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김익래 모두 “난 책임 없다”… 진흙탕 소송전

최형석 기자 2023. 5. 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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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발 주가 폭락 사태, 당사자들 서로 고소
서울 여의도 키움증권./연합뉴스

8종목의 주가가 나흘 만에 최대 76% 폭락한 ‘SG발 주가 폭락 사태’가 관련자들 간의 맞소송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주가 조작의 핵심이란 의혹을 받는 라덕연 H투자자문 대표 측과 라씨가 폭락 사태의 배후로 지목한 일부 대주주, 라씨 업체에 돈을 맡겼다가 손실을 본 전주(錢主·투자자) 등 관련자들이 서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소송전에 나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4일 대성홀딩스·서울가스·선광·삼천리·세방·다우데이타·하림지주·다올투자증권 등 8종목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하며 시작됐다. 모두 프랑스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 창구에서 대량 매도 주문이 나왔다고 해서 SG발 폭락 사태로 불렸다. 폭락은 27일까지 이어졌고, 나흘간 하락 폭은 42~76%에 달했다. 8종목의 시가총액은 8조2000억원 증발했고, 큰 손실을 봤다는 투자자가 속출했다.

◇서로 “책임 없다”는 라 대표와 대주주

2일 키움증권은 라씨를 명예훼손죄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라씨는 키움증권이 속해 있는 다우키움그룹 김익래 회장이 주가 폭락이 발생하기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605억4300만원어치)를 한꺼번에 내다팔아 주가 폭락을 유발했다고 주장해왔다.

김 회장은 고소장에서 “해당 주식 매도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주가조작 세력과 연계된 사실은 전혀 없고 피고소인 라덕연도 어떠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씨도 김 회장을 고소하겠다고 했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 “김 회장이 승계 목적으로 (증여세를 낮추기 위해) 다우데이터 주식을 대량 매도해서 주가 폭락을 유발했다”며 “이달 안에 자본시장법상 시장 교란 혐의로 김 회장을 민형사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씨는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달 17일 서울가스 주식 10만주를 팔아 456억9500만원을 현금화했다.

라씨 업체를 통해 총 1조원 넘게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1000명 넘는 투자자도 오는 9일 라씨 등 주가조작 일당을 고소하기로 했다. 투자자 법률 대리인은 “주가조작 일당을 남부지검 금융범죄합동 수사단에 사기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할 계획”이라며 “참여 의사를 밝힌 분들은 130명 정도이며 1인당 평균 10억원 이상 피해를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법률 대리인은 라씨를 비롯해 강남의 고급 골프연습장을 운영한 전직 프로골퍼 안모(33)씨, 투자 유치 총괄인 변모(40)씨 등 6명을 주가조작범으로 지목했다. 안씨는 골프연습장을 중심으로 연예인·재력가를, 변씨는 이번 사건의 주요 투자자였던 의사들을 투자자로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 본 투자자들은 평소 라씨와 친분

이번 사태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유명 인사들이 라씨와 가까운 관계였다는 점도 드러나고 있다.

가수 임창정씨는 작년 12월 라씨와 관련된 골프 업체가 주최한 투자자 모임에서 라씨에 대해 “너 잘하고 있어. 왜냐면 내 돈을 가져간 저 XX가 대단한 거야”라며 투자를 권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H투자자문 관계자들도 임씨 회사에 관여했다. 임씨의 콘텐츠 제작사에 투자 유치 총괄 변씨가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라씨와 함께 투자자들과 골프를 치며 영업총책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안씨도 이사로 올라 있다.

이에 대해 임씨 측은 “라씨와 변씨, 안씨 등이 케이블 방송사 C사도 운영해 협력 차원에서 교류를 시작했다가 라씨가 임창정 회사에 50억원을 투자한다고 해 가까워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이 재직 중인 재단과 협회에도 라씨 이름은 등장한다. 이 전 회장이 이사장을 맡은 학교법인에 라씨가 작년 4월 20일 이사로 등기됐다. 그는 이 전 회장이 협회장을 맡은 한 의료 관련 협회 홈페이지에도 이사로 나와 있었지만 현재는 지워진 상태다.

이 전 회장의 아들인 이만규 아난티 대표는 “부친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모았던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있다”고 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은 없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 이재환 전 CJ파워캐스트 대표도 라씨와 73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2020년 코스닥 바이오 기업 싸이토젠에 투자했다가 결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라씨가 재계 인사들과 가까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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