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은 4월이었죠" 하지만…국민타자는 믿었고, 응답하기 시작했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악몽 같은 4월이었다"
두산 베어스는 2022시즌이 끝난 후 4시즌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결별했다. KBO리그에 입성했을 때 정교함과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면서도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파워를 바탕으로 엄청난 성적을 쌓아나갔다. 하지만 2022년 장타율이 급하락, 공을 띄우지 못하면서 무려 34개의 병살타를 기록하는 등 커리어로우 시즌을 보낸 결과 두산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두산이 새롭게 영입한 선수는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A 에인절스의 지명을 받고, 2021년 빅리그에 데뷔한 호세 로하스였다. 빅리그 성적은 2시즌 동안 6홈런 타율 0.188로 아쉬웠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6시즌 동안 535경기에 출전해 92홈런 타율 0.286 OPS 0.850으로 활약했다. 당시 두산은 "중장거리 타구 생산에 능하다. 변화구 헛스윙 비율이 평균보다 낮고, 타구 분포가 다양한 스프레이 히터 유형"이라며 로하스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범경기에서 로하스의 활약은 분명 기대에 딱 들어맞았다. 로하스는 11경기에서 12안타 1홈런 5타점 타율 0.400 OPS 1.153의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좋은 흐름은 정규시즌으로도 이어졌다. 로하스는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포함해 6타수 2안타(1홈런) 5타점 2득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이승엽 감독에게 첫 승을 선물했다.
문제는 시범경기부터 시작된 좋은 기세가 단 한 경기에 그쳤다는 것이었다. 로하스는 이튿날 무안타로 침묵하더니 이후부터 타격감이 바닥까지 추락했다. 시즌 타율도 덩달아 0.120까지 떨어지며 허덕였다. 로하스는 페르난데스에게서 볼 수 없었던 파워를 자랑하며 4개의 홈런을 생산했지만, 4월 타율 0.176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그나마 4월 30일 SSG 랜더스전에서 2안타를 터뜨렸던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로하스가 부진에 허덕이고 있었지만, 이승엽 감독은 강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사령탑은 2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로하스에게는 악몽 같은 4월이었다"고 운을 떼며 "하지만 4월 마지막을 좋은 안타로 마무리했다. 새로 5월이 밝았기 때문에 기분 전환 면에서는 괜찮을 것이라 생각한다. 타격코치와 이야기를 해봤는데 기분도 굉장히 좋아졌다. 연습할 때도 굉장히 좋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이승엽 감독은 "5월은 로하스에게 기대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외국인 선수가 제 몫을 해주느냐, 못 해주느냐는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로하스가 못한다고 질책하거나 그런 부담감을 주는 것보다는 마음을 편하게 해서 어떻게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줘야 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령탑의 굳건한 신뢰가 로하스에게 닿았을까. 로하스는 5월 첫 경기부터 펄펄 날았다. 로하스는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한화 선발 장민재의 스플리터가 떨어지지 않고 스트라이크존 높은 곳으로 형성되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고,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선제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활약은 한 번에 그치지 않았다. 로하스는 선두타자로 나선 7회 다시 한번 안타를 뽑아내며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1-0으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었던 두산은 로하스를 빼고 대주자 조수행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고, 두산은 7회말 공격에서 2점을 보태며 3-0의 완승을 거뒀다.
팀 승리의 선봉장에 선 로하스는 "최근 슬럼프에 빠졌을 때 고토 코치님을 비롯한 타격파트 코칭스태프가 멘탈을 잘 잡아주셨다. 타석에서 목적의식을 갖고 스윙을 하고 있는데, 이 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중"이라며 "두산 팬들은 정말 에너제틱하다. 그 에너지가 그라운드 위 선수들에게 전달된다. 팬들이 두산을 계속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두산 베어스 호세 로하스.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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