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민간에 넘기면 1.5배 받을 수 있다"...안팔고 버티는 저축은행
낮아도 60~70% 가격에 팔 수 있어"
금융사 보유 지속에 연체율 더 올라
당국서도 "캠코 매입가 여전히 낮다"
뒤늦게 민간 시장에 매각 허용 검토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올해 연체 및 부실채권 매입가격을 소폭 올렸다. “가격이 터무니 없이 낮다”는 업계 불만이 거세지면서다. 그러나 이마저도 낮다는 지적이 업계는 물론 당국 내에서도 나왔다. 업계는 “연체·부실채권을 헐값에 팔기보다 연체율이 상승하더라도 보유하고 있는 게 이익”이라고 했다. 업계 자산건전성이 악화하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연체·부실채권을 민간에 팔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2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캠코의 개인 무담보 연체·부실대출 채권 매입 테이블(가격표)을 보면, 캠코는 올해 들어 4개월 미만 연체 기준 신용 1등급 채권(이하 확정가 방식 기준)엔 42.06%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지난해엔 동일한 신용등급 연체 채권에 2개월 미만 연체시 36.43%, 3개월과 4개월 미만 연체시 각각 34.34%, 32.37% 가격을 매겼는데, 이를 4개월 미만 연체로 묶은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1등급 차주가 1000만원을 빌려 4개월 미만 연체했다면 연체 기간에 따라 364만3000원~323만7000원 가격에 사들였는데, 올해는 420만6000원에 매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4개월 이상~5개월 미만 채권(1등급 채권 기준)에 대해서도 지난해엔 30.50% 가격을 매겼지만 올해는 39.51%를 책정하고 있다. 이렇게 차주 신용등급별, 연체 경과 개월수에 따른 가격을 약 10%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말 캠코와 업계가 진행한 회의에서 매각가(캠코 입장에서 매입가)가 너무 낮다는 업계 불만을 캠코가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마저도 낮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의 질에 따라 다르지만 민간 채권매입 업체엔 1개월 연체 채권을 낮아도 60%, 높게는 70% 가격으로도 팔 수 있다”고 했다. “1년 미만 연체 채권을 35% 가격에 팔기도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캠코는 11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연체한 1등급 채권을 지난해엔 20.15% 가격에 사들였고, 올해는 26.10%에 매입하고 있다.
업계는 연체·부실채권을 보유하는 게 낫다고 입을 모았다. 캠코의 연체채권 매입 프로그램이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프로그램 종료 후 민간에 제값으로 팔겠다는 의도다. 이 프로그램은 2020년 6월 가동돼 매년 말 1년씩 연장되고 있다.
당국 내에서도 캠코가 너무 낮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국 한 관계자는 “금융사가 가계 요주의 여신에 대해 적립해야 하는 대손충당금 비율이 10%인 점을 감안하면 캠코의 할인율이 많이 낮은 것 같다”고 했다.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는 △정상(연체 1개월 미만) 채권엔 최소 1% △요주의(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10% △고정(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20% △회수의문(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55% △추정손실(12개월 이상) 100% 등 각 비율에 해당하는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요주의 채권이라면 전체 요주의 여신 중 10%가 떼일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당국 관계자는 “업계 입장에선 30~40% 가격으로 팔기보다 충당금을 쌓아두고 향후 민간 업체에 파는 게 이익일 수 있다”고 했다.
당국, 뒤늦게 민간 업체에 매각 허용 검토
연체·부실채권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금융사들이 늘어나면서 연체율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특히 개인 신용대출을 많이 보유한 저축은행 업계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3.41%에서 올해 3월 5.10%로 1.7%포인트 치솟았다.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4.04%에서 5.10%로 급등했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이미 7%를 넘어섰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해법 찾기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이 1000만원 초과 부실채권 상각을 요청하면 신속하게 심사해 승인하기로 했다. 매각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자 상각을 확대해 연체율을 낮추겠다는 의도다. 또 민간 업체에 연체·부실채권 매각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매각 통로를 캠코로 한정 지은 데 대한 부작용을 당국이 사실상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캠코가 매입한 개인 연체채권은 3127억원(5만1609건)에 이른다.
캠코 관계자는 “채권 매입 가격표는 회계법인의 검토를 거쳐 만들었으며 금융권역별 설명회를 통해 금융사들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확정했다”며 “올해엔 매입가격에 대한 업권 수요가 있어 매입 가격을 상향했다”고 말했다. 이어 “확정가 방식뿐 아니라 금융사 입장을 고려해 ‘잔여이익배분’ 방식으로도 매입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올해부터는 50억원 이상 채권 매각 시 업권 고유 특성을 반영해 별도 가격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서대웅 (sdw6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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