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은 피해자인가, 공범인가

증권 전문 변호사들이 보는 SG사태

가수 임창정.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걸그룹 미미로즈를 키우려고 음원 저작권까지 판 '창정이형(가수 임창정)'이 주가 조작의 공범으로 내몰리고 있다.

알았나, 몰랐나

증권 전문 법조인들은 2일 SG증권발 폭락 사태로 불거진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미필적 고의(범죄 가능성 인지)가 공범과 피해자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가 폭락 사태와 관련해 집단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대건의 한상준 변호사는 "처벌 받을 것을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라며 "그러나 통정매매에 대한 이해는커녕 주식 투자 경험이 거의 없는 분들도 많았다. 투자 방식도 잘 모른 채 ‘우량주를 장기 투자한다'는 생각에 투자를 한 사람들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 가수 임창정씨의 사례는 어떻게 봐야 할까.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공범과 피해자를 가르는 여부는 임씨 본인도 속았는지 여부가 핵심"이라며 "이걸 구별하려면 △홍보 등 주가조작의 업무에 영향을 미치거나 도움을 줬는지 △수수료, 서비스, 수익금 등 혜택을 받았는지 등을 통해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영향 주고 받았나

곽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로 주장하는 사람(임창정)이 어떤 회사의 홍보 등 업무에 영향을 끼쳤거나 도움을 줬는지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유명인은 사진을 찍어도 홍보가 되기 때문에 자신의 영향력을 알고 홍보에 영향을 주었다면, 또는 임씨의 명성 등이 모집에 도움을 주었다면 공범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물질적인 것을 받지 않았더라도 주가조작에서 낮은 수수료를 책정 받았다거나 더 나은 서비스나 더 많은 정보를 제공 받는 등 일정한 혜택이 있다면 공범 여부가 확실해진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 설명회 등에 직접 참여해 설명하거나 본인 회사에 도움을 받았다면 공범이 될 수 있다.

곽 변호사는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라덕연이 임창정 회사에 투자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런 경우 혜택이 있기 때문에 공범이 될 수 있다"라며 "임씨의 회사가 비상장이라 가치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지분을 사준 것 만으로도 혜택성을 고려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카톡·문자 메시지 나와야"

법무법인 대호의 이성우 변호사도 "임씨는 방송 등을 통해 갑자기 돈이 2~3배 불어나 있었다고 진술했다. 즉 주가조작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은 알았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돈을 주면 이걸로 장난을 친다'는 걸 알았다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라며 "다만 중요한 건 '그럴 것 같다'라는 정황 증거로 기소를 할 수 없다. 검찰에서 해당 내용이 담긴 카톡이나 문자 메세지 등 내용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휴대전화, 계좌 언제 맡겼나

이성우 변호사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했다. 전자금융거래는 이용자가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의 종사자와 직접 대면하거나 의사소통을 하지 아니하고 자동화된 방식으로 이를 이용하는 거래를 말한다.

전자거래과정에서 △접근 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 △대가를 수수(授受)·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 매체를 대여 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공인인증서, 전자식 카드, 전자적 정보 등)를 대여 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전달·유통하는 행위에 해당된다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다.

이 변호사는 "만약 임씨가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 매체를 대여했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라며 "다만 이를 인지하지 못했고, 첫 번째(접근매체 양도 행위)에만 해당된다면 시기를 따져봐야 한다. 접근매체 양도의 경우 2020년 5월 19일 신설돼, 2020년 8월께 양도했다면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박필서 변호사는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보고 있는 입장"이라며 "관련자들 모두 수사가 진행 중이라 서로 피해자라고 방어적인 입장인데, 임씨처럼 휴대전화나 계좌 정보 등을 일임한 사람들은 방조나 가담에 대해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