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백수도… 이 작가가 그리면 ‘첫사랑’이 된다

이영관 기자 2023. 5.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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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주연 ‘이두나!’ 원작자 민송아
각양각색의 첫사랑 그려 인기 얻어
‘두나’의 모습. 민송아는 “수지와 두나는 몇 명이 있든 가장 눈에 띈다는 점에서 같다”고 했다. /네이버웹툰

첫사랑은 실재하는가, 추억이 빚어낸 환상인가. 만화가 민송아는 이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그림으로 도전한다. 그는 올해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인 수지 주연 드라마 ‘이두나!’의 원작자다. 동명의 웹툰은 아이돌 출신 백수 ‘두나’의 윗집에 평범한 공대생 ‘원준’이 이사하며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 그런데 독자들이 예상한 해피 엔딩이 아니다. 원준은 두나와 각자의 사정으로 멀어지고, 첫사랑 ‘진주’도 아닌 다른 여성과 이어진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작가는여자 주인공이 꿈을 버리고 사랑하는 남자의 곁을 택하는 이야기가 참 많은데, 저 하나쯤은 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세상에 관심 가는 사람이 제 앞에 차고 넘치는데, 창피하다”며 모습 드러내기를 꺼렸다.

민송아가 사랑을 그리면 첫사랑이 된다. 2012년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16년부터 네이버웹툰에 연재한 ‘나노리스트’로 본격 이름을 알렸다. 주인공 ‘도진’을 지키는 로봇 ‘나노’는 소녀의 모습이지만, 엄청난 살상 능력을 지녔다. 누군가를 아끼고 슬퍼하는 로봇들의 모습이 사랑의 감정을 되묻는다.

다만 그 사랑은 상상 속의 것만은 아니다. ‘이두나!’의 대부분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완벽한 허구의 존재는 ‘두나’뿐. “좋아하는 연예인, 외모, 성격 등 모두 좋아하는 것들만 모아 (두나를) 빚었다”고 말하듯, 작가의 사랑은 현실에 기반한다. 때로는 현실처럼 잘 풀리지 않는 서사임에도 신작을 낼 때마다 인기 순위를 놓치지 않는다. 작가는 그 비결이 ‘취향’에 있다고 했다. “제가 ‘왜 이럴 때는 좋고, 이럴 때 싫을까’에 대한 답을 찾는 걸 좋아해요. 제 취향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 작품에서 각자의 사랑을 떠올리시는 것 같아요.”

작가를 그리게 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최근에는 성인용 로맨스 ‘앞집나리’를 네이버웹툰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연재작을 정할 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요소와 개인적 즐거움을 절반씩 고려합니다. 여자 캐릭터를 와르르 등장시키는 이유는, 특별하고 매력적인 여성을 그리는 게 즐겁기 때문이에요.” 작품에 화려한 외모의 여성이 다수 등장하며, 남성이 이들의 구애를 받는 경우가 많다. 거기다 작가가 자신을 소개하는 캐릭터가 코에 수염이 나 있어서, 남자라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 “허전해서 주둥이에 귀엽게 뭔가를 그렸는데 그게 점점 수염이 되어버렸습니다. (남자라는 오해가) 제게 전혀 관심을 안 주는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수염만 보고 남자인가? 하는 그 무관심. 최고예요!”

작가는 과거 손가락에 타투로 숫자 ‘10′을 새긴 적이 있다. 그림 실력을 키우기 위해 하루 10분 정도 크로키 연습을 하자는 뜻. “유명해지는 걸 목표로 한 적은 없었어요. 하고 싶은 대로 일하며 원하는 결과를 내는 걸 좇아왔는데 대충 비슷하게 이뤄졌네요. 웹툰은 제게 유일한 길입니다. 싫어도 가야 하고 좋다고 머무를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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