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 까다로워”… 당정 “피해자 대부분 혜택”

전세사기법 공방… 野 “先구제” vs 與 “형평성 위배”
피해자 인정 범위 등 이견 여전
특별법 3건 국토위 의결 ‘불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둘러싸고 여야는 2일도 공방을 거듭했다. 야당은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고 ‘선(先) 구제 후(後) 회수’ 방안을 포함시킬 것을 거듭 요구했으나 여당은 다른 사기범죄 피해와의 형평성에 어긋나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열린 전세사기피해자 대책위의 전세사기피해자 대책 마련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주장)의 핵심 내용은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공공기관이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전세보증금을 국가가 선지원하자는 것”이라며 “이렇게 국가가 전세보증금을 선지급할 경우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게 형평성 문제”라며 “국가가 개인 사기사건 관련 손해를 직접적으로 부담한다면 향후 벌어질 전세사기 사건 외의 다른 여러 사기범죄사건들도 국가가 지속적으로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해 형평성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당초 전날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 3건을 병합 심사한 뒤 이날 국토위 전체회의를 열어 의결을 진행하려 했으나 소위에서 피해자 인정 범위 등에 대한 이견이 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 두 번째)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와 야당 측은 기존 법안에 규정된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요건 6가지가 지나치게 까다롭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여당과 정부는 수정안을 적용하면 전세사기 피해자 대부분 특별법 지원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구 피해자들의 평균 보증금은 8800만원이고, 피해 가구의 75%는 보증금 규모가 5000만∼1억원 구간으로 집계됐다. 수정안의 보증금 기준(최대 4억5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없고, 수정안에 보증금 일부만 변제받지 못하는 가구도 지원대상에 포함시킨 만큼 자력으로 보증금 회수가 가능한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세입자가 특별법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특별법 적용 요건이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미추홀구는 구청이 적극적으로 나서 실태조사가 이뤄졌지만, 아직 다른 지역은 제대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 특별법이 정해질 경우 예상치 못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의 이철빈 공동위원장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전수조사를 통해 피해 유형을 나누고 지원책을 도출한 뒤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완화된 요건을 적용해도 여전히 배제되는 피해자들이 다수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은 특별법에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안을 포함하고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라고 재차 촉구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어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정부 대책인 우선매수권과 매입임대로 커버되는 피해자 수가 37%에 불과하다는 점을 국토교통부가 시인했다”며 “60% 넘는 피해자를 사각지대에 놔두는 법이 어떻게 특별법 대책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국토위는 3일 법안심사소위를 다시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 심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박지원·김승환·박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