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사태’ 나비효과?…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CB 콜옵션 포기 배경은
이동채 회장, 주주 위한 결정이라기보단 당국 자극 안 하려는 목적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이 관행대로라면 회사로부터 넘겨받았을 전환사채(CB)에 설정된 매수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 측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두 달 전 버킷스튜디오 기소 사례가 이동채 회장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B를 발행한 회사가 아니라 제3자가 콜옵션을 행사한 것에 대해 검찰이 배임 혐의를 적용하면서 이런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는 것이다.
에코프로는 지난달 27일, 2년 전(2021년 7월) 1500억원 규모로 발행한 CB 가운데 600억원 규모 물량에 대해 직접 콜옵션을 행사해 자기사채로 취득한 후 소각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그동안 코스닥 시장에서는 회사가 발행한 CB에 설정된 콜옵션을 대주주 등 제3자에 넘기는 경우가 흔했다. 구체적으로 누가 콜옵션을 행사하는지 공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주주나 대주주 지인에게 콜옵션을 부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CB가 주식으로 전환돼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면 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에 대주주의 경영권을 방어하자는 논리가 적용된 것인데, 대주주가 큰돈 들이지 않고 지분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악용돼 왔다.
에코프로의 CB 역시 이동채 회장이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해당 CB의 전환 청구기간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는데,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6만1400원이다. 이달 에코프로 주가가 75만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주당 70만원 가까운 수익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동채 회장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고, CB를 발행한 에코프로가 자기자금(자회사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배당금)을 이용해 사채를 취득한 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빗썸 사태’의 나비효과라는 얘기가 나왔다. 빗썸 관계사인 버킷스튜디오는 지난 3월, 회장 직함을 사용한 강종현씨에 대한 CB 콜옵션 권리 무상 부여에 따른 배임 혐의로 공소 제기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버킷스튜디오 거래는 정지된 상태다.
검찰은 회장 직함을 가진 강씨가 버킷스튜디오가 발행한 8~10차 CB에 설정된 콜옵션 권리를 제3자에게 무상으로 부여해 회사에 322억원의 손실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버킷스튜디오는 최대주주인 비덴트와 빗썸코리아, 투자조합 등을 대상으로 2020년 10월 200억원, 2021년 3월 150억원, 2021년 5월 4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버킷스튜디오는 이 CB에 설정된 콜옵션을 제3자에게 무상으로 양도했다. 전환가액이 현재 주가보다 낮은 상황에서도 회사가 행사해야 할 CB 콜옵션을 다른 이가 행사하도록 함으로써 회사가 얻어야 할 이익을 제3자가 얻도록 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회사가 아닌 대주주가 회사가 발행한 CB에 설정된 콜옵션으로 대규모 평가차익을 얻는 경우 배임으로 처벌받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계속 나왔지만, 실제로 검찰이 이런 사례를 재판에 넘기면서 코스닥 업계에서는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하고 있다.
코스닥 업계 한 관계자는 “상당수 상장사가 실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보다 낮은 비용으로 대주주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한 방식으로 CB 콜옵션을 활용했는데, 수사 당국이 이런 관행을 엄중하게 보고 있어 업체들의 긴장도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CB 콜옵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금융위원회는 최대주주에 부여된 CB 콜옵션 행사 한도를 제한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는 CB를 발행해 제3자에게 지정한 콜옵션을 ‘별도의 파생상품자산’으로 구분해 회계처리하도록 하고, 발행조건도 주석으로 공시하도록 감독지침을 안내했다.
한편 이 회장은 주식 내부자거래 의혹으로 재판 중이다. 검찰은 이 회장을 포함한 에코프로의 자회사 에코프로비엠 임직원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과 검찰이 모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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