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관계인구를 통한 지역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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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난 지 30년 고향에 돌아오니 알던 사람은 죽고 집은 무너져 마을은 황폐화되었네. 청산은 말이 없는데 봄날은 저물어 멀리서 두견새 우는 소리만 들려오네.' 임진왜란이 끝난 후 서산대사가 고향에 돌아와 읊은 <환향(還鄕)> 이란 시 구절이다. 환향(還鄕)>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는 통근·통학·관광·휴양·업무 또는 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하여 체류하는 사람을 '생활인구'로 정의하고 이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지원시책을 수립·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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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지원금 투입도 소용없어
특정 지역 방문·체류 ‘생활인구’
소속·자부심 느낄 수 있게 관리
세제 혜택 등 관련 제도 정비도
‘집 떠난 지 30년 고향에 돌아오니 알던 사람은 죽고 집은 무너져 마을은 황폐화되었네. 청산은 말이 없는데 봄날은 저물어 멀리서 두견새 우는 소리만 들려오네.’ 임진왜란이 끝난 후 서산대사가 고향에 돌아와 읊은 <환향(還鄕)>이란 시 구절이다. 봄이 무르익어 녹음방초가 싱그럽지만 사람 구경하기 어려우니 쓸쓸하기는 마찬가지다. 소멸 위기의 시골마을 풍경이다.
그동안 출산장려금, 청년창업과 정착지원금, 지역균형개발 등으로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했지만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는 가속화하고 있다. 농가 인구는 지난해보다 4만9000명 줄고 남아 있는 사람도 70세 이상 고령자가 34.9%나 된다. 지난 4년간 청년을 유치하려고 일자리·주거·복지체계를 갖춘 ‘이웃사촌 시범마을’을 조성하는 데 무려 1280억원 예산을 쏟아부은 경북 의성군마저 인구 5만명 선이 무너졌다.
일본이 제2기 지방창생정책에서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활력 있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구현’을 위해 착안한 것이 ‘관계인구’이다. 관계인구는 단순한 관광객이나 체류자가 아니라 지역에 관심을 두고 자주 찾거나 여러 형태로 지역과 관계를 갖는 응원군 역할을 한다. 이들은 고비용의 이주 대책과 달리 지역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생산 또는 소비 활동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여가·문화 활동을 즐기며 지역을 활성화한다. 별생각 없던 사람들도 지역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면 지방소멸 대응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2013년부터 귀농·귀촌을 촉진하고 있다. 정보 제공과 교육훈련, 창업·주택구입 지원을 통해 연간 약 50만명, 시·군별로 평균 3700명이 농어촌으로 유입된다. 올해부터 시작한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 1분기 실적을 보면 시·군당 평균 5300만원을 모금했는데 전북 임실·순창, 경북 예천 등 작은 지자체의 모금액이 지방 중소도시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귀농·귀촌자의 수나 모금액은 인구 규모, 지자체 홍보활동 등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겠지만 관계인구와 지역 친밀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관계인구를 ‘생활인구’라고 부른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는 통근·통학·관광·휴양·업무 또는 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하여 체류하는 사람을 ‘생활인구’로 정의하고 이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지원시책을 수립·추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때맞춰 강원도는 공유오피스와 숙소, 부산과 제주는 워케이션(여행친화형 근무제), 경북은 세컨드하우스 구축으로 ‘두 지역 살기 기반 사업’ 등 나름대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런 시도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고 행정체계와 일하는 방식을 바꿔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어촌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이 도시민의 35.3%나 된다. 이들을 관계인구로 활용하려면 지역별로 향우회나 동호회 등 특정 그룹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역에 대한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끼도록 공공서비스 제공 같은 세심한 배려와 관리가 필요하다. 아울러 개별적인 제도 홍보와 기부 권유를 금지하는 고향기부제의 일부 규제를 개선한다든지, 농어촌주택 취득 때 양도세나 종부세 부과 특례대상에 관계인구도 포함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노자는 작은 나라도 백성들이 ‘먹는 것을 달게 여기고, 입는 것을 아름답게 여기며, 사는 곳을 편안하게 여기고, 풍속을 즐겁게 여기는 것’을 이상 국가라 하였다. 그렇다. 작은 지역이지만 주민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면 소문을 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제 발로 찾아오지 않겠는가?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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