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바지 임대인'이 됐습니다"...사회초년생의 사연은?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입니다'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17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사망자 A씨가 거주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 공동현관문에 전세사기 피해 대책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2시 12분께 이곳에서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으나,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숨졌다. 그는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로 아파트 내부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앞서 인천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 2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23.4.17 tomatoy

[파이낸셜뉴스] "인터넷에서 우연히 집주인도 되면서 돈을 받는다는 광고글을 봤다가 이렇게 됐네요."
3일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20대 후반 A씨는 자신이 일명 '바지 임대인'이 된 사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회초년생 A씨는 지난 2021년 3월께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진 가운데 대출 관련 커뮤니티에서 집 계약 명의대여를 해주고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접했다. 당시 대출까지 이미 낸 상태라 상황이 급했던 A씨는 광고글 속의 연락처로 전화를 했고 공인중개사 B씨 일당을 소개받은 것이 안타까운 사연의 시작이었다.

"70만원 준다" 현혹돼 덜컥 등기이전

A씨 주장에 따르면 B씨 일당이 제시한 금액은 단돈 70만원이었다. 불법의 대가로는 너무 적어 보이지만 이는 함정이었다. B씨 일당은 적은 금액이므로 사기 걱정 없이 안전하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관련해 A씨는 "주인이 된 집에 대해 대출을 새롭게 받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아무 지장이 없다고 했다"며 "갭투자는 불법이 아니라고 합법이라고 설명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가로 150만~200만원씩 지급해 주는 공인중개사도 있는데 그런 곳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안심보험이 안 돼 있고 위험한 매물'이라고 설명했다"며 "세금부터 전부 관리해 주고 2년 동안 집값 시세 차익이 나면 그 가운데 일부를 준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A씨는 2년 후 집을 돌려주고 시세 차익 일부를 받는 것으로 알고 각서를 써줬다. 명의대여료 70만원은 현금으로 받았다.

그렇게 A씨는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한 아파트를 계약했다.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A씨가 지급한 돈은 0원으로 전형적인 '무자본 갭투자'였다. 해당 아파트의 매매가는 1억4000만원대로 현재도 그대로다.

해당 계약 이후 B씨 일당은 A씨에게 다른 아파트 매매 계약에도 명의대여를 권유했으나 A씨는 경제적 상황이 나아져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년의 시간 지난 후 A씨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고 자신이 사기 전세사건에 연루됐음을 인식하게 됐다. 세입자 C씨로부터의 전화였다.

A씨는 자신의 임차인인 C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 C씨가 연락이 와서 전세를 마치고 나갈 시 전세 보증금 1억57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한 것이다. 해당 전세 보증금을 본인이 줘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멍해졌다고 한다.

전국임대인연합회 회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 관련 대책을 규탄하고 있다. 이들은 임대차 3법 때문에 집을 팔지 못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며 임대차 3법의 폐지를 촉구했다. 2023.4.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사진=뉴스1

세입자, 집주인 누군지도 몰라

임차인 C씨는 전세 계약을 할 당시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고 한다. 계약금으로 이미 지불한 금액도 있으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험을 이미 들어놔 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B씨 일당으로부터 집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은 들었지만 입주를 결정했다.

C씨는 "HUG에서 집주인이 바뀌었으므로 집주인 정보를 갱신해야 한다고 안내가 와서 그제야 확인해 저랑 계약하기 전날 집주인이 바뀐 것을 알았다"며 "공인중개사를 통해 집주인 A씨에게 연락했더니 너무 어린 사람이 나타났고 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을 봤을 때는 매우 걱정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B씨 등에 대해 "동네에서 오랫동안 해 온 공인중개사가 아니었다"며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매물을 받아 전세 사기를 치고 전세기간이 끝나기 전 동네를 뜨는 식으로 운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C씨가 집주인 A씨의 연락처를 물었을 때까지만 해도 연락이 잘 되던 공인중개사 B씨 일당은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C씨는 "입주한 직후에 이들 부동산업체가 '집을 팔아드린다'는 광고를 붙여둔 것을 봤다"며 "이전 집주인에게서 독점적으로 부동산 매물을 받아 HUG 안심대출이 나올 수 있도록 융자를 관리해 판매한 뒤 수수료를 챙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관할 지방경찰청에서는 B씨에 대해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사실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