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녹취록'에 與 '산 넘어 산'…태영호 징계 수위에 영향은

신윤하 기자 2023. 5. 3.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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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공천 개입 문제 건드려"…경징계→중징계 가능성
과거 '공천 분란' 재현 우려…"김재원보다 중해" 목소리도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2023.5.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2대 총선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에 대한 옹호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녹취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당내에선 윤리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가 중징계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이번 논란이 당 차원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실 당무개입' 의혹에 다시 불을 지핀 만큼, '김재원 최고위원 징계보다 중한 사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3일 여권에선 태영호 최고위원의 녹취와 관련, '공천개입'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9일 녹음된 것으로 보이는 녹취에 따르면, 태 최고위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좌진을 대상으로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책과 관련해 적극 옹호하지 않았다는 질책을 이진복 수석에게 들었다. 이 수석이 최고위원으로서 마이크를 잘 활용하면 공천 문제는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언이 녹취된 때는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으로 '제3자 변제안'을 제시하고 국민 여론이 악화했던 시기다. 태 최고위원의 발언이 사실일 경우, 대통령실이 공천을 압박 수단으로 삼아 여당 지도부에 정부 옹호를 요청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태 최고위원은 녹취록이 공개되자 '사실무근'이라며 신속하게 해명에 나섰다. 또한 지난 1일 관련 보도가 나오기 직전 김기현 대표를 직접 찾아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수석에게는 직접 전화해 "본의 아니게 이렇게 돼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장은 지속되는 모양새다. 당 내부에선 벌써 '옥새파동'과 같은 공천 분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20대 총선 과정에서 김무성 전 대표가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면서 부산으로 내려가 잠적하는 '옥새 파동'을 겪었다. 당시 이 사건은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 원인으로 꼽혔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에선 전·현직 검사 50여명이 공천될 것이라는 '검사 공천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의 조기진압이 실패하면 공천 분란이 확산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당무개입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당원투표 100%'로 전대 룰이 변경된 후 당대표 선거에 불출마하고,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서 해임된 뒤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과정에서 '윤심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당 안팎에선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 '쓰레기(Junk) 돈(Money) 성(Sex) 민주당' 발언으로 이미 물의를 빚은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리위와 당무감사위를 출범하고 정책조정위원회를 강화하는 등 당의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힘을 잃을 수도 있는 까닭이다.

윤리위원회가 해당 사안을 고려해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가중할 것이란 게 당 내부의 중론이다. 현재는 녹취록과 관련한 안건이 윤리위에 상정돼 있지 않지만, 당무감사위원회의 별도 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윤리위가 직권으로 안건에 회부할 가능성도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윤리위가 제주 4·3 관련 발언, JMS 민주당 발언보다 녹취록 사태가 심각하다고 본다면 위원회에서 직권으로 안건에 회부할 수 있다"며 "녹취록은 대통령실의 민감한 공천 개입 문제를 건든 것이기 때문에 윤리위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초 '5·18 정신 헌법 수록 불가',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은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가 예상됐지만, 태 최고위원의 논란은 역사관에서 비롯한 문제라 경징계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태 최고위원이 내년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하는 수준의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핵심 관계자는 뉴스1에 "녹취록으로 논란을 빚은 현재, 김재원 최고위원보다 태영호 최고위원의 발언이 더 중한 사안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윤리위 차원에서의 합리적인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고위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태 최고위원 본인이 과장해서 한 얘기라고 했으니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며 "해당 녹취록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무감사위원회나 윤리위원회를 거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는 해당 발언이 과장이자 사실이 아니라는 태 최고위원의 해명에 따라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태영호 최고위원이 '과장했다'고 말하고 그칠 문제인지는 이번 논란이 여론에 미치는 파장을 보고 나서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sinjenny9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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