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커리, 외나무다리서 만났다
서부 플레이오프 준결승 격돌
미 스포츠계가 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2라운드를 놓고 들썩이고 있다. 결승도 아닌데 왜 그럴까. NBA 인기를 양분하는 두 수퍼스타 르브론 제임스(39·LA레이커스)와 스테픈 커리(35·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맞붙기 때문이다. NBA는 홈페이지에서 “보통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와는 정말 다르다. 둘의 마지막 플레이오프 결전이 될 수도 있다”며 “팬들은 그저 즐기면 된다”고 전했다. 미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이번 시리즈는 다른 차원의 경지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썼다.
2012년 이후 커리와 제임스는 각각 4차례씩 NBA 정상을 차지했다. 제임스는 마이애미 히트 시절 2011-2012, 2012-2013 2연패를 거두며 거침없이 진격할 것으로 보였다. 20대 중반 나이라 경쟁자 코비 브라이언트(당시 35세), 팀 덩컨(당시 37세)이 노쇠하면서 제임스는 마이클 조던(우승 6회)을 능가하는 건 시간문제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3점슛 혁명’을 앞세운 커리가 제임스를 가로막았다. 188㎝로 비교적 단신인 그는 데이비드슨대 시절 무명 선수에서 정확한 슛 감각으로 일약 전국구 강자로 올라서며 NBA 입성(1라운드 7순위)에 성공했다. 데뷔 5년 차인 2014-2015시즌부터 3점슛을 마구 쏘아대면서 리그를 평정했다. 때와 장소를 안 가리고 날아가 꽂히는 커리의 3점슛은 리그 판도를 바꾸는 치명적인 무기였다. 원래 NBA에서 경기당 한 팀이 시도하는 3점슛 개수는 1980년대 3개 1990년대 10개 안팎이었으나 ‘커리 이후’에는 40개를 훌쩍 넘는 경기가 많아졌다.
커리는 3점슛 관련 NBA 기록을 전부 갈아엎었다. 통산 최다 3점슛 성공(3390개)은 물론, 한 시즌 최다 기록(402개)도 커리 손 안에 있다. 3점슛을 앞세운 커리에게 제임스는 주춤했다. 커리의 워리어스는 2014-2015시즌 제임스(당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4승2패로 무너뜨리고 첫 우승 반지를 손에 넣은 뒤 4시즌 동안 3번 정상에 올랐다. 2015-2016 시즌에는 정규 시즌 최다승(73승) 위업을 달성하고도 캐벌리어스에 3승4패로 찜찜한 역전패를 당했지만, 이후엔 내리 2시즌 연속 캐벌리어스를 4승1패, 4승무패로 압도했다.
이후 두 스타는 두 번의 우승을 나눠가졌다. 제임스의 레이커스가 2019-2020, 커리의 워리어스는 2021-2022시즌에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올해는 둘 다 비틀거렸다. 정규 시즌에 레이커스와 워리어스 모두 성적이 신통치 않아 워리어스는 플레이오프 서부 콘퍼런스 6번 시드, 레이커스는 7번 시드에 배정받았다. ‘커리와 르브론’ 시대가 끝났다는 탄식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1라운드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워리어스는 3번 시드 새크라멘토 킹스를 4승3패로, 레이커스는 2번 시드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4승2패로 각각 누르면서 이변을 창출한 것.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만 같던 두 노장 스타들 대결이 성사됐다.
농구 팬뿐 아니라 동료들도 들뜨기는 마찬가지. 11시즌째 워리어스에서 뛰면서 커리의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드레이먼드 그린(33)은 “그들(레이커스)에게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제임스를 지칭)가 있고, 우리에게도 GOAT(커리)가 있다. 모두가 이 맞대결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빈 햄(50) 레이커스 감독은 “이 시대 최고의 라이벌이 격돌하는 재미있는 전투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제임스는 “우리 둘은 서로 정말 다르지만, NBA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는 점은 같다. 커리가 해낸 모든 일에 존경심을 표한다. 이번에 또 맞붙을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했다. 커리는 “플레이오프에서 제임스와 맞붙었던 건 특별한 경험이었다. 둘이 지금까지 높은 수준 농구를 펼치면서 또 맞붙게 됐다는 건 축복과도 같다”고 말했다. 두 팀 플레이오프 2라운드(7전4승제) 1차전은 3일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워리어스의 근소한 우세를 점치고 있다. 통산 플레이오프 대결에서 커리는 19승 7패로 제임스를 크게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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