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30년 장기집권 성공할까…튀르키예 대선 관전 포인트는
'튀르키예 간디' 클르츠다로을루와 접전…"에르도안과 정반대"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튀르키예(터키) 대통령 선거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 인해 악화한 여론을 이겨내고 30년 장기 집권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심각한 경제 위기와 에르도안 정부하에서 추락한 민주주의 등을 이번 선거의 주된 쟁점으로 꼽고 있다.
1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과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사이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후보 외에도 중도파 조국당의 무하렘 인체와 우파 조상연맹의 시난 오간도 출마해 후보는 총 4명이다.
튀르키예에서는 5년마다 선거를 치른다. 지난 총선에서 득표율 5%를 넘은 정당이나 10만 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받은 정당에서 대선 후보를 낼 수 있다.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차 투표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두 후보 사이에서 2차 투표가 진행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오는 14일 오전 8시 시작돼 오후 5시에 끝난다. 2차 대선 투표는 오는 28일로 예정돼 있다.
◇장기 집권 도전하는 에르도안 대통령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리 재임 시기를 포함해 2003년부터 20년째 집권 중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내각제 국가 튀르키예에서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총리로 지냈고, 2014년 대선을 통해 최초의 직선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튀르키예는 2017년 개정된 터키 헌법에 따라 대통령제 국가로 전화됐는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2018년 재선에 성공했다.
또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2028년까지 대통령직을 이어갈 수 있다. 중임 중에 조기 대선을 실시해 승리하면 2033년까지 임기가 연장돼 총 30년의 집권이 가능하다.
당초 선거는 6월로 예정됐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5월14일 조기 대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일각에서는 지진으로 인해 선거를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는데, 이를 정면 돌파함과 동시에 장기 집권에 도전하는 셈이다.
◇'튀르키예 간디'로 도전장 내민 클르츠다로을루 후보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제동을 걸기 위해 뭉친 6개 야당 연합의 공동 대선 후보로 뽑혔다.
'경제학자'인 클르츠다로을루는 정계 입문 전 1990년대 대부분 사회보험연구소장을 지냈다.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부패 공무원들을 비판하는 모습으로 'CHP의 반청탁 운동가'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인기에 힘입어 2009년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하고, 이듬해 전임자의 불법 스캔들로 인한 사임으로 만장일치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2017년 CHP 부대표 체포 사건 관련해 앙카라에서 이스탄불까지 450㎞ 거리에서 '정의를 위한 행진'을 시작하면서 '간디 케말', '튀르키예 간디'로 불리기도 했다.
르몽드 기자로 튀르키예 특파원을 지낸 마르크 세모는 "그는 성격과 정치 면에서 에르도안과 완전히 정반대"라고 묘사했다.
◇물가 상승·민주주의가 주요 관심사
유권자들의 주된 관심사이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건 다름 아닌 솟구치는 물가다. 튀르키예는 지난 2월 대지진 이전에도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튀르키예의 지난해 10월 물가상승률은 80%에 육박했다. 문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글로벌 추세를 거스르고 오히려 기준금리를 수 차례 인하하며 리라화 가치도 폭락했다는 점이다.
이스탄불 싱크탱크 에담(EDAM)의 시난 울젠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것(물가상승)이 근본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진 이유"라고 지적했다.
지진에 대한 미흡한 대응도 에르도안 대통령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혔다. 지진 발생 당시 정부 구조 작업이 더디고 인력과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후 돌연 튀르키예에서 트위터 접속이 차단되며, 에르도안 정권이 비판 여론을 의식해 고의로 트위터 접속을 차단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 밖에도 정부가 징수하는 '지진세'가 가장 큰 화두로 올랐다. 튀르키예는 1999년부터 지진세로만 총 880억 리라(약 6조520억원)을 걷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만 93억 리라(약 6400억원)를 추징했는데, 대중들은 이 세금이 내진 설계와 같은 지진 대비에 사용됐는지 불분명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유권자들은 지진 발생 시 집권하고 있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건 작업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는 한편, '트위터 차단' 등 에르도안 대통령이 민주주의에서 등을 돌린 것 아닌지 우려하며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에르도안, 대선 패배시 불복할 것으로 예상
메트로폴 조사에 따르면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지지율 42.6%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지율은 41.1%로 나타났다.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전문가들은 표 차이가 근소할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 측에서 순순히 정권을 이양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지난 2019년 이스탄불과 앙카라 시장 선거에서 집권 AK당이 패배했지만,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포린폴리시 역시 "에르도안이 패배를 우아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에 상상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튀르키예 언론인 출신이자 필로스 프로젝트 연구원인 유재이 불루트는 폭스뉴스에 "튀르키예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에르도안은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선거 결과를 가로채거나 사회에 폭력을 가하는 등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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