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도 안 받고 퇴짜 놓은 檢...송영길은 왜 檢을 찾아갔을까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돈봉투 의혹' 관련 지난 2일 검찰에 자진출두했지만 청사 내부 출입조차 거부당했다. 이런 사태가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송 전 대표가 검찰 출두를 감행한 이유를 두고 정치권 안팎의 해석이 분분하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찾았지만 출입증 등록이 돼 있지 않단 이유로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또 본인의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반부패2부 김영철 부장검사와 전화연결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송 전 대표는 청사 현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약 30분간 기자회견을 한 뒤 자리를 떠났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후보 신분이었던 송 전 대표 측 인사들이 현역 의원이나 당직자들 수십명에게 현금 9400만원을 살포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 '돈봉투 살포' 사실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중이다.
송 전 대표가 이날 조사를 받겠다면서 검찰을 스스로 찾은 것은 측근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현실에 대해 심리적 압박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머니투데이 the300과 만나 "검찰로부터 주변인들이 압수수색 등을 받고 있단 점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부터 송 전 대표 주거지 뿐 아니라 송 전 대표 후원조직이자 싱크탱크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송 전 대표 경선캠프 관계자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송 전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두해 첫 마디로 "주위사람 괴롭히지 말고 송영길을 구속시켜 주길 마란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저를 소환하지 않고 저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막 결혼하여 갓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신혼부부, 혼자서 어린 아들을 키우면서 힘겹게 일하고 있는 워킹맘, 20~30대 비서들을 압수수색·임의동행이란 명분으로 데려가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무도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송 전 대표가 추후 구속을 면하기 위한 포석으로 자진출두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검찰 수사가 그동안에 여론몰이식으로 계속돼 왔다. 거기에 대해 좀 부당하다고 송 전 대표가 지금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또한 장차 있을지 모르는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서 도주의 의사가 전혀 없고 도주할 수도 없다, 이런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줘 구속영장 기각의 명분을 쌓겠다는 등 여러가지 포석을 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진녕 법무법인 씨케이 변호사는 머니투데이 the300과의 전화통화에서 "사법리스크를 정치적인 문제로 쟁점화해 자신의 정치적 지지자들한테 호소하는 전략으로 보이는 것 같다"며 "무고함을 밝힌다고 하면 수사 자료 제공 취지에서 진술서나 변호인 의견서 등을 제출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굳이 오라고 하지 않았는데 나가는 것은 정치적인 쇼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가 이런 행보를 지속할 경우 당에 끼칠 영향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송 전 대표가 반복해서 언론에 등장함으로써 '돈봉투 의혹'만 국민들 머릿 속에 더 각인될 것이란 점에서 당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며 "만에 하나라도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을 때의 리스크(위험)도 (당으로서는) 감안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박상평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으로서는 전모를 알 수 없는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녹취파일의 내용이 한쪽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곤혹스러웠을 것"이라며 "의혹의 당사자인 송 전 대표가 귀국해 국민들 앞에 직접 당당히 나서 결백을 주장한다면 당으로서는 오히려 고마워할 일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이런 행동들이 정작 송 전 대표에게는 법리적으로 유리할 게 없다는 법조계의 시각도 있다.
한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로서는 송 전 대표를 조사할 근거 자료를 이제 마련하는 단계"라며 "법률 전문가들이나 실무자들은 (송 전 대표의 이런 행동들을) 오히려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괘씸하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오늘의 출두는 향후 검찰 수사나 영장실질심사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행동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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