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다 싶어 가격 인상"…인플레를 기회로 보는 기업의 속내

강민경 기자 2023. 5. 3.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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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은 배경에는 이때를 틈타 가격을 더 올리려는 기업들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폴 도노번 UBS글로벌 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공급 병목 현상과 에너지 가격 상승을 알고 있기에 기꺼이 따라와줄 것으로 믿고 있다"며 "기업들은 가격 인상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며 브랜드에 손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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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보도…일부 기업들은 원가 상승률보다 가격 더 빨리 인상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의 한 슈퍼마켓에 상품이 진열돼 있다. 미 노동부는 14일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인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4% 상승했다고 밝혔다. 23.02.13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은 배경에는 이때를 틈타 가격을 더 올리려는 기업들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적지 않은 기업들이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드문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식량·원자재의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1980년대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으로 대응했으나,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기업들이 비용 상승분을 상쇄하는 것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징후가 있다고 WSJ는 전했다.

폴 도노번 UBS글로벌 자산운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공급 병목 현상과 에너지 가격 상승을 알고 있기에 기꺼이 따라와줄 것으로 믿고 있다"며 "기업들은 가격 인상이 자신들의 잘못이 아니며 브랜드에 손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가격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기업도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가격을 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이사벨라 웨버 매사추세츠대 경제학과 교수와 그의 동료 에반 와스너는 최근 기업들의 실적발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런 패턴을 발견했다.

지난주 미국 식품업체 네슬레는 상품 가격을 9.8%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대비 5.6% 증가했다고 밝혔다. 네슬레 측은 지난 2년간의 비용 상승에 맞춰 가격을 인상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자료사진> ⓒ AFP=뉴스1

웨버는 "우리는 기업들의 가격 책정 구조를 다른 시점으로 봐야 한다"며 "기업들이 가격을 올리면 경쟁 기업들도 가격을 따라 올릴 것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비용 증가분을 메우기보다는 마진을 높이려는 기업의 탐욕이 식품 가격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지난해 중반 이후 식품 가격이 급등한 건 대부분의 생산이 에너지 집약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회사 알리안츠는 가격 상승분의 약 10%는 더 높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추산했다. 알리안츠는 식량 공급망의 핵심 부분을 소수의 기업들이 꽉 잡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현상을 의식한 독일의 대형 유통업체 에데카는 최근 기업들의 가격 책정 행태에 불만을 제기하며 가격을 과하게 올린 업체들의 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도노번 이코노미스트는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평판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며 "기업들도 상품 가격 인상에 대한 접근법을 다시 생각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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