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잘난 척 하는 취임 1주년 행사, 국민 앞에 예의 아냐”
대통령실 앞마당서 분식 등 대접
“변화 느린 부분, 다음 1년 더 속도
1주년 회견한다며 자화자찬 안 해”
中의 韓·美 ‘워싱턴 선언’ 반발에
“北 제재 불참 탓 선택 여지 없어”
윤석열 대통령은 2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취임 1주년(10일) 소회에 대해 “비판도 받고 격려도 받고 하다 보니 벌써 1년이 됐다”며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는 속도를 더 내고, 또 변화의 방향을 조금 더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중국이 한미 정상회담의 ‘워싱턴 선언’에 반발하는 데 대해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중국이 제재에 전혀 동참을 안 하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단이 4일 개장하는 ‘용산어린이정원’을 둘러본 뒤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 마당에서 가진 점심 자리에 깜짝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정권 교체라는 것이 뭐 있겠나. 나라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열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단한 도어스테핑과 관련해선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라며 “그런데 나는 살이 찌더라고”라고 농담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습관이 돼서 꼭두새벽에 눈을 떠서 언론 기사 스크린을 다 한다. 여전히 용산의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들은 꼭두새벽부터 제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어린이정원 개장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어린 아이들이 뛰어놀 데가 너무 없는 것 같아 여기는 어린이정원으로 이름을 붙였다”며 “옛날에 미군이 쓰던 축구장과 야구장이 있다. 조금 손질해 가지고 유소년 축구대회와 야구시합을 하고 있는데, 가급적 어린이들한테 이 공간을 많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 메뉴는 윤 대통령이 직접 고른 김밥과 순대, 떡볶이, 닭강정,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기자단과 오찬에서 미국 국빈 방미 때 일화 등도 직접 소개했다.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American Pie(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던 상황을 떠올리며 “갑자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무대 위로 내게 올라와 달라고 했다. 만찬 전날 친교 행사를 굉장히 정성스럽게 준비했는데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고, 그래 가지고 앞에 1절 한 소절을 그냥, 그런데 부르니까 또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사가 생각이 안 났으면 아주 망신당할 뻔했다”고 했다. 한·미 확장억제 강화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하버드대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대해선 “원래 질문이라는 것은 다 날카롭다. 받는 사람은 날카롭고, 던지는 사람은 부드럽다고 생각하고 던지는데”라며 웃었다.
미국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중국에서 불편한 반응이 나왔던 것과 관련한 기자단 질문에는 “중국이 우리한테 적대행위만 안 하면 서로 계약을 정확히 지키고 예측 가능하게 하고, 상호존중하면 중국하고 얼마든지 경제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 간 워싱턴 선언을 하고 핵 기반으로 안보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우리한테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려고 하면 핵 위협을 줄여주든가, 적어도 핵 위협을 가하는 데 대한 안보리(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는, 국제법은 지켜줘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돌아보며 “1년 지나면서 좀 익숙해지는 것 같다. 정치 처음 시작할 때는 TV 토론 인터뷰한다고 방송국을 가니까 분장실로 데려가서 막 하는데 그때 내가 정치 괜히 시작했구나, 나는 살면서 헤어드라이기 한번 안 써본 사람인데. 얼굴에 로션도 발라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곽은산·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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