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감독의 창작 재량을 보장하라

관리자 2023. 5. 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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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4월26일 개봉)은 <극한직업> (2019년)으로 1626만명의 관객을 모은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홈리스(노숙자) 풋볼 월드컵'을 배경으로 하는 <드림> 은 관객의 관심 밖으로 밀린 한국영화의 구세주가 될 거라는 기대를 받았다.

최근 개봉해 아쉬운 성적을 낸 한국영화들을 보면 이와 비슷한 사례가 종종 목격된다.

한국영화의 변화는 감독의 창작권 보장이 우선할 때 비로소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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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4월26일 개봉)은 <극한직업>(2019년)으로 1626만명의 관객을 모은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다. ‘홈리스(노숙자) 풋볼 월드컵’을 배경으로 하는 <드림>은 관객의 관심 밖으로 밀린 한국영화의 구세주가 될 거라는 기대를 받았다.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지만,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의 돌파구를 마련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전작에서 보여준 이병헌 감독의 개성이 사라진 게 결정적인 이유다.

축구선수로 뛰다가 문제를 일으킨 주인공 홍대(박서준)가 홈리스 축구팀의 감독으로 본의 아니게 재능기부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관람욕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는 아니다. <극한직업>은 경찰이 잠복을 위해 인수한 치킨집이 대박 난다는 설정으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와 다르게 <드림>은 극 중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이나 이야기 전개에서 기발한 연출의 맛이 떨어진다.

<드림>은 절망에 빠진 홈리스들이 풋볼 월드컵대회를 통해 희망의 끈을 잡는다는 결말의 감동을 향해 질주한다. 코미디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이병헌 감독을 필요로 하는 작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개봉해 아쉬운 성적을 낸 한국영화들을 보면 이와 비슷한 사례가 종종 목격된다.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을 구출하는 이야기를 다룬 블록버스터 <교섭>이 이에 해당한다.

<교섭>을 연출한 이는 임순례 감독이다. 대표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년)과 <리틀 포레스트>(2018년) 등은 한국 사회에서 관심 밖으로 밀린 이들의 더 나은 삶을 향한 의지를 통해 우리 주변을 다시 돌아보게 함으로써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반면 <교섭>은 총싸움 같은 볼거리와 실화 소재가 주는 감동 서사가 차별점을 만들지 못하면서 평범한 작품으로 남았다. 왜 임순례 감독이었을까, 의문이 남는다.

오히려 화제작을 꾸준히 발표하는 곳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다. <길복순>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정이>와 같은 영화 외에도 <더 글로리> <카지노> 등의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도 전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들 화제작은 창작자의 재량을 최대한 지원해 연출자의 개성 넘치는 연출로 어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극장에서 상영된 한국영화의 크레디트에는 많은 투자사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이들이 투자를 결정하는 최우선 조건은 흥행이 검증된 장르와 소재, 티켓파워를 지닌 배우의 캐스팅일 때가 많다. 감독의 역량을 믿고 제작비를 투자하는 사례는 극소수다. 그러다보니 엇비슷한 공장식 작품만 극장에서 개봉하고 있는 것이 현 한국영화의 실정이다. 한국영화의 변화는 감독의 창작권 보장이 우선할 때 비로소 이뤄질 것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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