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이승엽인데…왜 밤마다 불 끈 방에서 생각 비울까

김민경 기자 2023. 5. 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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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엽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경기가 딱 끝나면 기사도 하이라이트 영상도 보지 않고 딱 집에 가서 불을 끄고 아무 생각 없이 다음 날 아침까지 있습니다. 그렇게 보내니 조금 낫더라고요."

천하의 '국민타자' 이승엽도 잠 못 들게 하는 게 야구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 달 동안 하늘과 땅을 오가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4월 성적표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두산은 4월 한 달 동안 12승11패1무 승률 0.522로 버티면서 KIA 타이거즈와 공동 5위에 올랐다. 부상으로 이탈한 2선발 딜런 파일(27)이 돌아올 때까지 5할 승률을 사수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10월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지도자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코치 경험이 없는 이 감독이 두산에서 어떤 야구를 펼칠지 지켜보는 시선이 많았다. 이 감독은 그런 시선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몇 배로 더 준비하려 했고, 김한수 수석코치를 가까이 두고 필요할 때는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아무리 완벽해지려 해도 60~70명에 이르는 선수단 전체를 다 살피며 팀 성적까지 챙기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초보 감독인 이승엽에게도, '명장'이란 수식어가 붙는 베테랑 감독에게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그런 중압감을 버티는 게 프로야구 감독의 숙명이다.

이 감독은 다사다난했던 4월을 되돌아보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경기 아웃카운트 27개, 9회 공격과 수비가 끝나고 경기가 종료돼야 끝난다. 한시도 마음 놓을 수가 없더라. 선수 때는 내 플레이를 했다면, 이제는 전체를 다 봐야 한다. 모든 선수를 체크하면서 모든 선수가 잘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아무래도 경험도 부족하고, 분명히 판단이 미숙할 수 있다. 스태프와 융화라든지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선수들이랑 스태프들이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한 달 동안 20경기 조금 넘게 했는데, 경기를 하면 할수록 나도 경험이 쌓이고 우리 선수들과 처음 만나서 1년째인데, 하면 할수록 호흡이 좋아진다. 전력이 갖춰진다면 우리 선수들은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지금은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 호세 로하스의 홈런에 기뻐하는 이승엽 감독 ⓒ곽혜미 기자
▲ 경기가 풀리지 않아 생각이 많아 보이는 이승엽 감독 ⓒ 두산 베어스

홀로 중압감을 견뎌야 했던 시간도 고백했다. 이 감독은 "사실 경기를 아쉽게 지고, 역전패하고 이러면 잠을 잘 못 이룬다. 경기가 딱 끝나면 기사도 하이라이트 영상도 보지 않고 불 끄고 아무 생각 없이 다음 날 아침까지 그렇게 보내니까 조금 낫더라. 원래는 잠을 잘 못 잤는데, 그렇게 하면 생각보다 잠을 더 자더라"며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고 했다.

늘 준비해도 막상 경기가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어떤 상황도 확신할 수 없는 게 야구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작전 하나, 판단 하나가 팀 승리와 패배에 직결되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하고, 때로는 또 과감하게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선수 때는 내가 찬스가 올 때 치면 이기고, 못 치면 지는 거였다. 지금은 조금 더 크게 봐야 한다. 사실 일희일비를 하면 안 되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잘 안 되더라"고 했다.

5월부터는 조금 더 두산을 강팀으로 다져 나가겠다고 했다. 딜런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고, 그동안 5선발 임무를 착실히 해준 좌완 최승용이 불펜에 가세하면서 훨씬 더 탄탄한 마운드를 갖추게 됐다. 타선은 팀 전력의 핵심인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의 타격감이 최근 살아나고 있는 게 고무적이다. 로하스는 최근 2경기에서 7타수 4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4월에는 하늘과 땅을 왔다 갔다 했다. 5월부터는 승수를 쌓아나갈 것이다. 어느 팀이 붙어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전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5월의 첫 경기였던 2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3-0으로 완승하며 승수 쌓기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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