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칼 갈고, 우산 고쳐줍니다”…주민들 줄 선 이곳

황병서 2023. 5.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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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갈려면 5000원 정도 드는데 공짜로 해준다니 고맙지."

강북구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우산수리, 칼·가위 서비스' 현장에 주민 김모(80)씨가 신문지에 꽁꽁 싼 칼 4개, 우산 1개를 들고 왔다.

번1동 주민센터엔 이날 오전 동안에만 김씨를 포함한 주민 20여명이 칼과 가위, 우산 등을 들고 찾아왔다.

강북구에 따르면 지난해엔 3~11월 9개월간 동 주민센터 13곳에서 칼·가위 8032개, 우산 4245개가 손질돼 쓸모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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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구, ‘찾아가는 우산수리, 칼·가위 서비스’
칼 갈아주는 곳도 사라지는데…비용도 아껴
작년 우산 4천개, 칼·가위 8천개 ‘쓸모’ 얻어
“젊은층도 고쳐쓰기 익숙해졌으면”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칼을 갈려면 5000원 정도 드는데 공짜로 해준다니 고맙지.”

2일 오전 서울 강북구 번1동 주민센터 지하 1층. 강북구가 운영하는 ‘찾아가는 우산수리, 칼·가위 서비스’ 현장에 주민 김모(80)씨가 신문지에 꽁꽁 싼 칼 4개, 우산 1개를 들고 왔다. 김씨가 가져온 칼들은 단 10분 만에 새 것처럼 날이 섰고, 구겨져 있던 우산은 활짝 펴졌다. 반상회보를 보고 날짜를 확인해뒀다가 찾아왔다는 김씨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한 푼이라도 아껴야지”라며 “고쳐 쓰지 않으면 결국 버릴 수밖에 없는데 아깝지 않느냐”고 했다.

2일 서울 강북구 번1동 주민센터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찾아가는 우산수리, 칼·가위 서비스’ 현장(사진=황병서 기자)
강북구의 ‘찾아가는 우산수리, 칼·가위 서비스’는 일자리사업의 일환이다. 2017년 우산 수리를 시작해 2020년부터는 칼갈이 서비스로 운영을 확대했다.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자원도 재활용한다는 취지다. 일자리사업 참여자 5명이 날이 무뎌진 칼·가위를 갈아주고 고장 난 우산을 무상으로 수리해준다.

번1동 주민센터엔 이날 오전 동안에만 김씨를 포함한 주민 20여명이 칼과 가위, 우산 등을 들고 찾아왔다.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이었다.

구청 소식지를 보고 찾아왔다는 조모(63)씨는 칼 2개와 양산 1개를 내밀었다. 조씨는 “양산살이 딱 하나 부러졌는데 버리면 아깝지 않느냐”면서 “간단하게 손 보면 될 것 같아서 왔다”고 했다. 이어 “백화점에서 산 양산인데 고치려면 1만5000원이 든다더라”며 “아까웠는데 마침 무료로 수리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왔다”고 웃었다.

칼 1개와 가위 1개를 갖고 온 60대 노모씨는 “칼을 갈아주는 곳이 없어서 우연히 찾아와서 서비스를 받았었는데, 너무 잘 갈려서 벌써 다섯 번째 왔다”며 “주위 사람들에게도 말해주고 있는데 다들 일하러 가는 시간 때라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에 주민들의 호응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는 우산 수리 등에 들어갈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고, 돈을 주고서라도 서비스를 받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한몫한다. 칼을 갈아주던 김종관(64)씨는 “불경기에 돈을 아끼려고 찾아오는 분들도 있고, 예전 재래시장에서처럼 갈아 주는 곳을 찾기 어려워 찾는 이들도 있다”며 “칼을 15자루나 가져오는 분도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방문객들이 너무 많아서 칼과 가위의 개수를 3개로 제한했다”면서도 “가지고 온 걸 갈아주지 않는 것도 야박하니 가끔은 난감하다”고 미소지었다.

7년째 우산을 수리하고 있다는 전상윤(65)씨는 “장마철에 우산이 고장 난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며 “편의점에서 우산 한 개를 사도 1만원 하는데 우산살 하나 망가졌다고 버리긴 아깝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젊은 사람들은 새로 사서 쓰는 것이 더 익숙한지, 주로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온다”며 “더 많은 사람이 이 서비스를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는 오는 11월까지 낮시간대에 구내 13개 주민센터에서 제공된다. 강북구에 따르면 지난해엔 3~11월 9개월간 동 주민센터 13곳에서 칼·가위 8032개, 우산 4245개가 손질돼 쓸모를 얻었다.

2일 서울 강북구 번1동 주민센터 지하주차장의 ‘찾아가는 우산수리, 칼·가위 서비스’ 현장(사진=황병서 기자)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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