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이승엽인데…왜 밤마다 불 끈 방에서 생각 비울까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경기가 딱 끝나면 기사도 하이라이트 영상도 보지 않고 딱 집에 가서 불을 끄고 아무 생각 없이 다음 날 아침까지 있습니다. 그렇게 보내니 조금 낫더라고요."
천하의 '국민타자' 이승엽도 잠 못 들게 하는 게 야구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 달 동안 하늘과 땅을 오가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4월 성적표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두산은 4월 한 달 동안 12승11패1무 승률 0.522로 버티면서 KIA 타이거즈와 공동 5위에 올랐다. 부상으로 이탈한 2선발 딜런 파일(27)이 돌아올 때까지 5할 승률을 사수하는 목표를 달성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10월 두산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지도자 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코치 경험이 없는 이 감독이 두산에서 어떤 야구를 펼칠지 지켜보는 시선이 많았다. 이 감독은 그런 시선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몇 배로 더 준비하려 했고, 김한수 수석코치를 가까이 두고 필요할 때는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아무리 완벽해지려 해도 60~70명에 이르는 선수단 전체를 다 살피며 팀 성적까지 챙기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초보 감독인 이승엽에게도, '명장'이란 수식어가 붙는 베테랑 감독에게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그런 중압감을 버티는 게 프로야구 감독의 숙명이다.
이 감독은 다사다난했던 4월을 되돌아보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경기 아웃카운트 27개, 9회 공격과 수비가 끝나고 경기가 종료돼야 끝난다. 한시도 마음 놓을 수가 없더라. 선수 때는 내 플레이를 했다면, 이제는 전체를 다 봐야 한다. 모든 선수를 체크하면서 모든 선수가 잘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아무래도 경험도 부족하고, 분명히 판단이 미숙할 수 있다. 스태프와 융화라든지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선수들이랑 스태프들이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한 달 동안 20경기 조금 넘게 했는데, 경기를 하면 할수록 나도 경험이 쌓이고 우리 선수들과 처음 만나서 1년째인데, 하면 할수록 호흡이 좋아진다. 전력이 갖춰진다면 우리 선수들은 강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지금은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홀로 중압감을 견뎌야 했던 시간도 고백했다. 이 감독은 "사실 경기를 아쉽게 지고, 역전패하고 이러면 잠을 잘 못 이룬다. 경기가 딱 끝나면 기사도 하이라이트 영상도 보지 않고 불 끄고 아무 생각 없이 다음 날 아침까지 그렇게 보내니까 조금 낫더라. 원래는 잠을 잘 못 잤는데, 그렇게 하면 생각보다 잠을 더 자더라"며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고 했다.
늘 준비해도 막상 경기가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어떤 상황도 확신할 수 없는 게 야구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작전 하나, 판단 하나가 팀 승리와 패배에 직결되기 때문에 조금 더 신중하고, 때로는 또 과감하게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선수 때는 내가 찬스가 올 때 치면 이기고, 못 치면 지는 거였다. 지금은 조금 더 크게 봐야 한다. 사실 일희일비를 하면 안 되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잘 안 되더라"고 했다.
5월부터는 조금 더 두산을 강팀으로 다져 나가겠다고 했다. 딜런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고, 그동안 5선발 임무를 착실히 해준 좌완 최승용이 불펜에 가세하면서 훨씬 더 탄탄한 마운드를 갖추게 됐다. 타선은 팀 전력의 핵심인 외국인 타자 호세 로하스의 타격감이 최근 살아나고 있는 게 고무적이다. 로하스는 최근 2경기에서 7타수 4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했다.
이 감독은 "4월에는 하늘과 땅을 왔다 갔다 했다. 5월부터는 승수를 쌓아나갈 것이다. 어느 팀이 붙어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전력을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5월의 첫 경기였던 2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서 3-0으로 완승하며 승수 쌓기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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