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잘 쳐줄 테니 재투자해라" "우린 패밀리" 자산가들 이렇게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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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세력들이 투자자들 소유의 부동산을 거액에 사들인 뒤 그 매입금으로 재투자를 권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해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라덕연 대표가 운영하는 H투자자문업체를 소개받았다는 A씨는 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주가조작 세력은 시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시골 땅이나 건물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값을 잘 쳐줄 테니 팔라'고 제안한 뒤 매입금 일부를 투자하라고 꼬드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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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절반 등 비상식 투자 "우린 패밀리" 안심
"CFD로 빚더미" 호소… 차명 재산 확인도 필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세력들이 투자자들 소유의 부동산을 거액에 사들인 뒤 그 매입금으로 재투자를 권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계약서도 없이 수익금의 절반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불리한 조건이었지만, 투자자들은 ‘명망 있는 자산가 모임’이란 얘기를 전해 듣고 거액을 맡겼다.
자산 처분 대금으로 재투자 권유
지난해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라덕연 대표가 운영하는 H투자자문업체를 소개받았다는 A씨는 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주가조작 세력은 시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시골 땅이나 건물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값을 잘 쳐줄 테니 팔라’고 제안한 뒤 매입금 일부를 투자하라고 꼬드겼다”고 밝혔다. 연예기획사 지분 일부를 50억 원에 파는 대신 30억 원을 재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가수 임창정씨 사례처럼 자산 매입을 대가로 투자를 권유받은 일이 드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H업체 쪽으로 등기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부동산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 집단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건의 한상준 변호사는 “주가조작 세력이 차명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며 “수사당국이 드러난 계좌 외에 은닉된 범죄수익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IP 모임·대외비 구실 투자자 속여
H업체 투자자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당국에 정식으로 투자일임업(고객 투자를 일임받아 운용) 등록조차 하지 않은 H업체에 선뜻 거액을 맡겼던 이유는 무엇일까. 투자자들은 ‘VIP(중요인사) 투자 패밀리’를 표방한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말 2억 원을 투자했다는 B씨는 “원래 5억 원 미만은 받아주지 않는데 특별히 넣어준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계약서를 쓰자고 했다가는 H업체 심기를 거스를까 봐 말도 못 꺼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공지능(AI)이 투자하는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익률이 수년째 안정적이었던 점도 의심을 거두는 데 한몫했다.
H업체는 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은 채 거래 수수료로 수익금의 절반을 요구하거나, 투자자 명의 휴대폰을 직접 관리했다. 어떤 종목을 거래하는지도 꽁꽁 숨겼다. 모두 상식 밖 행태였지만 당시엔 그럴듯하게 보였다는 게 피해자들 전언이다. A씨는 “저평가 우량주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데, 투자자들이 어떤 종목인지 알고 직접 투자하면 시장이 교란된다고 했다”며 “휴대폰 관리도 투자 종목 보안 유지 차원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차액결제거래(CFD) 피해 키워
투자자들이 가장 분개하는 지점은 자신도 모르게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이다. H업체가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개설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가 원인이다. CFD는 실제 주식을 매입하지 않더라도 일부 증거금만 납입하면, 가격 변동에 따라 차익을 얻는 구조다. 자기 자본의 몇 배까지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부동산업계에 종사하는 피해자 C씨는 “투자금의 2배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며 “사업가는 신용이 가장 중요한데 연쇄 부도가 날 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B씨도 “CFD에 대한 설명은 한 번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가조작 세력이 골프연습장과 콘텐츠 제작사, 광고 대행업체 등을 세워 자금 세탁에 동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된 법인 등기에는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된 라 대표와 프로골퍼 출신 안모씨를 비롯해 조모씨와 변모씨 등의 이름이 반복 등장한다. 라 대표가 연예계는 물론, 정치권과 재계, 체육계 등의 문어발 인맥을 투자금 유치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날 주가조작 의심 세력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휴대폰과 미등록 투자일임업 혐의와 관련한 수사 내용을 검찰로 이첩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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