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골키퍼 물병 우습게 봤다가...'커닝 페이퍼'가 흔든 축구
오광춘 기자 2023. 5. 3. 07:00
애걔, 물병 하나가 뭐라고. 그런데 이게 축구에 꼬리를 무는 이야깃거리를 선물합니다. 에버턴 골키퍼 픽포드가 골대 뒤에 던져놓은 물병이 그렇습니다. 중계 카메라가 어떻게 알았는지 하찮은 물병 하나를 포착했습니다.
그러나 이 물병엔 레스터시티 주요 선수의 페널티킥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이게 맞을까 싶지만 공격수 메이슨은 골대 가운데로 찰 확률이 60%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레스터 시티가 2대1로 앞선 전반 추가 시간 에버턴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 준거죠. 그리고 예상한 대로 키커는 메이슨, 결과는 어땠을까요. 픽포드는 왼쪽, 오른쪽으로 몸을 던지는 척하더니 한가운데 선 채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메이슨은 정말 한가운데로 공을 찼습니다. 이 골까지 내줬다면 에버턴은 두 골 차로 벌어져 추격 의지를 잃을 뻔했죠. 이 선방이 추격의 계기가 됐습니다. 결국 에버턴은 후반 초반에 동점 골을 넣어 2대2로 비겼습니다.
결과적으로 물병 '커닝 페이퍼' 하나가 승부를 흔든 계기가 됐습니다. 작은 디테일이 커다란 결과까지 움직인 거죠. 픽포드는 지난 2월 리버풀 전에서도 물병에 가득 '커닝 페이퍼'를 준비했다 사진에 찍히고 말았죠. 그때는 페널티킥을 내주지 않아 쓸모가 없었지만 석 달 만에 제대로 그 쪽지의 효과를 봤습니다. 축구의 룰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준비를 한 것이 적중한 것입니다.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물병 하나의 힘입니다.
요즘 골키퍼의 물병 '커닝 페이퍼'는 지혜로운 꼼수처럼 비쳐집니다. 지난해 2월 아프리카네이션스컵 당시 이집트 골키퍼 가바스키의 물병엔 덕지덕지 페널티킥 정보가 담긴 종이가 붙어 있었습니다. 세네갈과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패배를 당하긴 했지만 가바스키는 5번의 슛 가운데 4번의 방향을 제대로 읽었습니다. 지난해 6월 카타르 월드컵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선 호주 골키퍼가 페루 골키퍼의 커닝 페이퍼가 적힌 물병을 멀리 던져버리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그 신경전 덕분인지 승부차기 끝에 월드컵 티켓은 호주가 거머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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