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동반 챔피언 노리는 예비 부부’ KGC 배병준♥우리은행 고아라

조영두 2023. 5. 3.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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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오는 5월 13일 한 쌍의 농구선수 부부가 탄생한다. 안양 KGC 배병준과 아산 우리은행 고아라가 그 주인공이다. 최준용(SK)의 소개로 만난 이들은 약 2년 반의 교제 끝에 부부가 되기로 약속했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아산 우리은행은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정규리그 1위에 오른 안양 KGC 역시 통합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동반 챔피언을 노리는 예비 부부 배병준과 고아라의 러브 스토리를 점프볼이 담아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먼저,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나요?
병준_(서울) SK 시절에 (최)준용이와 같이 살았는데 어느 날 ‘좋은 사람 알게 됐다. 소개시켜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여자친구를 소개받았어요. 연락하고 지내다가 제가 고백하면서 사귀게 됐죠.

아라_저도 똑같았어요. 준용이가 ‘좋은 사람 소개시켜주겠다’고 해서 남자친구와 만나게 됐죠. 사실 제가 집순이어서 처음엔 만날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연락이나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소개를 받았는데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같이 하면서 가까워졌어요. 처음 만나기 전 일주일 동안 매일 모바일 게임 하면서 어색함이 풀리지 않았나 싶어요.

서로의 첫 인상은 어땠나요?
아라_상남자 스타일이에요. 첫 만남에 한강에 가서 돗자리 깔고 시간을 보냈어요. 둘 다 농구를 해서 그런지 대화가 잘 통해서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집에 데려다줬는데 갑자기 전화를 하더니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거 맞지?’라고 고백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첫 만남에 고백을 받아서 사귀게 됐어요.

병준_저는 시간 끌기가 싫었어요. 좀 더 연락하면서 밀당 할 수 있지만 사귀면서 알아가도 되는 거잖아요. 첫인상은 예뻤어요. 쑥스러워서 얼굴을 잘 못 봤죠. 분위기가 쳐지지 않도록 시덥지 않은 말을 계속했어요. 근데 다 받아주더라고요, 진짜 대화가 잘 통했던 것 같아요.

같은 농구선수라서 만나기 망설여지진 않았나요?
아라_어릴 때만 해도 농구선수는 만나지 않으려고 했어요. 친구로만 잘 지낼 뿐이었죠. 솔직히 저도 농구선수와 결혼할 줄 몰랐어요. 그렇게 걱정되는 건 없어요. 직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남자친구 사람 자체가 너무 좋거든요.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병준_저도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어릴 때는 ‘농구선수 어떻게 만나냐’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여자친구와 사귀게 된 뒤로 자연스럽게 팀 동료들에게 먼저 말했어요.

성격, 취향, 식성 등 서로 잘 맞나요?
병준_정말 잘 맞아요. 여자친구가 게임을 좋아하는데 저도 핸드폰으로 게임을 즐겨하거든요. 그리고 제가 신발에 관심을 가졌을 때 이미 여자친구는 신발 모으는 걸 하고 있었죠. 우리 목표가 집에 게임룸, 드레스룸, 신발룸 등을 따로 만들어서 꾸미는 거예요. 식성은 둘 다 잘 먹어서 큰 문제는 없었어요.

아라_남자친구가 회를 좋아하는데 저는 못 먹어요. 그래서 좀 미안해요. 고맙게도 회 이야기를 안 하더라고요. 이거 하나 빼고는 다 잘 맞는 것 같아요.

농구선수 직업 특성상 일반적인 연애와 다른 점이 있다면요?
아라_자주 못 만나요(웃음). 근데 일반인과 연애하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에요. 스케줄이 너무 다르니까 자주 못 보는 것 같더라고요. 우리는 이게 일상이니까 당연히 이해하는데 일반인과 연애하는 선수들은 오히려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병준_그래도 지금은 여자친구 시즌이 끝나서 자주 만나는 편이에요. 시즌 때는 한 달 동안 못 만난 적도 있어요. 그럴 때 조금 힘들긴 하지만 이제 결혼하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데이트는 주로 어디서 많이 하나요?
아라_여기저기 많이 다녀요. 특히 이태원에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이태원에서 피자 먹고, 카페도 가죠. 한강도 가끔 가고요. 일반인들과 다를 건 없어요.

병준_서울에서는 이태원에 자주 가요. 이태원 나이키에서 쇼핑하고, 신발을 많이 봤죠. 근처 맛집도 많이 알아서 그런지 며칠 전에도 이태원 피자 맛집에 다녀왔어요. 여자친구가 안양으로 오면 범계역 근처에서 많이 만나는 편이에요.

“함께 우승반지 끼면 좋을 것 같아요”
평소에 농구 이야기 자주 나누나요?

병준_자주 해요. 여자친구가 조언을 많이 해주죠. 경기력이 안 좋을 때는 옆에서 다그치기도 하고, 힘들 때는 다독거려줘요. 반대로 저는 크게 이야기를 안 해요. 부상 조심하고, 살살 뛰라고만 말해주는 정도죠.

아라_농구 이야기하면 듣기 싫을 수도 있는데 잘 들어주고, 고맙다고 말해줘요. 저는 작년 FA(자유계약선수)에서 (부천) 하나원큐와 협상이 결렬됐을 때 생각이 나요.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때 본인이 저를 먹여 살릴 테니 농구 그만두라고 하더라고요. 아마 일반인 남자친구였으면 쉽게 그만두라고 못 했을 거예요. 같은 농구선수라서 의지가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무릎이 좋지 않은 걸 아니까 무리하지 말라고 자주 말해줘요.

공교롭게도 배병준은 슛이 장점, 고아라는 슛이 약점으로 지적받는 선수였습니다.
아라_남자친구가 3점슛도 좋지만 지금은 미드레인지 점퍼도 정확해요. 저를 많이 가르쳐주기도 했죠. 우리은행 이적 후 감독, 코치님들이 많이 신경 써주셔서 슛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고 생각해요. 경기 중에 슛이 들어가면 ‘나는 배병준이다’ 최면을 걸기도 하죠(웃음). 남자친구 경기 보면서 많이 배우는 점도 있어요. 근데 워낙 슛이 좋아서 따라 하기는 힘들더라고요.

병준_저는 여자친구 슛이 약점인줄 몰랐어요. 경기 중에 슛 던지는 걸 보면 약하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가르치려고 하진 않고 타점을 좀 더 올려봐라, 미드레인지 점퍼도 연습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을 해주는 편이에요.

아라_경기 중에 상대 팀이 저를 많이 버리는데 슛에 자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없지도 않아요. 가끔은 오히려 좋을 때도 있어요. 편하게 슛을 던질 수 있으니까요. 남자친구는 수비가 타이트하게 붙어서 슛 찬스가 많이 안 나더라고요.

평소 서로의 경기를 많이 챙겨보는 것 같은데요?
병준_KGC 치료실에 TV가 있는데 KBL 경기가 없을 때는 여자친구 경기를 틀어놔요. 그러니까 점점 동료들도 관심을 갖더라고요. 저는 여자친구가 다치지만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보는 것 같아요. 출전시간이 너무 길면 ‘왜 저렇게 많이 뛰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아라_남자친구가 잘하면 당연히 너무 좋아요. 근데 저도 같은 농구선수라서 그런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더라고요. 남자친구 경기를 못 챙겨볼 때도 ‘다치진 않았겠지?’라는 걱정을 항상 해요.

올 시즌 우리은행은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KGC도 통합 우승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라_남자친구가 지난 시즌 SK에서 통합 우승을 했는데 출전시간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확 와 닿지 않았어요. 그래도 우승반지를 받으니까 부럽더라고요. 사실 부부가 동반으로 우승반지를 끼는 게 흔치 않잖아요. 아직 KGC가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지만 너무 뿌듯하고 자랑스러워요. 저는 벌써 신혼집에 우승할 때 입었던 유니폼과 반지를 함께 어떻게 진열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생각만 해도 너무 예쁠 것 같아요.

병준_저는 솔직히 여자친구 걱정은 하지 않았어요. 우리은행이 독보적인 우승후보로 꼽혔으니까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우리은행 우승하는 걸 현장에서 봤는데 영화 같더라고요. 가족으로서 보니까 특별한 감정이 들었어요. 그리고 흔쾌히 보내주신 김상식 감독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음날 경기가 있었는데도 오히려 어떻게 왔다 갔다 하냐고 걱정해주시더라고요. 이제는 우리 팀이 잘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서로 사귄다고 했을 때 주변 동료들 반응은 어땠나요?
병준_여자친구가 인스타그램에 저와 같이 찍은 사진을 올리고 난 뒤로 다른 팀 선수들이 엄청 놀랐어요. (정)창영(KCC)이 형이 여자친구와 친구인데 만날 때마다 “고아라 남친”이라고 하더라고요. 청첩장 주면서 “축의금 누구한테 낼 거냐” 했더니 고맙게도 “둘 다 해야지”라고 말해줬어요. (김)종규(DB)도 여자친구를 아는데 먼저 와서 잘 만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나중에 같이 밥 한 번 먹기로 했어요.

아라_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는 거예요. 그래서 “누구세요” 그랬더니 “와, 내 번호 없어? 끊어”라고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창영이였어요. 제가 미안해하니까 “축의금 남자친구한테 주겠다”라고 장난쳤어요. 그리고 종규는 제가 먼저 (배)병준이랑 사귄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러니까 엄청 착하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다시 한번 남자친구가 진짜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죠.

“아들 낳으면 꼭 농구 시킬 거예요”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병준_결혼하면 행복하게 살 것 같았어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여자친구와 평소에도 “우리 결혼하면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아”라고 자주 이야기하곤 했어요.

아라_결혼하자고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진행됐어요. 이 남자와 결혼하면 믿고 살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전에는 결혼할 나이이긴 했어도 계획이 없었는데 남자친구와 결혼하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결혼 준비하면서 다툴 일은 없었나요?
병준_준비할 때 무조건 여자친구한테 맞췄어요. 청첩장, 신혼여행지, 결혼식장, 헤어숍까지 전부 다요. 그래서 딱히 다툴 일이 없었죠. 사실 여자친구가 준비를 거의 다 해서 저한테 맞춰줬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웃음).

아라_의견이 다를 때는 대화를 통해 맞춰가려고 해요. 결혼 준비하면서 사소한 걸로 싸운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요. 원래 식 올리기로 한 결혼식장 말고 다른 곳을 잡아놨었어요. 계약금 300만 원을 걸었죠. 근데 제가 딱 한 군데만 더 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남자친구한테 말했고, 같이 갔는데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래서 전에 예약했던 곳을 파기하면서 계약금 300만원이 날아갔어요. 그런데도 남자친구가 괜찮다고 해줘서 고마웠죠.

병준_그래서 EASL 챔피언스 위크를 꼭 우승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생겼어요(웃음). 300만 원 채우려면 우승 보너스를 받아야 되니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결혼식장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여자친구가 너무 마음에 들어 해서 바꾸기로 했어요.

신혼여행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병준_몰디브로 가요. 제가 미국을 한 번도 안 가봐서 여자친구한테 미국으로 가자고 말했어요. 근데 여자친구는 미국을 자주 가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몰디브 이야기를 꺼냈어요. 몰디브가 허니문 로망이 있는 휴양지잖아요. 미국은 나중에 가족들과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몰디브로 최종 결정했어요.

아라_저는 결혼 준비하기 전부터 몰디브에 대한 생각이 있었어요. 유튜브로 영상을 찾아보니까 너무 멋있더라고요. 그리고 신혼여행 아니면 갈 이유가 없다고 들었어요. 가격대가 비싸긴 했는데 남자친구가 흔쾌히 동의해줬죠. 가서 잘 쉬다 올 것 같아요.

만약, 2세를 낳는다면 농구선수로 키울 생각이 있나요?
병준_아들, 딸 한 명씩 낳고 싶은데 제가 둘 다 농구를 시키자고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여자친구가 아들은 찬성하지만 딸은 못 시킨다고 하더라고요. 아들은 둘 다 무조건 찬성이에요. 저와 여자친구가 잘 아는 분야니까 좀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들은 꼭 농구를 시키고 싶어요.

아라_만화 ‘슬램덩크’를 보면 정우성이 아빠와 밤늦은 시간까지 일대일을 하는 장면이 나와요. 결국엔 아빠를 뛰어넘죠. 저는 아들이 남자친구한테 많이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딸은 여자농구 인프라가 작고 열악해서 선뜻 못 시키겠더라고요. 그리고 워낙 힘든 걸 제가 아니까요. 딸이 간절하게 원한다면 시키겠지만 꼭 농구를 해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병준_나와 만나는 동안 옆에서 챙겨주고 신경 많이 써줘서 고마워. 농구인생 막바지를 달리고 있는데 고생 많았어. 우리 둘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도록 내가 노력 많이 할게. 사랑해.

아라_나도 우리가 만난 게 큰 행운이자 행복이라고 생각해. 지금까지 서로 잘 만났던 것처럼 결혼해서 좋은 가정 꾸렸으면 좋겠어. 살면서 좋은 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잘 버텨내서 늙어도 행복하고 연애하는 마음으로 살자. 내가 힘들 때 옆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줘서 고맙고 사랑해.

▼배병준 프로필
생년월일

1990년 8월 9일
신장/체중/포지션
191cm/87kg/슈팅가드
출신학교
화원초-용산중-용산고-경희대
드래프트
2012년 10월 드래프트 2라운드 5순위 창원 LG
선수 경력
2012~2018 창원 LG
2018~2020 안양 KGC
2020~2022 서울 SK
2022~현재 안양 KGC

▼ 고아라 프로필
생년월일

1988년 9월 23일
신장/포지션
180cm/스몰포워드
출신학교
숭의초-숭의여중-숭의여고
드래프트
2007년 드래프트 1라운드 4순위 구리 금호생명
선수 경력
2007 구리 금호생명
2007~2012 춘천 우리은행
2013~2018 용인 삼성생명
2019~2022 부천 하나원큐
2022~현재 아산 우리은행

▼ KBL·WKBL 오프시즌 결혼 일정
4월 29일_박다정(우리은행)
5월 7일_한채진(전 신한은행)
5월 13일_배병준(KGC)♥고아라(우리은행)
5월 20일_이승현(KCC), 박지훈(가스공사), 박지훈(KGC), 정인덕(LG)
5월 27일_이대헌(가스공사), 최원혁(SK)
5월 28일_차바위(가스공사)
6월 3일_전성현(데이원)

# 사진_고아라,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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