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조짐에 난처한 키움증권 “더 나쁜 건 주가조작 세력인데...”
소시에떼제네랄(SG)증권 발 주가 폭락 사태에 분노한 일부 투자자의 화살이 키움증권을 향하고 있다. 주가 폭락이 시작되기 직전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보유한 다우데이타 주식을 처분해 약 605억원을 현금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번 사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계좌를 갈아타자’라며 키움증권 불매운동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키움증권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키움증권의 종목토론방에선 “키움증권에서 다른 증권사로 옮겨야겠다”, “키움증권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 “증권사가 작전 세력인 수준”이라는 울분에 찬 의견이 쏟아져나온다. 이들이 키움증권에 분노하는 것은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에 작전 세력이 붙은 것을 알고 이들이 빠져나가기 직전 주가 고점에서 혼자 주식을 매도했다고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초 SG증권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반대매매가 쏟아지며 다우데이타의 주가는 일주일(4월 24일~28일) 만에 62%가량 떨어졌다. 반대매매가 갑자기 쏟아진 이유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주가 조작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라덕연 호안 대표는 김익래 회장이 주식을 팔아 반대매매가 시작됐다고 하는 반면, 시장에서는 작전 세력 일부가 주식을 급하게 처분한 것이 반대매매의 트리거가 됐다고 추정한다. 이들이 주식을 급하게 매도하면서 주가가 하락했고, 레버리지 비율이 높은 CFD 계좌 특성상 증거금이 부족해져 반대매매가 일어나며 주가 급락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주가 폭락 사태 2거래일 전인 4월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주당 4만3245원에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처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이 이를 미리 알아채고 미리 주식을 처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다우데이타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눈총이 키움증권에 쏠린 것이다. 키움증권 측은 김 회장의 매도와 SG증권의 반대매매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우연의 일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 김 회장이 세력에 의한 주가 조작 사실 자체를 몰랐을 리는 없다며 거센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키움증권은 17년 연속 국내 리테일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개인 투자자들의 저력으로 성장한 증권사인 만큼, 역풍이 매섭다. ‘개미(개인투자자)’ 덕에 큰 키움증권이 개미를 저버렸다는 것이다. 지난 1월 키움증권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2022년 국내 주식 시장 점유율은 30.1%를 기록하며 경쟁사를 크게 앞섰다. 해외주식 시장 점유율은 38.7%에 이른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소폭 상승하자 국내 증권사들은 개인 투자자들의 매매 활성화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증권사로 키움증권을 꼽기도 했다.
이에 키움증권의 평균 목표가는 속속 상향되면서 지난 연말 8만4000원에서 올해 4월 말 기준 9만3700원으로 올랐다. 키움증권 주가도 지난 4월 21일 기준 연초 대비 25% 가까이 오르며 순항했다. 하지만 주가 폭락 사태 이후 키움증권 주가는 연일 하락하며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6거래일간 13.22% 하락했다.
키움증권은 세간의 의혹에 대한 규명을 우선적으로 처리한 후 시장의 신뢰를 되찾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정말 답답한 상황”이라면서 “한 사람(라덕연 대표)에 의해 전혀 근거가 없는, 완전한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이 먼저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여론이 좋지 않고 주가도 하락하고 있지만,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진상 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현재로서는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키움증권은 김 회장을 ‘주가 폭락의 주범’이라고 공개적으로 지목한 라 대표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김 회장의 주식 매도 시기에 많은 의구심이 남는 만큼, 키움증권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이를 완벽히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황상 김 회장이 다우데이타 종목에 수상한 세력이 붙은 사실을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과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 회장도 조사 대상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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