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골든타임]곳곳서 피해…사각지대 어쩌나

채신화 2023. 5. 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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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대상요건 6개→4개로 완화
미추홀구는 대부분 충족…나머지는?
"가려내기 그만…'사각지대' 없애야"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대책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 대상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대상이 되는지 살피는 데만 최장 75일이 걸리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책의 허점을 살펴보고 또다른 피해를 막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등을 들어봤다.[편집자]

'왜 나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구제 사각지대' 우려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까다로운 피해자 대상 요건을 일부 완화했으나 여전히 다수의 피해자가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전세사기의 온상이었던 인천 미추홀구에선 피해자 대부분이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사기 피해가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는 만큼 더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상요건 완화…"인천 미추홀구는 대부분 해당"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특별법 적용 요건 수정안을 제시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을 기존 6가지에서 4가지로 완화한 내용이 골자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 받은 임차인 △임차 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서민 임차주택 △수사 개시 등 전세사기와 연관성 △피해자 다수 발생할 우려 존재 △보증금 상당액 못 받을 우려 등이다.▷관련기사:전세사기 피해 대책 영끌했지만…벌써 사각지대 걱정(4월27일)

이들 항목을 빠짐없이 충족한 임차인만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항목에 표기된 '다수', '상당액' 등처럼 모호하고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국토부는 이같은 지적을 반영해 피해자 인정 요건을 △대항력·확정일자 요건을 충족 못해도 임차권 등기를 마친 경우 △경·공매 개시되지 않더라도 임대인이 파산·회생절차 개시한 경우 △대상주택 면적 요건(전용 85 ㎡ 이하)삭제·보증금 최대 4억5000만원까지 인정 △임대인의 기망 등 전세사기 유형 폭넓게 인정 등 4가지 요건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구제를 받게 됐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의 조사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 일대 피해 임차인들의 평균 임차보증금은 8800만원으로, 전체의 75%가 임차보증금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에 해당했다.

보증금 3억원을 초과하는 7가구는 최고가가 3억7000만원으로 모든 가구가 특별법 지원대상에 충족됐다.

또 전세사기 의심 요건이 확대됨에 따라 특정 건축주에 의한 동시진행 방식으로 이뤄진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 대부분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고의성 등이 인정될 것으로 봤다. 

전세사기 피해자 대상요건 수정안./그래픽=비즈워치

'사각지대' 여전…"피해자 가려내기 그만"

그러나 정부의 조치에도 '구제 사각지대' 우려는 꺼지지 않고 있다. 일부 문턱을 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피해자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다소 남아서다.

대항력·확정일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도 임차권 등기를 마치면 대상에 포함된다고 했지만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시 확정일자 및 전입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대항력이 없으면 임차권 등기도 어렵다.

대상을 '경·공매 개시한 피해 주택'에서 '임대인 파산·회생절차 개시한 경우'까지 포괄해서 확대한 것도 결국 임대인이 움직이기 전까진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는 셈이다. 

서민임차주택의 범위도 최대 4억5000만원(3억원에서 150%까지 설정)으로 확대됐으나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경우 등 가족이 많아 보증금이 그보다 높은 주택도 있다. 

미추홀구는 피해주택 대부분이 범위 이내라고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피해 주택이 나오고 있는 만큼 피해 금액이 더 큰 피해자들이 나올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서민임차주택의 보증금 기준을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 있다. '임대인의 기망 등' 역시 기준이 모호하다. 

김주호 전세사기피해자전국대책위 실무담당 팀장은 "피해 대상 요건을 줄인 게 아니라 네 가지로 합친 셈"이라며 "전세사기 피해 사례가 계속해서 새롭게 나오고 있는데 이런 사례들이 충분히 파악이 안 된 채로 급하게 정책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4월27일 대책을 발표한 이후 부정적 여론이 들끓자 나흘 만인 5월1일 대상요건을 수정했다. 

김 팀장은 "정부가 최대한 많은 피해자를 포괄하기 위한 안을 냈으면 불필요한 과정이 적었을텐데 피해자를 가려내는 방식으로 접근해서 오히려 혼란이 생겼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고 시장에 미치는 여파를 줄이기 위해선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팀장은 "피해 대상 요건은 and(모두 충족)가 아니라 or(일부 충족)로 할 수 있게끔 해서 피해를 다 인정하되 사례별로 프로그램을 달리 적용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도 "처음부터 구제 적격자를 찾는 식의 엄격한 대책이었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임대차시장이 흔들릴 정도로 전세사기 피해 여파가 크기 때문에 피해자 대부분이 피해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더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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