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근정전에 되살아난 세종대왕…고궁뮤지컬 '세종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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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역, 니은, 디귿소리가 울린다, 백성의 소리가 열린다."
붉은 용포 자락을 휘날리며 백성을 위한 뜻을 펼치겠다고 굳은 의지를 드러내는 세종.
1446년 9월 훈민정음을 반포한 세종대왕이 2023년 경복궁 근정전 앞에 되살아났다.
작품은 세종대왕이 충녕대군에서 왕이 되기까지 과정과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한글 창제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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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기역, 니은, 디귿…소리가 울린다, 백성의 소리가 열린다."
붉은 용포 자락을 휘날리며 백성을 위한 뜻을 펼치겠다고 굳은 의지를 드러내는 세종. 더 이상 스스로 갇혀있지 않겠노라 말한다. 하늘과 땅과 사람을 잇고 백성의 몸에서 울려 나오는 기쁨, 슬픔, 노여움, 즐거움의 소리를 글자로 하나하나 만들며 환희에 찬다.
1446년 9월 훈민정음을 반포한 세종대왕이 2023년 경복궁 근정전 앞에 되살아났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주최한 '봄 궁중문화축전'으로 선보인 뮤지컬 '세종 1446'이다. 1954년 경복궁 개방 이후 중심 건물인 근정전에서 뮤지컬 공연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스름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웅장함을 자랑하는 근정전은 조선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별다른 무대 장치가 없어도 그 존재만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조명 효과를 통해 궁궐이라는 장소의 특별함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배우들의 등 뒤에 우뚝 선 근정전이 색색의 빛으로 변화할 땐 600년 세월에 담긴 역사의 흔적을 비추는 듯했다. 피를 흩뿌리며 왕좌를 가진 태종의 장면에선 빨갛게 물들었다가 한 시대가 저물어 그가 세상을 떠날 땐 서늘한 빛으로 파랗게 뒤덮였다. 세종의 고뇌와 시련이 이어질 때도 다채로운 조명으로 시시각각 변하며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근정전 중앙의 월대 위엔 어좌(임금이 앉는 자리)를 놓아 위용을 뽐냈다. 신하들은 그 아래 일렬로 배치해 편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배우들은 근정전 뒤편에서 나오는 건 물론 임금이 통행하는 길인 어도와 궁의 바깥 통로 회랑으로 등퇴장하며 그 시대를 고스란히 옮겨왔다.
작품은 세종대왕이 충녕대군에서 왕이 되기까지 과정과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한글 창제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형 양녕대군을 대신해 세자에 오르게 된 세종은 피로 얼룩진 권좌의 그림자에 괴로움을 감추지 못한다. 어좌에 앉은 세종의 뒤엔 상왕으로 여전히 권력을 휘두르는 태종이 거대하게 서 있다. 무력감을 느끼며 고뇌하던 세종은 아버지에게 맞서고 공포가 아닌 이치의 정치로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조세제도부터 장영실과 함께 개발한 과학기술, 훈민정음 등 번번이 반대하는 신하들을 꺾고 백성을 위한 조선을 향해 나아간다.
2018년 초연한 작품이다. 고궁에서 선보이는 만큼 150분 공연을 105분으로 줄였다. 또 출연 배우를 기존 인원의 두 배가 넘는 80명으로 늘려 군무와 무술 장면 등을 선보이며 넓은 궁궐 무대를 꽉 채운다. 공연 제작사 HJ컬쳐는 "국보인 근정전을 무대로 쓰기에 문화재 손상이 없도록 부피가 큰 장비인 조명타워와 스피커 등을 설치할 때는 바닥재를 보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진행된 공연은 티켓 판매가 시작된 직후 2800석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개막 첫날과 둘째날 바람과 비가 내리는 예상치 못한 추운 날씨에도 관객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키며 힘찬 박수를 보냈다. 어도를 사이로 양옆에 깔린 700석 좌석엔 남녀노소는 물론 외국인 관객까지 함께 즐겼다.
세종 역은 정상윤과 박유덕, 태종 역은 남경주와 김주호가 연기했다. 소리꾼 이봉근이 도창 역으로 극의 해설자 역할과 함께 깊은 우리 소리를 들려주며 한국적인 미를 더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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