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수출 때 미국 특별허가 받았다" 갈 길 먼 한국형 원전 수출
한수원 "당시는 미국 회사 아닌 정부 허가 취득"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의 원천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두고 소송 중인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의 원전 수출에 다시 한번 제동을 걸고 나섰다. APR1400이 자사의 원전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니 동의를 받은 뒤 수출해야 한다며 한국과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폴란드를 압박했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의 수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당시 미국 정부의 특별허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원전 수출 과정에서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리란 우려가 나온다.
2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패트릭 프래그먼 웨스팅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폴란드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형 원전 수출은) 미국 수출 통제와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국이 추진하는 폴란드 원전 사업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폴란드 민간 발전사 제팍(ZE PAK), 폴란드전력공사(PGE)와 현지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형 원자로 APR1400을 활용한 원전 2기를 짓는 협력의향서(LOI)를 맺고 본계약을 논의 중이다.
"폴란드 원전 수출 허가받아야" VS "폴란드 원전은 100% 한국기술"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 APR1400 원천 기술이 자사의 기술에서 나온 만큼 미 정부의 허가 없인 수출할 수 없다며 소송을 걸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 있을 때 프래그먼 CEO가 바르샤바를 찾아 "폴란드가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고 싶다면 (웨스팅하우스 기술인) AP1000이 유일한 선택"이라며 한국이 추진 중인 폴란드 원전 건설 사업까지 자신들이 가져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미국 원전 회사가 이런 배짱을 보이는 배경은 2009년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웨스팅하우스는 APR1400이 자사의 원전 기술 '시스템80 플러스'에서 비롯됐다며 지식재산권을 문제 삼았고한국은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원자로냉각재펌프(RCP) 등 기기를 납품받는 형식으로 갈등을 풀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당시는 RCP, 계측 제어 설계, 원전 설계 핵심코드의 기술 자립이 안 됐다"며 "(원전 건설에) 미국 기술이 포함돼 미국 수출 통제 적용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9년 UAE는 미국 수출통제규정상 특별허가 대상국이라 UAE 원전 수주 후 미국 에너지부(DOE)로부터 관련 허가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웨스팅하우스가 마지막까지 이전하지 않았던 원전 주요 기술은 2010년 중반 국내 자체 기술력을 갖췄다는 게 한수원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한수원은 폴란드 원전 수출에 웨스팅하우스사가 지식재산권을 문제 삼는 건 억지라고 주장한다.
한미 장관 회담서도 "원전 갈등 정부가 노력" 입장 전달에 그쳐
원전 원천기술 논란이 불거지자 폴란드는 한국을 상대로 더 많이 투자하라고 압박했다. 지난달 24일 방한한 보이치에흐 동브로프스키 PGE 사장은 한수원의 폴란드 원전 수출 본계약 가능성을 "언제든 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이 (폴란드 원전 건설을 위한) 2차 합작회사 지분 최대 49%를 투자하기를 희망한다"고 요구했다.
원전 수출을 둘러싼 한미 갈등에 우리 정부도 나섰지만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워싱턴 DC에서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한·미 원전기업 간 법률적 다툼을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노력하자"고 제안했지만 양국 정부 공동발표문에는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 오히려 한·미 정상 공동선언문에 '각국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식재산권을 상호 존중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 의정서에 일치하는 방식으로 세계적 민간 원자력 협력에 참여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우리가 불리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성명을 통해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담긴 '지식재산권 존중', 'IAEA 추가 의정서 준수'는 한국 원전 수출에 대한 (미국의) 경고"라고 평가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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