어 20조원 넘었다는데 금액보다는 현재 금리와 유동성 상황에 비춰 봐야 한다. 금리가 내려가서 유동성이 충분히 발생되는 구간에서는 빚 내는 규모 커도 큰 부담이 없다. 근데 금리 레벨이 올라가서 돈 빌리는 데 비용이 더 든다는 상황 자체는 좀 더 리스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선택한 종목이 충분히 낮은 가격이라는 확신에서 투자한 게 아니라, 남들이 다 돈 벌었다고 하니까 그 기업이 뭘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로 유명인이 사라니까 산 투자자들이 과연 언제 그 종목을 팔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은 있다.
-그럼 언제 팔아야 하나.
△기관투자자들한테는 ‘매도의 3원칙’이 있다. 내가 산 종목의 펀더멘털이 훼손됐다든가, 내가 생각한 목표 주가에 도달했을 때, 그리고 현재 종목보다 나은 대안이 생길 때 세 가지 경우에 보통 매도를 한다.
이걸 안 지키고 올라가면 쳐다보고, 빠지면 두려워서 파는 건 원칙이 없는 투자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주식시장에서 투자하려면 나름의 원칙을 갖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
코스닥, 추가 급락은 없을 것
-좋은 종목 선별하는 기준이 있다면.
△세 가지 있다. 먼저 트렌드를 주도하는 업종. 이른바 주도주, 섹터 주도 업종이다. 이런 쪽에 노출돼 있는 종목이 좋다. 다음으로 이익이 적자에서 흑자로 바뀌는 턴어라운드 주식. 또 저평가된 가치주도 좋은 주식이다.
그런데 좋은 주식이라면 빠지기보다는 오를 가능성이 더 높아야 하지 않나. 달리 말하면 너무 많은 기대가 묻어 있는 주식은 피해야 한다고 본다.
-2차전지가 지금 상황에서 그렇게 좋은 주식은 아니라고 들리는데.
△좋은 기업들이다. 하지만 좋은 주식은 아닐 수 있다. 두 가지는 분명 다르고, 다르다는 생각을 해야 투자자로서 내 돈을 지키면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코스닥이 이제 내리막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
=올해 들어 코스닥이 과도하게 올라 어느 정도 조정받을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다. 코스닥 비중을 일정 부분 조정하긴 했지만 크게 하진 않았다.
-이유는.
△반도체나 제약·바이오 등 코스닥의 나머지 주축이 되고 있는 부분들이 너무 빠져 있다. 2차전지가 빠지더라도 그 안에서 일정부분 순환매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코스닥 지수가 여기서 더 크게 급락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올 초에 비해 포트폴리오 구성에 변화가 있었다면.
△시가총액 대형주보다는 개별 종목에 주목했다. 경기와 관계없는 주식들에서 알파가 나지 않겠냐는 접근이다. 지수 자체가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종목에 대한 비중을 높여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다만 지수보다는 과도하게 올랐던 종목을 줄이고 있다. 향후 업사이드가 더 높아 보이는 종목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자산운용의 대표 선수는 ‘현대강소기업증권자투자신탁1호[주식]’다. 중소형주 중에서 사회적 트렌드를 주도하며 성장하는 강소기업 50종목 내외에 투자한다. 최근 3개월간 코스피 지수가 3.98% 오를 때 수익률 11.16%를 기록하며 벤치마크 대비 초과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 들어 효자 종목이 있었다면.
△그 질문 보고 반성했다. 대표 펀드 수익률은 좋았지만 이슈가 됐던 에코프로(086520) 에코프로비엠(247540) 이런 게 없어서… 몇백프로씩 수익이 난 종목이 시장에 있었는데 ‘난 몇십프로 수익을 냈으니 잘 했다’고 얘기하긴 쉽지 않다.
작년부터 괜찮게 본 종목은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다. 삼성전자(005930)가 투자하면서 100% 넘는 수익을 내기에 팔아다. 목표 주가에 도달하면 판다는 매도 원칙에 입각해서. 그런데 얼마 안 가서 두 배가 됐다. 더 갖고 있었으면 펀드 수익률에 더 기여했을 텐데.
-매도 원칙에 입각해서 팔았는데 후회는 안 하나.
△지금까지의 효자종목이라 해서 올해가 끝났을 때도 효자종목이라 말할 수 있을까? 불과 작년 1월을 돌아보자. 없어선 안 될 주식이었던 네이버 카카오(035720) 등. 3분의 1에서 절반 넘게 빠졌는데 지금은 이 주식들 사란 말 안 하지 않나. 주식시장은 그런 것 같다. 내가 수익을 실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본인 원칙에 따르면 그와 관계없는 부분이 발생해도 후회되는 건 없다.
-투자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자기 스타일만 지키면 분명히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곰이 됐든 황소가 됐든 다 돈을 벌지만 돼지나 양은 돈을 못 번다는 훌륭한 격언이 있지 않나. 내가 판단 못 해서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양이나, 과도하게 욕심을 부리는 돼지가 된다면 올바른 수익을 내긴 쉽지 않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신경쓰지 말고 내 스타일을 알고 지키기만 하면 어떤 장세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2003년 서울신용평가정보에 입사한 이 그룹장은 칸서스자산운용, PCA투자운용(현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등에서 운용 경력을 쌓았다. 10여년 간 트러스톤자산운용에 몸담아 오다 2021년 7월 현대자산운용으로 옮겼다. “50세 전에 새로운 부분에 도전해보고 싶었다”는 그는 “어차피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변화의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회고했다.
김보겸 (kimkij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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