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잘난 척 하는 취임 1주년 행사, 국민 앞에 예의 아냐”

곽은산 2023. 5. 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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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과 깜짝 오찬
대통령실 앞마당서 분식 등 대접
“변화 느린 부분, 다음 1년 더 속도
1주년 회견한다며 자화자찬 안 해”
中의 韓·美 ‘워싱턴 선언’ 반발에
“北 제재 불참 탓 선택 여지 없어”

윤석열 대통령은 2일 대통령실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취임 1주년(10일) 소회에 대해 “비판도 받고 격려도 받고 하다 보니 벌써 1년이 됐다”며 “변화의 속도가 느린 부분은 다음 1년에는 속도를 더 내고, 또 변화의 방향을 조금 더 수정해야 하는 것은 수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중국이 한미 정상회담의 ‘워싱턴 선언’에 반발하는 데 대해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중국이 제재에 전혀 동참을 안 하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단이 4일 개장하는 ‘용산어린이정원’을 둘러본 뒤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 마당에서 가진 점심 자리에 깜짝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정권 교체라는 것이 뭐 있겠나. 나라를 바꾸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열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계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취임 1주년 기자회견 계획을 두고는 “여러분과 그냥 이렇게 맥주나 한 잔 하면서 얘기하는 그런 기자 간담회이면 모르겠는데,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 1주년을 맞아 뭐를 했고 뭐를 했고 하는 그런 자화자찬은 절대 안 된다고 해 놨다”고 했다.

지난해 중단한 도어스테핑과 관련해선 “안 보니까 좀 섭섭하죠?”라며 “그런데 나는 살이 찌더라고”라고 농담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습관이 돼서 꼭두새벽에 눈을 떠서 언론 기사 스크린을 다 한다. 여전히 용산의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들은 꼭두새벽부터 제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어린이정원 개장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어린 아이들이 뛰어놀 데가 너무 없는 것 같아 여기는 어린이정원으로 이름을 붙였다”며 “옛날에 미군이 쓰던 축구장과 야구장이 있다. 조금 손질해 가지고 유소년 축구대회와 야구시합을 하고 있는데, 가급적 어린이들한테 이 공간을 많이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 메뉴는 윤 대통령이 직접 고른 김밥과 순대, 떡볶이, 닭강정, 민트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기자단과 오찬에서 미국 국빈 방미 때 일화 등도 직접 소개했다.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American Pie(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던 상황을 떠올리며 “갑자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무대 위로 내게 올라와 달라고 했다. 만찬 전날 친교 행사를 굉장히 정성스럽게 준비했는데 안 한다고 할 수도 없고, 그래 가지고 앞에 1절 한 소절을 그냥, 그런데 부르니까 또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사가 생각이 안 났으면 아주 망신당할 뻔했다”고 했다. 한·미 확장억제 강화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던 하버드대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대해선 “원래 질문이라는 것은 다 날카롭다. 받는 사람은 날카롭고, 던지는 사람은 부드럽다고 생각하고 던지는데”라며 웃었다.

미국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중국에서 불편한 반응이 나왔던 것과 관련한 기자단 질문에는 “중국이 우리한테 적대행위만 안 하면 서로 계약을 정확히 지키고 예측 가능하게 하고, 상호존중하면 중국하고 얼마든지 경제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미 간 워싱턴 선언을 하고 핵 기반으로 안보협력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우리한테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려고 하면 핵 위협을 줄여주든가, 적어도 핵 위협을 가하는 데 대한 안보리(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는, 국제법은 지켜줘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돌아보며 “1년 지나면서 좀 익숙해지는 것 같다. 정치 처음 시작할 때는 TV 토론 인터뷰한다고 방송국을 가니까 분장실로 데려가서 막 하는데 그때 내가 정치 괜히 시작했구나, 나는 살면서 헤어드라이기 한번 안 써본 사람인데. 얼굴에 로션도 발라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곽은산·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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