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A 수부상지학회, 'K-메디 시대' 마중물 역할...국제연대 끌어낼 것
한국 의료계의 세계 진출을 이끌 또 하나의 든든한 다리가 탄생한다. 오는 6월 출범을 앞둔 '아시아·태평양 정형외과 수부상지학회'(APOA HULS)가 바로 주인공이다. 한국 의료의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협력과 연대라는 국제 의료계의 흐름을 이끌어나가겠다는 포부다.
오는 6월 30일~7월 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창립 기념 국제학술대회(APOA HULS 2023)도 준비 중이다. 호주,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태 지역 15개국에서 500여 명의 수부·상지(손과 어깨·팔꿈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내 정형의학계의 대표적인 국제통인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전인호 교수가 학회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중책을 맡고 나섰다. 지난 1월부터 향후 2년간 회장직을 맡게되는 전 교수를 만나 학회 설립 취지와 미래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 "K-메디의 시간 온다... '집단지성의 국제연대' 주도해야"
지난 30년 동안 의료계의 국제통으로 활약해 온 전인호 회장은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한국 의료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체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류가 K-팝의 시대로 흘러갔듯이 'K-메디'의 시대가 곧 도래한다는 예감이다.
"지난 1년간 서울아산병원의 국제사업실장과 국제진료소장을 겸임해 오며 우리 의료계도 점차 국제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위치가 됐다고 느꼈습니다. 동시에 한국 의료의 글로벌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할 기회도 많았습니다.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제 의료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의 협력에 방점을 찍은 APOA 수부상지학회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게 전 회장의 분석이다.
"의학계에도 '집단지성'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습니다. 집단지성의 시대엔 학교나 국가의 지위가 상관없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다수가 서로 작용하고 뭉치면서 끌어내는 통합된 의견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우리 의료계가 이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서 이런 세계적인 흐름을 보조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 동안의 온라인 학술 교류로 소수의 '빅네임' 거장에게 집중했던 시선이 이젠 낙후국가와 시골 구석구석까지 미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가볍게 지나쳤을 법한 환경의 다양한 치료 경험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세계 의학계가 깨닫고 있습니다."
학회는 오는 6월 열리는 'APOA HULS 2023'을 단순히 전문지식을 발표하는 행사 이상의 자리로 준비하려 한다. 학회에게 이번 이틀간의 행사는 한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국내와 아태 지역 곳곳의 정형의학계 전문가들에게 '의학적 집단지성'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득하고 서로의 뜻을 모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APOA 수부상지학회가 '상호협력'을 점점 더 중시하고 있는 국제 의학계의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이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는 셈이다.
◆ "제3세계 의료 경험도 소중히 여기는 '다양성의 학회'로"
전 회장은 우리 의료계의 국제적 역할을 새로 정립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젠 국제사회에 베풀고 의료 낙후 국가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수부상지학회가 국제 협력 학회로 APOA를 선택한 지점이기도 하다.
APOA는 선진 의료 기술을 배우려는 열망이 강한 제3세계 국가의 정형의학계가 최근 활발히 교류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아태 지역의 대표적인 정형외과 분야 의학회 중 한 곳인 APOA는 1962년 창립한 이래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 40여 개국, 6만 5000여 명의 회원이 모여 있다. 수부상지학회 외에도 족부(발)·고관절·무릎·척추 등 총 12개의 분과학회도 활동 중이다.
"이제 한국 의료계도 다른 국가들에 소중한 경험을 나눠줄 때가 왔습니다. 우리 한국 의료계가 국제 학회를 조직하고, 또 국제 학술대회를 이곳에서 개최해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 APOA엔 라오스, 캄보디아를 비롯한 수많은 아태 지역의 제3세계 국가들이 우리의 의료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오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향후 한국 학계의 '이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것입니다. 국적과 배경에 상관 없이 의사들의 공통적인 기본 질문은 '내 환자를 어떻게 잘 볼 수 있는지'입니다. 그런데 치료라는 것엔 '절대'라는 것은 없어요. 환경에 따라 답이 다릅니다.
이번 행사는 환자 치료라는 '절대적인 고리'를 기반으로 '다양한 환경'의 의학적 경험을 교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향후 APOA 수부상지학회는 '의학계에서도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치를 내건 선봉장이 될 것입니다"
실제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참석자들은 학회 후 국내병원에서 연수할 수 있는지 문의하고 있다. 전 회장은 "이 부탁을 듣고는 저보다도 오히려 우리 학회원들이 기꺼이 시간을 내어 경험과 기술을 공유해 주시겠다고 얘기해주셨다"면서 이같은 연수 프로그램을 공식·정례화할 방안도 모색 중이다.
◆ "최고 수준 전문가 양성해 국내서도 사회적 역할"
APOA 수부상지학회에 모인 전국 각지의 중진·신진 정형외과의들은 국제학술대회 준비로 분주한 가운데서도 우리 의료계의 미래와 방향성을 함께 고민했다. 전 회장은 특히 젊은 연구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의학계의 위상은 이제 '글로벌 스탠다드'로 올라서는 단계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는 단계를 넘어 그런 연구를 만들고 출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선 국제적 감각이 좋은 젊은 연구자들에게 충분한 역할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50~60대의 중진 연구자들이 할 일은 먼저 쌓아왔던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을 나눠주며 젊은 후배들의 빠른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입니다.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엄청난 시간과 의도적인 노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학회는 최고 전문가들이 후배들에게 자신의 노력과 시간을 공유하는 자리가 돼야 합니다.
우리 학회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이런 최고 수준의 전문가 선배들이 함께하면서도 스스로 먼저 권위와 하이어라키(높은 지위)를 조금은 더 내려놓고 젊은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분위기가 활발하다는 점입니다."
실제 APOA 수부상지학회에는 △전남대병원 김명선 교수(사무총장) △한양대병원 이봉근 교수(재정위원장) △분당차병원 한수홍 교수(수부분과 학술위원장) △고려대 안암병원 정웅교 교수(상지분과 학술위원장) △세브란스병원 최윤락 교수(학술위원회) △충남대병원 차수민 교수(학술위원회)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뜻을 함께 하며 후배 의사들과 교류하고 있다.
"단순한 지식과 정보만을 전달하는 일반 전문가의 모임을 넘어 시간과 의도된 노력이 누적한 경험과 지침을 내줄 수 있는 최고 전문가의 모임으로 키워내려는 일은 우리 학회의 국내 목표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 학회원 모두가 무분별한 의료정보가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환자와 대중에게 명확한 치료정보와 진료 지침, 올바른 의료 방향성을 제공하는 사회적 역할도 감당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을 성공입니다."
[관련기사=APOA 수부상지학회 초대회장에 서울아산병원 전인호 교수 (https://kormedi.com/1580709/)]
최지현 기자 (jh@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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