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간부 분신에... 민노총 내일 尹정부 규탄집회

강릉/정성원 기자 2023. 5. 3.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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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치료 받던 중 숨져
“기삿거리 있다” 기자에 전화
기자 도착 1분만에 불 붙여
지난 1일 인천 부평역 앞 부평대로에서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소속 노조원들이 강원도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소식에 묵념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 간부가 숨진 2일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해임을 요구했다. /뉴시스

근로자의 날인 지난 1일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모(50)씨가 서울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2일 오후 1시 9분쯤 숨졌다.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소속인 양씨는 지난 1일 오전 9시 36분쯤 강릉지원 앞 잔디밭에서 자신의 몸에 시너를 끼얹고 불을 붙였다. 전신 화상을 입은 양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서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이날 숨졌다. 현장에서는 빈 시너 통 2개가 발견됐고, 양씨의 차량에선 가족과 민주노총 건설노조위원장, 더불어민주당에 남긴 유서 3통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혐의가)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네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작년 4월부터 올 2월까지 강원 지역 공사 현장을 돌며 공사를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8000여 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아 왔다. 검찰은 최근 양씨를 포함해 강원건설지부 전·현직 간부 3명에 대해 공동공갈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양씨가 분신한 당일 오후 3시 법원에서는 이들의 영장 실질 심사가 예정돼 있었다. 이날 법원은 양씨 등 3명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기각 사유에 대해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상황, 심문 과정에서 입장을 번복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증거 인멸, 도주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양씨의 분신 당시 CCTV를 확보해 정확한 분신 과정에 대해 수사 중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숨진 양씨는 분신하기 20여 분 전부터 동료 조합원 1명과 같이 있었고, 평소 친분이 있던 YTN기자에게 “법원에 오면 뉴스거리를 주겠다”고 전화를 걸어 법원으로 불렀다고 한다.

양씨는 분신을 시도하기 1시간 10분 전인 오전 8시 25분쯤 법원에 도착했다. 그는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한 뒤 잔디밭으로 걸어가 주저앉았다. 잔디밭은 춘천지법 강릉지원과 춘천지검 강릉지청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정원에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시너 통이 발견된 것으로 미뤄 양씨가 사전에 준비해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했다.

분신 26분 전인 오전 9시 10분. 잔디밭에 앉아 있던 양씨에게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A씨가 다가갔고,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눴다. A씨는 강원 지역 건설노조 조합원이었다. A씨는 이날 양씨와 함께 영장 실질 심사를 받기로 돼 있던 김모씨로부터 “양씨가 연락이 안 된다. 전화가 꺼져 있다. 빨리 좀 찾아보라”는 연락을 받고, 양씨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양씨와 A씨는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 영장 심사가 끝난 후 막걸리 한잔하자” 등의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분신 1분 전인 오전 9시 35분. YTN 기자가 양씨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양씨는 “다가오지 마라”고 한 뒤 곧바로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YTN 기자는 이날 아침 양씨 전화를 받고 카메라 기자 1명과 함께 법원으로 갔다고 한다. 기자가 도착했을 때도 동료 A씨는 양씨 곁에 있었다.

불은 순식간에 온몸으로 번졌고, 법원, 검찰 직원들이 뛰어나와 소화기로 불을 껐다. 이때 양씨의 동료 A씨는 뒷걸음질 치며 휴대전화를 만지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고 한다. 경찰은 조만간 A씨를 불러 양씨의 분신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양씨가 입원했던 서울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은 정부의 노조 탄압 때문”이라며 “오는 4일 용산에서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는 총력 결의 대회를 열겠다”고 했다. 그러나 양씨 유족들은 오히려 노조원들을 향해 “누가 분신했는지 이렇게 알려지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가라는 거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당한 노조 활동에 대한 탄압으로 동지를 분신에 이르게 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경수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윤 정권은 불법, 비리, 폭력 등 낙인을 찍어 민주노총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 사과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해임, 건설노조 탄압 중단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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