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빚 못 갚는 연체자 급증 ‘제2 카드 대란’ 올 수 있다
금융기관 빚을 못 갚아 법원,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 조정을 신청한 개인이 1분기 중 7만명을 넘어섰다. 법원 개인회생 신청자가 3만여 명,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신청자가 4만여 명이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40% 이상 급증했다. 이는 시작일 뿐이다. 코로나로 자영업이 타격 입고 주택 ·코인 등의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가 유행하면서 개인 빚이 급증했다. 작년 이후 금리 급등 악재가 겹치자 버티지 못하고 빚을 연체하는 한계 대출자가 은행·저축은행·대부업체 등 전 금융권에서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 급전을 빌려 쓰는 대부업체 연체율은 이미 10%를 웃돌고 있다. 저축은행에선 이자를 3개월 이상 못 내 사실상 회수 불능으로 분류되는 대출금 비율이 전체의 5%를 넘어섰다. 7개 신용카드사 연체액도 1조원을 넘어섰고, 카드 결제 대금을 쪼개서 갚는 리볼빙 결제 신청액이 7조원을 넘어섰다. 올들어 대출금 연체가 급증하는 조짐을 보이자 KB금융은 1분기 중 작년보다 4배 많은 6682억원을 손실 대비 충당금으로 쌓았다. 4대 금융그룹의 1분기 충당금은 1조7338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배 늘었다.
지금까지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코로나 사태 이후 원리금 상환을 유예해준 자영업자 57만명의 빚 141조원을 또다시 3년간 만기 연장하는 조치도 취했다. 부채 시한폭탄을 일시적으로 봉합한 것에 불과하다. 금융회사들이 체감하는 가계의 신용위험도는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코로나 이후 3년간 2030세대의 빚이 110조원이나 늘어나 514조원에 달한다. 2030세대의 파산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20년 전 카드 대란 당시 성인 7명 중 1명꼴인 370만명이 신용 불량자로 전락했다. 그 여파로 이혼, 자살과 각종 범죄가 급증하는 등 큰 사회문제가 빚어졌다. 이번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한계 대출자들을 위한 개인 워크아웃이나 개인 파산 제도가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민원이 적지 않다. ‘제2의 카드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대응 시스템을 점검하고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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