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드림’의 아이유

이원 기자 2023. 5. 3. 0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13년차에 처음 만난 코미디…사연 많은 인물 아니라 좋았죠”

- 홈리스 국대 축구팀 실화 다룬
-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 신작
- 극 중 열정없는 다큐 피디 役
- 당차면서 현실적인 캐릭터 그려

- “느리고 낮은 평소 말투와 달리
- 호흡 빠르고 톤 높은 대사 많아
- 연기는 혼자 하는게 아니더라”

여성 솔로 가수의 대표 주자이자 배우로서도 활약하는 아이유가 영화 ‘드림’(개봉 4월 26일)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드림’은 ‘극한직업’으로 ‘천만 감독’ 대열에 오른 이병헌 감독의 작품이자 ‘청년경찰’ 이후 4년 만에 영화로 돌아온 박서준과 호흡을 맞춰 눈길이 간다. 하지만 ‘드림’은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등 흥행 드라마를 연이어 내놓은 아이유의 첫 영화 도전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간다.

아이유는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브로커’를 통해 영화배우로 관객과 이미 만났다. 하지만 촬영 순서로 볼 때 ‘드림’이 2019년에 먼저 크랭크인했다. 코로나19로 촬영 중단이 반복되고, 해외 촬영이 지연되면서 ‘드림’은 지난해 4월에야 마지막 촬영을 했고, 따라서 나중에 촬영했지만 먼저 촬영을 마친 ‘브로커’가 먼저 개봉하게 됐다. 따라서 배우 아이유의 개봉 1호 영화는 ‘브로커’이지만 실질적으로 첫 영화로 선택한 영화는 ‘드림’이다. 그리고 오래 촬영이 진행된 만큼 아이유의 20대 후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의미도 있다.

최근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만난 아이유는 “얼마 전에 ‘드림’을 출연 배우분들과 함께 봤다. 오랜 기간 작업했던 작품이고, 소문이 무성했던 영화라 다들 기대 반 걱정 반 심정이었는데 무척 재밌게 봤다”며 4년간 함께한 ‘드림’에 대해 애정을 표했다.

코미디가 바탕이지만 이야기는 감동 실화를 품은 ‘드림’은 개념 없는 전직 축구선수 홍대와 열정 없는 PD 소민이 집 없는 오합지졸 국대 선수들과 함께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홈리스 국가대표 축구팀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소민 PD 역을 맡은 아이유는 자신의 열정을 딱 최저시급에 맞춘 열정 없는 인물을 밝고 당차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로 완성했다. 아이유 스스로 “제가 처음으로 선택한 장편영화여서 더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물, 소민

자신의 첫 번째 선택 영화 ‘드림’에서 홈리스 국가대표팀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소민 PD 역을 맡은 아이유. 그녀는 자신의 열정을 딱 최저시급에 맞춘 열정 없는 PD 소민 역을 밝고 당차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로 완성했다.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유가 ‘드림’을 첫 영화로 택한 이유는 바로 자신이 연기할 소민 역이 전작과 결이 다른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4년 전쯤 ‘드림’ 대본을 처음 봤다. 당시 저는 ‘나의 아저씨’ ‘호텔 델루나’ 등에서 사연 많은 인물을 잇달아 연기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좀 밝고 사연이 없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그때 마침 ‘드림’을 받게 됐고, 웃는 얼굴로 할 말 다 하는 성격의 소민을 만나게 됐다. 아이유와는 반대로 이 감독은 너무 서사가 없는 캐릭터여서 아이유가 출연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을 것 같아 반신반의했었다. “처음 미팅했을 때 이 감독님께서 ‘진짜 한다고 할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 저는 오히려 소민의 그런 사연이 없는 점이 좋았고, 영화 전체적으로 주제 의식이 따뜻하고 좋아 참여하게 됐다.”

극 중 소민이 사연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개연성 없는 인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열정 없는 현실파 PD’라는 설명은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인물이 아니고, 홈리스 국가대표팀 다큐멘터리 제작이 위기를 맞을 때부터 본연의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사연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상상할 부분이 많았다. ‘열정이 없다’는 것이 강조되니 ‘오히려 예전엔 더 열정적인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뜨거운 열정이 세상에 번번이 외면당하면서 상처를 받아 좀 시니컬한 성격일 지니게 됐을 것으로 보고 그런 면이 영화 중후반부에는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기도 했다.”

‘드림’ 출연을 결정한 아이유는 먼저 다큐멘터리 PD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의상·헤어스타일은 평소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찍어주는 감독들을 참고로 했다. 항상 손에 촬영용 카메라를 들고 있어야 했기에 따로 카메라 사용법도 배워야 했다. “소속사에 저를 찍어주시는 촬영팀이 계셔서 카메라 조종법이나 잡는 방법, 드는 위치 등을 배웠다.”

▮이병헌 감독 촬영장에 적응하기

극 중 한 장면. EDAM엔터테인먼트 제공


‘스물’ ‘바람 바람 바람’ ‘극한직업’ 등 코미디와 드라마가 결합된 이 감독의 영화를 보면 재치 있는 대사를 빠르게 전달한다는 공통점이다. 배우들은 대사의 웃음 코드를 잘 살려 리듬감 있게 빠르게 대사를 주고받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드림’은 가장 빠른 호흡으로 진행돼 평소 천천히 말하는 아이유에게 2배속 대사는 큰 숙제였다.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를 제외하면 제 말투가 느리고 낮은 편이다. 그런데 이 감독님이 특히 초반부에는 소민의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더 빠르고 높은 톤을 원했다. 이 대목은 이 감독님이랑 상의를 좀 많이 하고, 감독님의 말투를 제가 많이 차용해서 만들어봤다.”

빠른 대사뿐만 아니라 이병헌 사단의 영화 현장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저는 이 감독님과 처음 작업하지만 다른 배우분들은 한 번 이상씩 작업을 해봤고, 스태프분들은 이병헌 사단이라고 할 정도로 합이 좋았다. 그래서 초반에는 나만 뒤처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촬영장의 중압감을 이겨내는 것이 조금 어렵기도 했다.” 아이유가 이야기하는 중압감은 연기력이나 인간관계가 아니라 이 감독의 연출 방식에 대한 것이 컸다.

“영화 첫 촬영 때 제가 준비해 간 것들이 있는데 이 감독님은 그와 다른 요구를 하시더라. 그래서 준비를 철저히 하지만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깔끔하게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저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그걸 너무 잘 해내서 부럽기도 했다.”

준비한 것을 버려야 했던 것은 코미디 장르 특성과도 연관이 있다. “코미디는 호흡이더라. 제가 뭘 준비하더라도 상대방의 호흡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더라.” 코미디 장르는 자신만 준비해서는 안 되고,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과의 앙상블이 다른 장르보다 더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런 점에서 박서준에게 배운 점이 많다. 둘은 초반 티격태격하며 의견 충돌을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홈리스 국가대표 축구팀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다. “박서준 씨랑 찍은 모든 장면에서 감탄이 나왔다. 이 감독님의 디렉션을 빨리 습득해 OK를 받아내더라. 진짜 순발력이 너무너무 좋았다. 실은 박서준 씨가 저보다 훨씬 어려운 장면이 많았다. 몸도 많이 써야 되고, 분량도 훨씬 많았음에도 언제나 묵묵하게 현장을 지키는 모습이 좋았다.”

▮13년 차 배우 아이유

2008년 가수로 데뷔한 아이유는 2011년 ‘드림하이’를 시작으로 여러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올해 13년 차 배우가 됐다. 그렇다면 연기를 시작했던 ‘드림하이’의 아이유와 현재 ‘드림’의 아이유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드림하이’ 때의 아이유는 진짜 3일 밤을 새워도 괜찮은 체력이었는데, ‘드림’ 때부터 체력이 서서히 줄어 이제는 하루 반으로 줄어들었다(웃음). 연기 쪽을 말씀드리면 호흡이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앞서 말씀드렸듯 연기란 내 것만 준비하고, 내 대사만 외워서 보여주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그래서인지 최근 아이유가 출연한 영화를 보면, 멀티캐스팅 영화들이다. “‘드림’ 이후 선택한 ‘브로커’도 여러 명의 주연배우가 호흡을 맞추는 멀티캐스팅이라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멀티캐스팅이 왜 이렇게 매력적인지 모르겠는데, 대본을 읽으면서도 더 재밌는 것 같다. 여러 명의 주인공이 있는데, 그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는 대본을 읽을 때 희열이 더 크다.”

아이유는 ‘드림’이 지닌 메시지에 대해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내 몸 누일 곳도 없는 사람들이 갖는 꿈’이라는 것 자체가 이 영화에 드러나는 주제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마치고 누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은 나를 보호해 주는 공간이 없다는 것인데, 사실 그에 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 점에서 영화를 시작하기 전과 지금은 홈리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제가 도움이 충분히 될 것 같고, 보탬이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 있다면 출연을 아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데뷔 이후 다양한 분야에 40억 원 이상을 기부한 아이유다운 마음이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