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측정 노하우 환경 분야로 확대…혁신 기후 기술 투자 이끈다
[ESG리뷰]
(사진설명) 왼쪽부터 박혜수 SPC확산팀 선임연구원, 박성훈 S-Lab 실장, 나석권 원장, 최산 SPC확산팀 팀장, 정명은 기획협력팀 팀장, 박영주 ESG팀 팀장. 사진=서범세 기자
사회적가치연구원은 2018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태원 SK 회장의 주도 아래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현재까지 사회적 가치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유일한 전문 기관이다. 설립 6년 차인 사회적가치연구원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받는 사회공헌기금으로 사회적 가치 산정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측정해 인센티브 제공
사회적 가치와 관련해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세운 원칙은 2가지다. 첫째는 측정이다. 기업이 창출한 사회 성과에 대한 정확한 임팩트를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인센티브다.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에 비례한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에 유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사회 성과 인센티브(SPC : Social Progress Credit)’라고 한다. SPC 프로젝트는 2020년 1월부터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비즈니스 케이스 사례로 선정됐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의 권위자인 조지 세러핌 등 유명 교수들이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도 SK의 SPC가 세계 최대 맥주 회사 앤호이저-부시 인베브의 스타트업·소셜 혁신 기업 펀딩 프로그램과 함께 소개됐다.
사회 성과 측정에는 4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성과가 핵심 비즈니스와 연계돼야 하고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결과여야 하며 정부 보조금 등 대외적으로 받은 보조금으로 창출한 성과는 제외하고 보수적이면서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1월 최태원 회장이 다보스 포럼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에 대한 관심을 처음 표명한 뒤 2년간 연구와 논의를 통해 방법론을 정립했고 2015년부터 인센티브 제공 기업을 선발했다. 독특한 점은 정부 지원금과 달리 제공된 인센티브 사용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센티브를 자유롭게 쓰게 하되 그 성과를 측정한다는 방침이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1년에 한 번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성과 측정과 인센티브 지급 대상을 선발한다. 지금까지 370여 곳의 기업에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유한회사·합작회사·협동조합·마을기업·일반 소셜 벤처도 가능하다. 이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이에 비례해 인센티브 금액을 선정해 지급한다. 인센티브는 총 6년간 받을 수 있다.
친환경 도시 농업 제품을 생산하는 소셜 벤처 포이엔, 취약 계층 청소년에게 멘토링과 교육을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점프, 모바일 기반의 심리 상담 스타트업 아토머스 등이 사회적가치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대표적 기업이다.
환경 성과 기반 인센티브 개발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최근 환경 성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차세대 기술이 각광받지만 여전히 2050 넷 제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SPC와 유사한 ‘환경 성과 기반 인센티브(EPC : Environmental Protection Credit)’에 대한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환경 문제 해결자(solver)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 탄소 감축을 위한 기후 기술 개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EPC는 친환경 활동 성과를 탄소 감축량으로 전환해 측정한다. 측정 대상은 기업이 감축한 탄소량·산림 등 자연 자본을 통해 상쇄된 탄소량 등이다. EPC는 자발적 탄소 시장(VCM)과도 연계될 수 있다. 현재 자발적 탄소시장에는 탄소 감축량을 측정하는 미국의 베라나 스위스의 골드스탠다드 같은 인증 기관이 있다. EPC 시장도 자발적 탄소 시장처럼 탄소 감축 사업과 기술 성과를 측정해 크레딧을 발급하고 이를 거래·투자하는 기본 구조는 같다.
하지만 자발적 탄소 시장은 기업이 현재 감축한 탄소량을 측정해 배출권을 발급하기 때문에 사후적이라면 EPC는 기업의 기존 감축량뿐만 아니라 미래에 감축할 수 있는 탄소량까지 가치를 평가해 크레딧을 발급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확한 미래 감축량 예측과 가치평가는 친환경 기술 연구·개발과 조림 사업 등 활성화와 투자 유치를 가능하게 한다. EPC 시장이 커지면 기업뿐만 아니라 투자자도 더 쉽게 탄소 감축 크레딧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기술 기업의 밸류에이션 알릴 것”
[인터뷰]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장
- EPC 개념이 신선하다. 쉽게 설명해 달라.
“보통 기업공개(IPO)를 하기 전 주간사 회사들이 밸류에이션을 산정하고 이에 맞춰 투자자들이 투자한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기후 기술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자발적 탄소 감축 활동을 평가해 감축 성과를 인증하는 전문 조직 ‘탄소감축인증센터’를 설립했다. 대한상의가 진행하는 세미나에서 EPC 개념을 소개할 예정이고 이와 관련한 방법론도 지속적으로 연구할 것이다.”
- EPC에 대한 실천 사례가 있나.
“지난해 4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억 달러를 후원해 진행된 콘테스트 엑스프라이즈의 주제가 탄소 감축 기술이었다. 매년 다른 주제를 내걸었지만 이번에는 기후 변화 대응 기술을 경제성 있는 기술까지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해 화제를 모았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엑스프라이즈 같은 인센티브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단순한 일회성 인센티브 지원으로는 성과를 지속적으로 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속성 있는 모델을 고민했다.”
- 공공 조직에도 SPC 방법론을 전파하고 있다.
“지자체와 협력해 SPC 모델을 정부 보조금에 반영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전라남도·경상남도·춘천시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지자체와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절반씩 부담하는 매칭 방식의 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사회 성과에 대한 과학적 측정을 통해 지자체 보조금이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영국에서 나온 증거 기반 정치적 의사 결정(EBPM : Evidence Based Policy Making)은 이 같은 SPC 모델의 합리성을 뒷받침한다. 증거가 있는지 확인한 뒤 성과에 비례해 지원금 모델을 공공 조직에도 전파할 예정이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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