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태영호, '쪼개기 후원' 받았다…지방선거 공천 뒷거래 의혹
시·구의원, 가족·지인 명의 '쪼개기 후원' 정황
지방선거 이후 집중…공천 '대가성' 의혹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전후로 본인 지역구에서 당선된 기초의원들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쪼개기' 수법까지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쪼개기 후원'이란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금액을 개인에게 나눠준 뒤 개인 명의로 후원을 하도록 하거나, 개인이 제한된 금액을 초과해 후원하고자 할 목적으로 여러 사람의 명의로 나눠 합법적인 후원금인 것처럼 가장해 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태 최고위원 지역 시·구의원들은 가족·지인 등 명의로 수십~수백만원씩 나눠서 후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같은 쪼개기 후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집중됐다. 해당 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인 태 최고위원이 이들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만큼 공천 과정에서 뒷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일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태 최고위원의 지난 3년간(2020~2022년) 후원금 장부 내역에 따르면 서울시의원 A씨는 지난해 10월 21일 태 최고위원 후원 계좌에 본인 명의로 300만원을 입금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A씨의 가족 명의로도 200만원이 태 최고위원 후원 계좌에 입금됐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12월 30일에도 본인 명의로 100만원을 추가로 넣었다. 본인·가족 명의로 총 600만원을 후원한 셈이다.
강남구의회 의원 B씨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10회에 걸쳐 총 300만원을, 같은 기간 B씨의 지인 4명은 30~60만원씩 총 180만원을 각각 태 최고위원에게 후원했다. 앞서 B씨는 2020년엔 본인 명의로 60만원을 후원했지만 2년 가까이 추가 후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방선거 이후 본인·지인 명의로 후원금을 대거 태 최고위원 후원 계좌에 입금한 셈이다. B씨는 태 최고위원에게 지인 명단과 함께 "후원금을 나눠서 보냈다"는 취지로 알리기도 했다.
가족 전부가 후원금을 보낸 경우도 있었다. 강남구의회 의원 C씨는 지난해 2월 15일과 12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0만원씩 후원금을 입금했다. 그런데 같은 날 부인과 자녀 등 4명도 각각 30만원씩 후원하는 등 이들 가족 명의로만 총 270만원이 입금됐다. 6월 1일 지방선거가 치러진 점을 고려하면 선거 앞뒤로 후원이 이뤄진 셈이다. 이들 가족은 2020년에도 나눠서 후원한 적이 있는데, 당시엔 1년치를 다 합쳐도 150만원에 불과했다.
서울시의원 D씨의 경우 지인을 통해 태 최고위원에게 300만원을 후원하도록 한 뒤, 지인의 이름 등 개인정보를 태 최고위원 측에 알리기도 했다. 또 강남구의회 의원 E씨는 본인 명의로 지난해 1월과 3월 각각 100만원씩 후원했다가 돌연 4월 다시 돌려받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방선거 직전인 5월 24일 다시 2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시점상 공천 명단이 확정된 직후였다.
태 최고위원이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1년간 기초의원 5명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은 총 1850만원에 달한다. 태 최고위원은 고액의 후원을 받을 때마다 당사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 전화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자금법상 후원인 개인이 한 국회의원에게 연간 후원할 수 있는 액수는 총 5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만약 이를 위반해 5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보낼 경우 보내거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타인의 명의나 가명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한 경우에도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기초의원들 A~E씨 모두 태 최고위원 지역구에서 출마해 당선됐다는 점이다. 기초의원의 공천권은 시도당 공천관리 위원회에 있지만, 해당 지역 당협위원장의 의견을 주로 반영하기 때문에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태 최고위원이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이른바 '공천 헌금'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그 이전 후원금 장부에는 등장하지 않던 이들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집중적으로 후원을 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은 본인이 후원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쪼개기 후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연간 후원 액수가 3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실명이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 최고위원에 대한 후원 여부가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가족·지인 명의로 나눠 돈을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이들은 태 최고위원에게 별도로 후원금을 납부한 가족·지인 등의 명단을 전달하기도 했다. 해당 후원 내역이 본인 몫이라는 것을 확실히 한 셈인 데다가, 태 최고위원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공천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면 형사 처벌 대상이다. 공직선거법은 제47조(정당의 후보자추천) 2항에서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별도로 '제47조의 2(정당의 후보자추천 관련 금품수수금지) 조항을 통해 금품을 받고 후보자를 공천하는 경우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은 지난해 같은 당 소속 시의원에게 공천을 미끼로 현금을 거뒀다는 의혹이 제기돼 현재 경찰 수사 및 당무 감사를 받고 있다. 박순자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 안산 지역 시의원 공천권을 빌미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A~E씨는 대체로 가족·지인 명의로 후원이 이뤄진 점은 인정하면서도 각자 자율적으로 한 것이며, 공천에 대한 대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A씨는 "태 의원님이 주민과 간담회도 정기적으로 하는 등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하셔서 응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저희 어머니도 응원하고 싶어서 (후원을) 하신 것"이라고 해명했다.
B씨는 "전 지역구 의원이라기보다는 지역 의정 활동하시는 분들에 대한 기본적인 후원금을 드린 것"이라며 "(공천에 대한) 대가성이라고 보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주민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한 것이고, 가족과 지인들은 각자 알아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돈을 줘가면서까지 구의원을 할 생각은 없다"며 "태 의원 연고도 없고 후원금도 안 걷힐 것 같아서 선거에 도움 되라고 한 것이다. 가족들도 자율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D씨는 "기억나는 부분이 없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E씨는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통해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태 최고위원 또한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고, 문자로 해당 의혹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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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서민선 기자 s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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