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정부 덕에 수조원 적자 내고 성과급 받는 한국 공기업들
한국가스공사가 사실상 수조원 적자를 냈는데도 지난해 임원들 연봉이 평균 30% 올랐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때 탈원전에 앞장섰던 채희봉 전 사장은 43% 오른 2억여원의 연봉을 챙겼다. 기획재정부가 매기는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성과급 지급이 가능한 C등급을 받은 덕분이다. 기업이 거액 빚더미에 오르고 난방비가 올라 소비자들은 고통받는데 기재부는 이들 경영진에게 성과급을 주라고 판정한 것이다. 천문학적 적자를 낸 한전과 발전 공기업들도 역시 성과급 지급 대상 판정을 받았다. 성과급을 받아 챙긴 가스공사 경영진의 얼굴도 두껍지만 경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평가 방식이 더 문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는 2018년 문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 평가 방식을 바꾼 탓이 크다. 문 정부는 정규직 전환, 약자 고용 같은 사회적 가치 항목 배점을 11점에서 25점으로 두 배 넘게 올렸다. 반면 10점이었던 재무 관련 지표는 5점으로 절반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는 부채 항목에서 최하점을 받고도 ‘상생협력·지역발전’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6단계 등급 중 4번째인 C등급으로 평가받았다.
한전 역시 7조원 넘는 영업 적자를 내고도 일자리 창출과 사회 통합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성과급 대상이 됐다. 성과급에 목을 맨 공기업 임직원들이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문 정부 내내 무리하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리는 데 골몰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 바람에 공기업들이 신입 사원을 제대로 뽑지 못하는 부작용이 빚어지기도 했다. 2018년 500조원 규모였던 공공기관 부채는 2021년 670조원으로 불어났다.
공기업에 사기업처럼 이윤 추구만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문 정부처럼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정책을 공기업에 떠넘겨 경영을 악화시킨다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새 정부 들어 공기업 평가 항목에서 재무 지표 배점을 대폭 늘리고, 사회적 가치 비중을 낮추긴 했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 가스공사·한전처럼 정권에 영합해 공기업을 부실하게 만든 경영진이 성과급을 받아가는 어이없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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