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산업폐기물 국가가 관리해야

황송민 2023. 5.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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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반대 기자회견에서 만난 한 주민의 외침이 여전히 귓가를 맴돈다.

현수막에는 모든 것을 걸고라도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농촌주민의 절박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기자가 만난 주민은 "시설을 운영하는 민간기업을 믿을 수 없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현재 주민의 반발로 '집단 암 발생' 원인 규명을 위한 추가 보완조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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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도 권할 수 없는데, 우리 죽고 나면 누가 마을에 들어와 살려고 하겠어요?”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후기리 소각장 반대 기자회견에서 만난 한 주민의 외침이 여전히 귓가를 맴돈다. 평생을 후기리에서 살아온 그 주민은 외지에 있는 자식을 고향으로 불러 함께 살까 고민했지만 이내 포기했다고 아쉬워했다.

후기리와 비슷한 상황은 농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현장을 다니다보면 폐기물 처리시설을 반대하는 현수막과 종종 마주친다. 현수막에는 모든 것을 걸고라도 삶의 터전을 지키겠다는 농촌주민의 절박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유해시설이 평화로운 농촌에 갈등을 야기한다. 기자가 만난 주민은 “시설을 운영하는 민간기업을 믿을 수 없다”고 한결같이 말했다.

폐기물관리법에는 폐기물 종류에 따라 관리 주체가 나뉜다. 생활쓰레기는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진다. 그 외 산업폐기물은 민간이 담당한다. 즉 기업이 재활용·소각·매립 등 모든 과정을 처리하는 것이다.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극대화다. 폐기물 처리업체엔 상대적으로 땅값이 저렴하고 대지 확보가 쉬운 데다 민원을 일으킬 주민이 많지 않은 농촌이 제격이다. 간혹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오염물질을 배출하다 적발되기도 하지만 처벌은 이익에 비해 약하며 피해의 원인 규명도 쉽지 않다.

청원구 북이면이 대표적인 사례다. 북이면에는 반경 2㎞ 이내 민간 소각장이 3개나 있다. 하루 총 처리용량은 1999년 15t에서 2017년 544t으로 36배나 증가했다. 최근 10년간 60여명(폐암 31명)의 주민이 암으로 목숨을 잃었고, 호흡기·기관지 질환자가 45명 발생했다.

환경부는 2020년에야 건강영향조사에 착수했고 주민의 체내에 다이옥신과 카드뮴 등이 다른 지역보다 2∼6배 높게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집단 암 발병과 소각장과는 사실상 관련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주민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지금까지 받지 못했다. 현재 주민의 반발로 ‘집단 암 발생’ 원인 규명을 위한 추가 보완조사를 진행 중이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며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국정목표로 설정했다. 살기 좋은 지방시대의 선결 조건은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제라도 산업폐기물 처리에서 정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에 우리의 환경을 맡겨선 안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진다.

황송민 전국사회부 차장 hsm777@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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