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車·AI의 실수, 누구 책임?"…글로벌 디지털 리더국 도약 나선 韓
기사내용 요약
디지털 없는 일상 '불가능…국가·경제·사회 구조 대변혁
기존 규범체계 한계…'디지털 권리장전'으로 보편 가치 정립
글로벌 디지털 혁신 방향성 선도…'세계 모범 국가' 도약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국내 한 대학병원 외과 의사인 A씨는 의료소송에 휘말렸다. 수많은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 내린 진단 결과로 위암 수술을 했는데, 결과가 맞지 않았다. A씨는 본인의 경험보다 AI가 보유한 데이터가 더 정확할 것이라고 판단, AI가 판단한 대로 수술을 했다. A씨는 억울했지만 아직까지 책임 소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환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나는 기술, 기는 규범'…개인정보·책임주체·저작권·진입규제 등 쟁점 부상할 듯
지식 생산과 소비의 축이 인간에서 AI로 빠르게 이동한다. 개인의 습관을 파악한 AI가 자동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노동 분야에서도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넘어 판결문 작성과 같은 고숙련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의 등장은 시공간의 제약을 넘는 경제 활동과 여가 활동을 가능하게 했고, 로봇과 AI가 취약 계층을 돌보거나 소상공인들의 영업 활동을 지원한다.
반면 이깉은 변화로 인한 새로운 부작용과 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례로 AI 학습 데이터 개인정보, 저작권 침해 여부를 어떻게 따질지, AI 면접관의 평가를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의료현장에 도입된 AI·로봇의 의료행위를 전면 허용할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공간에서 발생하는 경제 활동에 대해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지, 가상공간에서 폭력과 같은 비윤리적 행위를 어떻게 해소해 나갈 수 있을지 등도 앞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다. 기존 법제도가 새로운 디지털 기술·서비스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달라지고 있는 디지털 기술·서비스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규범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사회 전반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새로운 법률과 정책, 규범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새로운 디지털 질서 만들기에 뛰어든 이유다.
정부 오는 9월 '디지털 권리장전' 내놓는다…8월부터 시민 공론화
경제, 사회, 문화, 정치 등 분야별 쟁점은 각 소관 부처가 맡는다. 일례로 메타버스 경제활동에 대한 세금 부과는 기재부에, 비대면 진료 허용 범위는 복지부,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은 국토부, 디지털 자산에 대한 범위 및 소비자 보호 법적 근거 등은 금융위에서 각각 담당할 예정이다.
디지털 시대의 사회·경제적 원칙과 혁신 가속화 등을 종합 규율하는 (가칭)디지털사회기본법 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디지털 질서에 관한 정책적 실효성을 높여나가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심화 대응 실태를 매년 진단하고 오는 8월까지 '디지털 공론장'을 구축, 디지털 질서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와 시민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디지털 질서 정립은 디지털 심화라는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범정부 차원의 추진방안을 마련한 만큼,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하고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디지털 모범 국가로서 디지털 심화 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자서명법 등 ICT 강국 초석 경험…챗GPT 시대도 선도하겠다
우리나라가 정보화 시대를 거치면서 일찌감치 규범 체계를 정립한 덕분에 결실을 거둔 성공 경험도 배경으로 꼽힌다. 1990년대 후반 PC·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사회 전반이 정보통신(ICT) 중심으로 전면 재설계되는 구조적 전환기를 맞았다. 당시 정부와 국회는 정보화촉진법(95년), 전자문서법(99년), 전자서명법(99년), 전자상거래법(02년), 전자금융거래법(07년) 등을 선제 입법하고 정책 드라이브를 건 결과 초단기에 ICT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美·佛·日도 '디지털 규범'…韓 정부 "글로벌 모범사례 만들겠다"
디지털 신질서에 대한 요구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 화두다.
프랑스는 일찌감치 2016년 디지털공화국법을 공포했다. 데이터 경제와 지식, 정보의 유통을 통해 자유로운 혁신, 소비자와 시민 권리를 보장하고 박애정신, 디지털이 주는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평등 실현이라는 가치를 담아내려는 시도였다. 프랑스 의회는 법안 초안 단계부터 시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전 의견조사를 실시했다. 이는 프랑스 역사에서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처음 있는 사례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인공지능(AI) 권리장전 청사진을 제시했다. AI기술의 개발·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기본권 등 핵심 민주주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원칙을 담았다. 일본은 인간 중심 AI 사회원칙을, 유럽은 권리와 자유 및 유럽적 가치가 온·오프라인에서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 디지털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2017년부터 디지털 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올바른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고잉 디지털 프로젝트(Going Digital Project)'를 추진했다.
우리 정부는 디지털 강국을 넘어 디지털 모범 국가로의 위상을 세울 수 있도록 글로벌 논의를 주도한다는 포부다. G20, OECD, 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에서의 디지털 규범 논의에 우리의 입장과 정책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UN 차원의 디지털 국제규범인 글로벌 디지털 협약 제정을 위한 국제포럼을 올해 하반기 중 한국에서 개최하고, OECD 내 디지털 미래 포럼을 신설해 OECD 차원의 디지털 질서 논의를 주도한다는 전략이다.
또 향후 정상·장관선언문, 공동성명 등에 디지털 신질서 필요성과 방향성을 반영하고 양자 파트너십, 업무협약(MOU) 등에 있어 국가별 디지털 분야 신질서 정립 사례와 방향성, 논의과정 등을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은 "챗GPT 등 새로운 신기술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패러다임을 바꿔나가고 있지만 이를 견제하고 산업을 진흥시킬 질서는 부족하다"며 "변화의 시작점에 있는 이 시기가 디지털 질서를 정립할 적기"라고 설명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신질서 수립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논의의 주도권을 갖고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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