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날아온 '금리 인상' 청구서에…은행 가계대출 감소세

한유주 기자 2023. 5. 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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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말 연 3% 후반에 받았던 대출금리가 1년이 지나 연 6%대 초반으로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많이 떨어졌지만 차주들이 감당하기에는 아직 금리가 높다는 점이 가계대출 하락세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상황과 기존 차주들이 체감하는 금리 수준 개선 환경이 가계대출 추이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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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은행, 4월말 가계대출 잔액 3.3조원 하락…16개월 연속 감소
"금리 여전히 고점이라 체감…가계대출 감소세 이어질 것"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 30대 남성 A씨는 최근 은행에서 온 '대출 금리 변경' 안내 문자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지난해 3월말 연 3% 후반에 받았던 대출금리가 1년이 지나 연 6%대 초반으로 훌쩍 뛰었기 때문이다. A씨는 매달 갚아야 할 이자가 100만원 가까이 늘면서, 살고 있던 집을 세 주고 부모님 댁으로 다시 들어가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16개월 연속 감소세다. 최고점에 올랐던 대출 금리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 데다, 뒤늦게 변동금리 조정 주기 도래로 '고금리 시대'를 체감하게 된 차주들이 상환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4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4691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2970억원 줄었다. 그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전달 대비 2조2493억원, 신용대출이 1조88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잔액이 계속 줄고 있는 것은 차주들이 체감할 정도로 대출 금리가 떨어지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차주들이 매달 원리금을 갚기엔 금리가 여전히 높아, 신규대출을 늘리기보다 기존 대출을 갚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의미다.

은행권이 최근 '상생 금융'의 일환으로 대출금리를 줄여 주담대 금리 하단이 3%대까지 내려갔지만, 조정된 금리는 신규 대출 차주만 체감할 수 있다. 6개월·1년 만에 대출금리가 조정된 변동금리 차주들은 지난해 대폭 올랐던 금리를 뒤늦게 적용받으면서 '금리 급등'의 후폭풍을 경험하게 된 셈이다.

부동산 심리가 쉽사리 잡히지 않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감소폭이 가장 컸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금리와 부동산 가격이 고점이란 인식이 상당하며 관망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에선 가계대출 감소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시중은행 대출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참여자들은 올 2분기 주택거래 부진과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 대출 수요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정부가 규제지역 다주택자에 대한 주담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상한을 30%로 완화하며 대출 규제를 풀어줬지만, '현 금리는 고점'이라는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많이 떨어졌지만 차주들이 감당하기에는 아직 금리가 높다는 점이 가계대출 하락세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상황과 기존 차주들이 체감하는 금리 수준 개선 환경이 가계대출 추이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wh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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