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향한 '열정'적 관심, 잊혀지지 않으려 '냉정'해야할 이적[초점]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이강인(22·RCD 마요르카)이 잘할수록 그를 영입하기 위한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적 전략의 실패로 '잊혀진 유망주'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이강인에게 필요한 것은 현 상황을 즐기는 마음이 아닌, 면밀히 분석하는 냉정함이다.
이강인은 지난 2일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리그 경기 포함 최근 3경기 3골을 넣고 있다. 올 시즌 전체로는 리그 6골 4도움으로 한국인 최초 라리가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수립한 이강인은 라리가 4월의 선수 후보는 물론 2022~2023시즌 라리가 '올해의 미드필더' 후보에도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올 시즌 초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활약을 보인 것을 인정받고 있다.
이강인이 시즌 내내 마요르카의 공격 에이스 역할을 하자 지난 1월 겨울 이적시장서 많은 팀들이 관심을 보였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은 물론 스페인 라리가의 강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역시 이강인을 적극적으로 원한다고 전해졌다. 당시 이적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이강인을 향한 러브콜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AT마드리드는 물론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 그리고 EPL의 다크호스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아스톤 빌라 등이 이강인 영입을 노린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이강인의 올 여름 이적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빅클럽 이적을 노려볼 수 있는 이강인이다. 선수 입장에서 폼이 한창 좋을 때 유명 팀으로 이적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AT 마드리드나 토트넘과 같은 유럽 양대리그 상위권 팀을 22세의 나이에 간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짧은 패스로 빠른 역습을 추구하는 AT 마드리드, 중원과 상대 위험지역 사이에서 위협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미드필더가 없는 토트넘은 이강인에게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는 팀에서 꾸준한 출전을 보장받기는 쉽지 않다. 이강인이 여름 이적 후 선발 자리를 차지한다고 해도 이어질 겨울과 여름에 영입될 자원의 수준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기에 더욱 험난한 주전 경쟁이 예상된다. 이미 라리가 발렌시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마요르카로 이적한 경험이 있는 이강인이 최악의 경우 또 다시 뛸 곳을 찾아 떠나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팀의 수준을 확 높이는 이적을 했다가 어려움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포르투갈의 헤나투 산체스는 조국의 유로 2016 우승을 이끌고 벤피카에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맹주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지만 너무 높아진 팀 수준으로 인해 적응에 실패하며 커리어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물론 당시 산체스는 22세의 이강인보다 더 어린 18세이긴 했지만 그를 원하는 열기는 이강인 이상이었다.
축구 선수의 전성기 나이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봤을 때 이강인은 아직 젊다. 20세에 독일 함부르크에서 레버쿠젠으로 이적해 첫 팀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2년간 경험을 쌓고 EPL 상위권의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의 사례도 있다. 2010년대 초반 함부르크처럼 마요르카 역시 4대리그 중하위권 팀으로 볼 수 있기에 유럽대항전 경쟁력이 있으면서 주전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는 팀을 한 번 거치는 것도 방법이다. 현재로서는 EPL의 아스톤 빌라가 이에 가장 가까운 선택지다.
물론 이강인이 AT 마드리드와 같이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호성적을 모두 노릴 수 있는 팀에 가서 단번에 적응하고 잘할 수도 있다. 감독의 전술, 동료와의 호흡이 잘 맞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오로지 눈앞의 이름값만 보고 이적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커리어 전성기에 하는 이적이 아니기에 빅클럽에 가기 위해 반드시 무리할 필요도 없다. 전술부터 성장 가능성까지 냉정하게 따진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재능이 다음 층을 향해 계단을 오르려 한다. 계단 하나의 높이가 더욱 높아진 지금, 처음 내딛는 한 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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