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로 살 것 같아’…소문나기 전 미리 가 본 日 신상 휴양지
대개 오키나와 여행객들은 나하 시내에 호텔을 잡는다. 나하 국제거리에서 한 아름 쇼핑을 마치고 편하게 짐을 숙소로 옮기기 제격이고, 그래서인지 나하에 호텔들이 많이 모여있다. 따라서 많은 근교 투어 상품들이 나하 시내 호텔로 픽업을 가거나 국제거리 등 명소에서 미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나 이틀 정도 나하를 벗어나 외곽으로 투어를 간다고 해도 츄라우미 수족관, 코우리대교 등 북부 지역이 핫하다.
심지어 한 현지인에 따르면 일본 사람들조차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 목적으로 남부를 찾는 경우가 드물었다. 과거 태평양 전쟁으로 수많은 일본 군인이 목숨을 잃은 지역이라는 역사적 이유로 남부를 여가를 즐기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남부 지역은 수많은 미군과 일본군이 숨진 격전지다. 하지만 투어가 북부에만 집중되다 보니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고, 조금씩 남부에 호텔과 여행지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북부와 중부 명소들에 가려졌을 뿐, 오키나와 최남단엔 진주들이 가득했다. 관광지 위주의 북부와 달리 ‘사람냄새가 나는 동네’라는 느낌도 물씬 들었다.
아직 한국인 고객을 거의 맞이하지 않은 오키나와 남부의 숨은 호텔을 파헤치러 먼저 가봤다. 공항에서 직통 셔틀버스를 타니 20분이면 도착했다.
호텔 인근에는 멋있는 건물도, 대단한 명소도 없다. 드넓은 논과 밭, 그리고 비닐하우스 뿐이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메이가 길을 잃어 헤매던 시골 동네를 그대로 옮겨둔 듯했다.
내수 시장을 노리기 때문인지 미식에 총력을 다한다는 느낌이다. 오픈 시점 기준 호텔종업원 500명 중 100명이 요리에 관여하고 있을 정도로 f&b에 특화된 호텔이다. 9종의 레스토랑과 바가 입점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을 꼽자면 ‘바비큐 테라스 해리즈(HAREY’S)’였다.
오키나와에서는 술을 먹고 마지막 해장 메뉴로 스테이크를 먹는다고 한다. 해장국을 먹는 우리 음식 문화와 괴리가 느껴진다. 호텔 시그니처 칵테일 ‘류큐 모히토’, ‘나시로 선셋’을 즐긴 뒤 스테이크로 마무리해 현지식 저녁 식사를 체험해볼 수 있다.
밥보단 빵이 좋은 ‘빵순이’라면 클럽 라운지로 향해야 한다. 조식으로 25가지 이상의 빵이 나온다. 낮 12시까지 여유롭게 하나씩 도장 깨기를 해보자.
“라운지를 무시했다. 최저가만 보고 가장 낮은 등급의 룸 온리 상품만 예약해오던 게 후회스럽다”는 평가도 들려왔다.
수영장 앞 해변도 수심이 얕고 파도가 잔잔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최적이다. 밀물이 충분히 찬 시간대에는 스탠딩 패들보트 등 액티비티 용품을 대여해 해변에서 즐길 수 있다.
근방에 마트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도 단점이다. 호텔에 도착하기 전 필요한 물품을 미리 구매해가는 걸 권한다.
코로나19 와중에 오픈해 아직 해외 여행객 대상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 듯하다. 자국 내 여행객만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인데, 한편으론 번잡하지 않아서 편하기도 하다.
호텔 관계자는 “외국인 이용객 비중을 2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하와이 한 번 갈 돈으로 오키나와는 3번 올 수 있다”며 관심을 바랐다.
류큐 호텔 앤 리조트 나시로 비치가 ‘신상 호텔’로서 일본인들만 즐기는 휴양지가 아닌, 해외 여행객 맞이에도 성공하면서 오키나와에 ‘남부 여행 붐’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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