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중앙회, 오화경號 1년… 성적표는 9년 만의 적자
첫 업계 출신 오화경 리더십 타격 불가피
저축銀 상황 낙관하기 일러…부진 이어질 듯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부임 1년 만에 저축은행업계가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오화경호(號)는 첫 업계 출신 중앙회장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출범했으나, 성적표는 ‘9년 만의 적자’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3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업계는 6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은행업계가 1분기에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 전체 79곳 중 26곳이 순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자산 역시 1분기 말 기준 13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조5000억원 감소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 등 자본 건전성 지표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1분기 말 연체율은 5.1%로 집계돼 2016년 말 이후 최대 수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지난해 말 대비 1.7%포인트 증가했다.
9년 만의 적자에 저축은행중앙회는 이례적으로 1분기 실적 악화와 관련해 설명회 자리를 열었다. 지난달 27일 열린 설명회엔 오 회장이 참석해 적자 이유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오 회장은 “수신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며 “이자비용 증가와 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저축은행 전체 실적이 악화했다”고 했다. 그는 “다만 이번 실적 악화는 일시적이며 앞으로 상황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오 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선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위기 돌파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부임 1년 만에 저축은행업계가 적자로 돌아서 ‘오 회장 리더십’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업계에서도 설명회가 개최된 후에서야 관련 소식을 알게 됐다”며 “부실 우려 등 여러 잡음으로 저축은행업계가 수렁에 빠지자 오 회장이 직접 위기 해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업계에서 몸담은 첫 업계 출신 회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동안 회장 자리는 관료 출신이 주로 선임돼 왔으나 오 회장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로 활동했다. 이후 지난해 2월, 제19대 ‘첫 업계 출신 회장’으로 중앙회장 자리에 올랐다.
오 회장의 해명과는 반대로 아직 저축은행 상황을 낙관하기엔 이르다. 저축은행은 대개 예·적금으로 끌어들인 돈으로 대출을 해주며 수익을 올리는 데, 수신 금리는 오르고 있지만 대출 금리는 20%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예금 금리(12개월 기준)는 올해 초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가 최근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최고 예금 금리는 6%대를 기록했으나 이는 지난 2월 4%대로 떨어졌다. 이어 3월엔 평균 3.79%로 떨어지며 잠시 주춤했으나, 최근 3.87%로 오르며 다시 4%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반면 5대 대형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의 평균 대출 금리는 15~17%대로 한 달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현재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116조원 정도로 지난해 말 대비 4조원가량 감소했다. 대출 금리는 비슷한 수준인 것에 반해 예금 금리가 오르게 되면 저축은행 전체 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 것도 저축은행업계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 중 하나다. 저축은행업계는 대출 최고 금리가 법적으로 묶이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규모 대출 등으로 수익 다각화를 꾀했는데, 올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이에 대한 수익 기대도 줄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목표가 외형 확장보다 ‘내실 다지기’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섣불리 사업 확장에 나섰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여전히 경제 불확실성이 커 외형 확장에는 엄두를 못 내는 상황이다”라며 “올해 저축은행업계가 약진하기엔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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