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경영 참여하는 넥슨 유정현… 상속세 마련 시나리오는

변지희 기자 2023. 5. 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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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정주 창업주 부인 유정현 이사, 지난해 상속 완료
넥슨그룹 지주사 NXC 최대주주 등극 이어 올해 사내이사로 선임
상속세 규모 6조원대… 삼성가 이은 역대 두번째 수준
매년 약 5500억원씩 납부해야… NXC 지분 매각 외 뾰족한 수 없어
김정주 창업자 생전에도 가족 보유분 지분 전체 매각 시도
넥슨 측 “일본법인서 NXC가 받는 배당금,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 안해”
넥슨 판교 사옥./넥슨 제공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배우자인 유정현씨가 최근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NXC 지분 매각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년 만에 경영 일선에 나선 유 이사가 당장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더라도, 6조원대에 달하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현금을 확보하는 게 필수이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NXC는 지난 3월 3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유 이사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2010년부터 감사로만 활동했던 유 이사가 본격적으로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NXC는 넥슨의 지주회사로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 NXC→넥슨 일본법인→넥슨코리아→넥슨네트웍스·네오플·넥슨지티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다. NXC는 넥슨 일본법인의 지분을 46% 보유하고 있다.

NXC 지분은 김정주 창업자가 별세하기 전까지 창업자 일가가 100%를 소유하고 있었다. 김 창업자가 보유하고 있던 NXC 지분은 67.49%, 유 이사 29.43%, 두 자녀가 보유한 지분은 각각 0.68%였다. 유 이사가 4.57%, 두 자녀가 각각 30.78%씩 상속받게 되면서 현재 NXC 지분은 유 이사 34%, 두 자녀가 각각 31.46%, 두 자녀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유한회사 와이즈키즈가 1.72%를 갖게 됐다. 상속 과정에서 사라진 나머지 지분 1.36%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픽=정서희

유 이사는 1994년 넥슨을 공동 창업한 후 초기에 경영지원실장과 넥슨네트웍스 대표이사를 겸임한 바 있다. 김 창업자가 작년 2월 미국에서 별세한 뒤 유 이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넥슨그룹의 새 총수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 대기업집단(직전연도 자산총액 5조원 이상)과 대기업집단 총수를 지정한다. 여기서 총수란 대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람이나 법인을 뜻한다. 한때 회사 매각설도 돌았지만 유 이사가 김 창업주의 지분을 상속받기로 결정하면서 총수로 지정된 것이다. 작년 9월 상속이 완료되면서 유 이사는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게 됐다.

업계에선 상속세 부담 때문에 창업주 일가가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상속세 규모는 6조원대로 삼성가 상속세인 12조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 규모다. 유 이사는 상속세를 한꺼번에 납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연부연납 제도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연부연납 최장 기간은 5년이었으나 10년으로 연장돼, 매해 약 5500억원씩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일단 유 이사가 올해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당장은 지분 매각설이 사그라들 전망이다. 하지만 상속세 마련을 위해서는 지분 매각 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유 이사가 직접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는 NXC 뿐이다. 지분 매각을 해야 현금화가 용이하다.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고 해도 창업주 일가가 회사 지분 100%를 가지고 있을 이유는 없다. 유 이사의 두 딸도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의결권을 포함해 보유 주식과 관련한 권리를 어머니에게 전부 위임한 상태다. 김 창업자가 생전 NXC 지분 매각을 추진하려고 했던 점도 지분 매각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 중 하나다. 김 창업자가 NXC 지분 매각을 추진할 때 가족 보유분 전체를 매각하려 했다는 점 때문이다.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유가족들은 작년 6월 NXC의 100% 자회사 NXMH가 보유한 넥슨 주식 2500만주를 담보로 옵션 계약을 맺었다. 넥슨 주식 2500만주를 시가로 환산할 경우 약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 이사와 두 자녀는 지난해 NXC로부터 배당금 116억원을 받았다. 다만 넥슨 일본법인 배당금은 상속세 납부에 활용할 가능성은 없다는게 넥슨 측 설명이다. 넥슨 관계자는 “넥슨 일본법인이 배당을 하면 배당액은 NXC에 귀속된다”며 “배당액은 글로벌 지역의 투자와 사회공헌, 넥슨 컴퍼니 브랜딩 강화 등 지주사로서 넥슨그룹 전반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활동에 사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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