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확장억제”… MBC도 패널 80%가 親野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기간 MBC 라디오 주요 시사 프로그램에 전(前) 정부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대거 출연해 현 정부의 방미 성과를 폄훼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MBC도 KBS 라디오와 마찬가지로 ‘여야 패널 불균형’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b>본지 2일 자 A5면>. 일반 유튜브나 민간 케이블TV가 아닌 전파 기반의 공영방송 라디오에서 공정성 의무 등을 심각하게 위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C 노동조합(제3노조)과 공정언론국민연대는 “지난달 24~30일 MBC 아침 시사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이하 시선집중)과 저녁 시간대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하이킥)에 나오거나 전화 연결한 출연자를 전수 조사한 결과, 심각한 편파성이 확인됐다”고 2일 밝혔다. 두 단체에 따르면, 해당 시기 ‘시선집중’엔 정부 측과 입장이 비슷한 인사 2명이 출연하는 동안 친야(親野) 패널은 10명이 출연했다. 이 기간 19명(고정·중복 출연 포함) 출연자 중 절반 이상이 친야 성향으로 나타났다. ‘하이킥’ 역시 친여 성향 2명 대비 친야로 분류된 출연자는 27명으로, 이 기간 출연자 34명(고정·중복 출연 포함)의 79%가 야권 성향으로 나타났다.
◇전 정부 사람들 패널 초청, 현 정부 평가
전임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대학교수, 연구원 등의 직함으로 등장했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6일 ‘시선집중’과의 전화 연결에서 “대통령 비서실의 참모 기능이 뒤죽박죽되면서 모든 것이 대통령의 실수나 말을 덮는 데 소모됐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교수는 27·28일 이틀 연속 ‘시선집중’에 나와 “워싱턴 선언에 담긴 ‘한미핵협의그룹’은 기본적으로 차관보급 협의체”라며 “양국 대통령이 선언문이라고 디클레어했는데 협의회 자체는 급이 낮아져 이율배반적”이라고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하이킥’에 나와 “워싱턴 선언이고 무슨 공동성명이고 현란한 수사는 많은데, 기껏해야 확장억제 하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문제기 때문에 참모들이 뒷감당하느라 고생”이라고 했다. 강명일 MBC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현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과거 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나와 ‘전문가’라면서 설명하는 것은 누가 봐도 편파적이고 악의적인 패널 섭외”라고 말했다.
근거를 제시하기 힘든 발언들도 전파를 탔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엄청나게 비싼 점심 값을 지불하고 올 것”이라고 했고, 정의당 국회의원 출신인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워싱턴 선언에) 미국 핵잠수함이 우리나라에 기항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핵을 탑재하고 오면 비핵화 공동선언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홍렬 공정언론국민연대 공정감시단장(전 YTN 보도국장)은 “TV는 안 보면 그만이지만, 라디오는 버스나 택시에서 수시로 노출된다”며 “양대 공영방송 라디오의 편파 방송은 더 이상 좌시하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정연주 방심위원장 책임지고 사퇴해야”
국민의힘은 방송 공정성을 책임진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정연주 방심위원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이 공정한 방송 심의와 MBC 관리·감독은 걷어치우고 자신을 임명해 준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을 위해 버티기에 돌입하고 있다”며 “자진 사퇴할 것을 강력 경고한다”고 했다.
방심위는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는 기구로 이를 위반한 보도를 심의·제재한다. 정연주 방심위원장은 KBS 사장 출신으로, 2021년 문재인 대통령 추천으로 임명됐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한겨레 편집인 출신으로 2021년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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